수험생을 둔 학부모가 바라는 수능보도

by 안양수 posted Jan 15,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No Attached Image

 수험생을 둔 학부모 입장에서 본 수능보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그야말로 코앞에 닥쳐왔습니다. 그 동안 우리 언론이 이 사안을 온 국민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애를 쓰셨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돌이켜보며 작은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변별력이 어떻고 난이도가 어떻고 반영비율이 어떻다는 등 끝임 없이 많은 이야기가 전개되어 왔지만 시험을 보는 학생들이나 곁에서 지켜보는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수능시험이야말로 대학진학을 좌우하는 중대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사회는 점점 양극화되어가고 사회안전망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우리 현실은 아이는 물론 부모까지도 모든 비용과 노력과 시간을 쏟아 부으며 이 날을 위하여 애를 끓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라에서도 그 현실적 중대성을 인정하여 전 공무원의 출근시간을 조정하는가 하면 특정시간에는 비행기의 이착륙까지도 금지하는 조처를 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언론이 이 일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통하여 새 소식을 접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수많은 언론사가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생동감 넘치는 소식을 전하기 위하여 현장에 밀착하려는 일을 뭐라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수험생들도 예전 같지 않아서 카메라를 그리 두려워하거나 피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등 일상적인 시험을 볼 때조차 담임선생님의 카메라를 피하는 것이 우리 학생들입니다. 하물며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우리의 전형제도 아래서 그 어떤 학생도 그리 자신만만할 수가 없습니다. 그 동안 여러 차례 모의고사를 보았다 하여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긴장 속에서 초조하게 시험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수험생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취재진들이 각 지역교육청에서 사전에 공지 설명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내용까지 전달하며 누누이 부탁드린 수능취재규칙을 어기며 무리하게 현장에 접근하는가 하면 취재허용시간을 넘기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험장인 교실 안으로까지 발을 들여 놓으며 카메라를 들이대는가 하면 사전에 섭외한 학생과의 인터뷰라며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교실 안에까지 들어가서 수험생과 인터뷰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내 아이가 취재가 허용되는 학교로 시험장을 배정받을지 어떨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미리 대비할 수도 없으며, 설사 알고 있다 하여도 다른 시험장이나 교실에서 시험을 보고 있는 아이들과의 공정성 면에서 불리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 우리 부모입니다.   


 특히 수험생들의 다음 시험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어온 1교시 시험 직후의 인터뷰도 아직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행히 인터뷰 대상 수험생이 선택형 수능제도 아래서 2교시 시험을 보지 않는 학생일 수도 있지만, 이는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생각할 때 삼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그 내용이 1교시 문제의 난이도에 대한 보도일 경우에 그 타당성에 있어서 마땅한 기준이 없는 시점임에도 밖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학부모들에게는 엄청난 선입감과 불필요한 근심걱정을 불러일으키기 쉽다는 점을 생각하여야 할 것입니다. 나중에 책임질 필요가 없으니까 그저 보도하고 본다는 식이라면 정말 너무나 무책임한 자세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시 돌이키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만 불과 몇 년 전에도 총점이 얼마쯤 오를 것이라는 예측보도가 나간 다음에 수험생이 자살을 한 사건이 있었는데, 결국은 그 예측이 틀린 것이었음이 드러나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선정보도일 뿐입니다. 곁들여 한 가지 덧붙이자면 ‘고사장 200m 내 주정차 금지’를 일반시민들만 지켜야하는 규정인 양 마구 무시하는 일부 언론기관의 행태는 많은 수험생 학부모들의 눈총을 사는 일이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온 국민의 관심사이기도 합니다만 학부모로서는 그리고 누구보다도 당사자인 수험생들로서는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중대한 일입니다. 부디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실력을 편안히 드러낼 수 있도록 일선 취재기자 여러분의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송환웅 / (사)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언론정보출판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