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674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수정 삭제

<외부 기고>

시간을 채우기보다는 내용을 채우는

낮방송이 되길 바라며

한 상 희 (경실련 미디어워치 팀장)

 내 어릴 적 기억에 의하면 TV는 항상 아쉬움과 그리움을 남기는 존재였다. 아침시간이나 낮 시간 동안 방송을 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기에 오후 5-6시쯤에 시작하는 어린이 프로와 일요일 아침에 하는 ‘캔디’나 ‘미래소년 코난’과 같은 만화영화에 대한 기다림은 무척 컸었다. 그래서 때때로 나는 ‘우리나라도 미국방송(당시 AFKN을 아이들은 이렇게 불렀다)처럼 하루 종일 TV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 소원이 이루어진 것일까? 2005년 12월1일 드디어 지상파 낮방송이 시작되었다. 이는  방송시간운용의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방송편성의 자유 및 독립성을 보장하고 현재 종일방송을 하고 있는 케이블이나 위성과 같은 타 매체와의 형평성유지, 그리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 제작으로 외국 방송과의 경쟁력 강화라는 큰 틀 안에서 그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낮방송 시간을 허용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서 방송시간운용의 자율성, 방송편성의 독립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우리는 지난 언론의 역사 속에서 방송에 대한 권력의 숱한 개입을 보아왔고 더 이상 명분 없는 규제는 풀어져야 마땅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더욱이 수준 높은 프로그램 제작이나 실험적인 콘텐츠 제작으로 DMB 본 방송에 대비한다는 취지 역시 매력적이다.

지금의 낮 방송, 콘텐츠 확충 없는 시간 늘리기

 그러나 지난 1월 9일~13일까지 지상파 방송3사 4개 채널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를 보면 방송시간의 제한이 단지 방송민주화를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였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프로그램의 유형을 분석해 본 결과 방송사별로 KBS1은 신규프로그램 3편과 재방송 4편, KBS2는 신규프로그램 1편과 재방송 7편, 시간대를 변경한 프로그램 1편, MBC는 신규제작 4편, 재방송 3편, 시간 변경된 프로그램 1편, SBS는 신규 제작 2편, 재방송 2편, 재활용 3편, 그리고 시간 변경된 프로그램 1편으로 분석되었다.

 신규 프로그램이 가장 많이 제작된 방송사는 MBC이며 재방송이 가장 많은 방송사는 KBS2로 총 7편의 프로그램이 재방송 프로그램이다. 또한 SBS의 경우 그 제목은 조금 다르지만 기존 프로그램의 한 코너 정도를 새로이 편집한 재활용 프로그램이 3편으로 재방송 프로그램까지 합하면 모두 5편이 재방송이나 재활용에 포함되며 방송3사를 모두 합하여 신규제작 프로그램은 10편, 기존 방송의 시간대변경이나 재방송 혹은 재활용 프로그램이 22편으로 나타났다.

 재방송도 역시 방송이 수행해야 할 서비스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제목과 편집만을 살짝 바꾸어 새로운 프로그램인양 편성하고 각 방송사의 자회사인 케이블TV에서도 매일같이 접하고 있는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상황을 전파낭비로 본다면 지나친 것일까? 이런 상황에서 본래 낮방송 확대의 취지 중 하나였던 지상파DMB 본방송 대비를 위한 실험적이고 과감한 콘텐츠 제작이나 프로그램 제작기회의 증가에 따른 외주제작의 활성화는 언제쯤 실현될 수 있는 것인지 요원하기만하다.

재탕 삼탕, 맛 없는 낮 방송

 또 하나, 소외계층을 위한 방송접근권의 확대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자막, 해설 방송이 기존의 드라마나 오락프로의 재방송에서 실시되고 있다는 점은 참 씁쓸하다. 과연 소외계층의 방송접근권이라는 것이 이렇게 좁은 의미에서만 통용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일 것이다. 물론 MBC의 경우 낮 시간에 ‘1%의 나눔...’이나 ‘희망채널’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그 의미를 조금은 살리고 있지만 이 역시 혹 공익적인 프로그램을 낮 시간대에 전면 배치함으로써 시청률이 높은 저녁시간대에서는 아예 이런 프로그램들을 찾아 볼 수 없게 되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을 함께 안겨주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는 낮방송 시간 연장 자체에 대한 긍정성과 부정성이 아니다. 이미 규제는 풀어졌고 남은 것은 이 시간들을 어떻게 방송의 발전과 시청자의 권익 신장으로 이어갈 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과감하고 실험적인 프로그램의 제작’이라는 매력적인 제안이 단지 시간 연장을 얻어내기 위한 감언이설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길은 약속을 지키는 길 뿐일 것이다.

내가 어린 시절 생각했던 ‘하루 종일 TV가 나온다면...’이라는 소망은 결코 그 좋아했던 ‘캔디’와 ‘미래소년 코난’의 재탕 삼탕을 계속 보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 그랬다면 난 지금 그 만화영화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간직하지 못했으리라…


  1. "아빠, 오늘은 어디 갔었어?"

    "아빠, 오늘은 어디 갔었어?" 작년 가을 우리 집에 새 식구가 하나 늘었다. 나를 무척이나 빼 닮은 아들이다. 둘째 낳기 전 난 아내에게 말했다. “둘째가 태어나면 가사의 절반을 도와주겠소”하고. 하지만 뒤돌아보면 내가 했던 그 말은 허언이 돼버린 것 같다...
    Date2007.05.17 Views6570
    Read More
  2. No Image

    <줌인> 냉면과 가위

    <줌 인> 냉면과 가위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관계자가 서울에 왔을 때 일이다. 서울시내 모 갈비집에서 갈비를 먹고 냉면을 시켰다. 냉면이 나오고 예쁜 종업원이 가위를 들고 가까이 오더니 가위를 들이대는 것이었다. 민경련 관계자는 순간 당황하...
    Date2007.05.17 Views6324
    Read More
  3. No Image

    모바일에 긴장하라!

    제목 없음 모바일에 긴장하라 8년 만에 열린 영상통화시대 입사한 1999년, IMT2000이라는 화상통화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밀레니엄을 맞아 2000년부터 곧 열린다고 통신회사들은 대대적으로 떠들어댔다. 그리고는 몇 년 동안 소식이 감감하더니 2007년에 들어...
    Date2007.05.17 Views5851
    Read More
  4. 우리 신랑 이재섭, 너무 너무 사랑합니다!

    <2007 가정의 달 특집 - 카메라기자와 가족 Ⅲ> 우리 신랑 이재섭,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평일 아침, 야근을 마치고 돌아오는 남편의 점심상을 준비한다. 순두부찌개와 호박볶음, 그리고 엄마가 가져다주신 김치와 밑반찬들... 남편은 들어오자마자 잠을 잘 것...
    Date2007.05.15 Views6459
    Read More
  5. 친구, 영웅, 가족. 이 모든 것이 합쳐진 이름 - 아버지

    <2007 가정의 달 특집 - 카메라기자와 가족 Ⅳ> 친구, 영웅, 가족. 이 모든 것이 합쳐진 이름 - 아버지 과거의 문화가 문자 중심의 문화였다면 현대에서는 이미지를 넘어선 영상이 거의 모든 문화의 중심이 되어 가고 있다. 우리는 소설보다 영화나 드라마를 더...
    Date2007.05.15 Views6534
    Read More
  6. No Image

    카메라기자 특파원 턱없이 적어

    카메라기자 특파원 턱없이 적어 세계화시대...TV 뉴스의 경쟁력을 위한 고민 있어야 MBC는 지난 3월 5일 카메라기자 특파원에 서정암부장(파리)과 조수현부장(워싱턴)을 선정하고, KBS는 지난 3월 26일 강윤배부장(동경), 성인현기자(워싱턴), 진만용기자(북경...
    Date2007.04.16 Views6375
    Read More
  7. No Image

    <줌인>무한경쟁시대의 도래와 카메라기자

    무한경쟁시대의 도래와 카메라기자 지난 3월말과 4월초. 한·미FTA 막바지 협상과 협상타결, 한 · 미FTA 협상을 지켜보는 정치권이나 영화인, 농민에 이르기까지, 시시각각 진행되는 FTA협상 현장의 움직임을 발 빠르게 화면에 담아 뉴스로 방송해야만 했던 카...
    Date2007.04.16 Views5764
    Read More
  8. No Image

    <칼럼>카메라기자 특파원의 필요성

    카메라기자 특파원의 필요성 중국에서 근무한 3년 동안 ‘카메라기자’는 늘 마음의 부담이자 풀어야 할 숙제였다. 2004년 2월 YTN의 두 번째 베이징 특파원으로 부임했을 때 중국발 리포트는 거의 대부분 전화 녹음으로 제작됐다. 지국 사무실도 없었고 카메라...
    Date2007.04.16 Views5829
    Read More
  9. No Image

    카메라기자 특파원, 그 존재의 의미

    워싱턴지국 3년의 단상 카메라기자 특파원, 그 존재의 의미 얼마 전까지 우리 지국은 FTA 협상 때문에 진땀을 뺐다. 한국 본사에서는 한미FTA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 원하는데, 정작 미국 현지는 미국이 한국하고 FTA 협상을 하고 있는 ...
    Date2007.04.16 Views6152
    Read More
  10. 동남아 순회특파원을 다녀와서

    지난 6개월이 나에게 준 것들 지난 해 9월 MBC순회특파원제도의 첫 바통이 나에게 건네졌다. 타사의 아이템 중심의 순회특파원제도와 달리 해외의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한 곳에 거점을 두고 주변국가들을 취재하는 우리 회사의 순회특파원제도는 나의 첫 발걸...
    Date2007.04.16 Views5632
    Read More
  11. No Image

    미니인터뷰- 제11회 삼성언론상 수상자 MBC 이창훈 기자

    미니인터뷰 - 제11회 삼성언론상 사진영상부문 수상자 MBC 이창훈 기자 특종, 열심히 노력하는 자에게 찾아오는 선물 같은 것 지난 3월 22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1회 삼성언론상 시상식에서 MBC 보도국 영상취재팀 이창훈 기자가 로...
    Date2007.04.16 Views6685
    Read More
  12. 영상(映像) CEO가 돼라

    映像(영상)CEO가 돼라 MBC 신년옴니버스기획 ‘역지사지’ 카메라기자가 적극 참여한 영상경영의 성공사례 『우리 사회의 병폐를 넌지시 드러내면서 나와 우리가 지혜롭게 더불어 살기 위한 성찰의 시간을 제공, 병렬적 구도의 특이한 옴니버스 구성 방식과 HD ...
    Date2007.04.16 Views5916
    Read More
  13. 고 윤장호 하사 시신 운구... 방송사 카메라기자는 없었다

    故 윤장호 하사 시신 운구... 방송사 카메라기자는 없었다 쿠웨이트 행 비행기에 취재기자만 4명 탑승 지난 1일, 아프가니스탄 폭탄 테러로 숨진 윤장호 하사의 시신을 국내로 운구하는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취재진들이 쿠웨이트로 떠났다. 그러나 쿠웨이트로...
    Date2007.03.27 Views5903
    Read More
  14. No Image

    기형적 풀단 구성, 반드시 사라져야

    <줌 인> 기형적 풀단 구성, 반드시 사라져야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그동안 풀(pool)이라는 명목아래 국회나 국방부, 스포츠 등 몇몇 출입처에서 기형적인 형태로 이루어져 왔던 해외출장의 풀단구성이 급기야 카메라기자는 가지 않고 취재기자만 출장을 가기에...
    Date2007.03.27 Views5668
    Read More
  15. No Image

    편법적인 풀 취재 관행 사라져야

    <할 말은 합시다> 편법적인 풀취재관행 사라져야 국방부의 윤하사 유해운구 풀취재단 구성을 놓고 또 다시 풀취재의 폐단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출입처 출장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한명의 대표 카메라기자와 다수의 취재기자가 함께 구성되는 풀취재관행의 ...
    Date2007.03.27 Views6054
    Read More
  16. No Image

    YTN 신년특집 3부작 "大한민족의 재발견"

    제목 없음 (신년특집 3부작) 大한민족의 재발견 지난 12, 13, 14일 YTN에서는 신년특집 3부작 대한민족의 재발견을 방송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국가’에서 ‘민족’ 단위로 세계의 사회, 문화, 경제의 판도가 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민족 이민사가 100년을 ...
    Date2007.02.20 Views5999
    Read More
  17. No Image

    공공기관운영법 개정 여론 빗발쳐

    공공기관운영법 개정 여론 빗발쳐 KBS, EBS 공공기관운영법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켜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운영법 제4조 2항의 적용제외 대상에 KBS와 EBS를 추가’하는 내용의 공공기관운영법 일부 개정안 청원 내용을 발...
    Date2007.02.20 Views5720
    Read More
  18. No Image

    방송위, 경인지역방송 재허가 추천 거부 2년 넘어

    방송위, 경인지역방송 재허가 추천 거부 2년 넘어 희망조합의 희망, 경인 시청자의 권리 박탈하는 이유 없는 행위 내년 5월 본 방송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해 온 경인TV는 올 하반기 각종 의혹에 휘말리면서 허가 추천이 중단되는 등 개국 준비에 상당한 차질...
    Date2007.02.20 Views5638
    Read More
  19. 백두산은 과연 누구 땅인가?

    백두산은 과연 누구 땅인가? 2002년 5월 온 국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에 열광하고 있을 때 중국은 ‘동북공정’이라는 거대한 역사왜곡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 사실에 대해 알지도 못하였고 2004년에서야 동북공정 사...
    Date2007.02.20 Views6440
    Read More
  20. No Image

    "백 마디 말보다 강력한 한 컷의 영상"

    <만나봅시다 - 제주카메라기자회 홍보부장 부현일(JIBS) 기자> “백 마디 말보다 강력한 한 컷의 영상, 한 컷의 사진” 지난달 23일부터 28일까지 제주특별자치도 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제주카메라기자회가 개최하는 2006 보도 사진, 영상전이 열렸다. 올해 5...
    Date2007.02.20 Views645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 40 Next
/ 40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