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의 1년... 이방인에서 가족으로

by 김 민 posted Apr 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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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국 이야기>

제주에서의 1년... 이방인에서 가족으로

 같은 나라지만 비행기를 타고 건너와서 살면서 일한지가 벌써 1년이 됐다. 돌아보면 긴 것 같기도 하고 짧은 것 같기도 한 그런 시간이었다. 처음 제주에 발령받아, 공항에서 내렸을 때의 낯설음은 뒤로 한 채,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뿌듯함보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 같다.

 YTN 제주지국…. 지국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아주 작은 미니 방송지국이지만 각자 직종이 틀린 5명이 개인 역량의 120%를 발휘하며 일하고 있는 곳이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 취재에서부터 계절별로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영상에 담아 보내야 하는 일까지 그 규모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의 업무였다.

 그렇지만 바쁜 와중에도 아름다운 자연에서 일한다는 장점과 퇴근 후의 시간적 여유, 각종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바쁜 서울에서는 느껴보지 못하는 소중한 경험이 되고 있다.

그 장점들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가족과의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근무할 때는 출퇴근 시간만 3시간이 넘는 곳에서 살았는데 지금은 20분이면 가능하다. 퇴근을 해도 해가 떠있고 심지어 평일 퇴근 후에 아이들과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아줄 수 있을 정도니 처음에는 제주행을 반대했던 집사람도 지금은 아주 좋아하고 있다..

 제주도는 고립된 사회였다. 아주 오래전 에는 문화가 다른 완전한 독립된 국가였고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인 여건 때문에 지역 사회측면에서 보면 조금 폐쇄적인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처음 제주도에 내려왔을 때 제주인이 아닌 나를 바라보는 지역기자들의 시선이 그리 따뜻하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물론 지금은 다들 잘 지내고 있지만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그 안에 들어가기가 어려웠던 것이지 한번 마음을 열고나니 같은 회사동료처럼 대해줘서 지금은 크게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또 하나, 내가 지역 사회로 들어왔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었던 것은 사투리였다. 제주 사투리는 우리나라말이라고 하기에는 과할 정도로 어렵다. 특히 제주시를 벗어난 곳에 가서 해녀라도 인터뷰를 하려하면 옆에 있는 사람이 통역을 해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지금은 눈치로 대강 알아듣지만 처음에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꼭 제3세계의 언어 같았으니 말이다.

 하나 더, 제주 카메라기자 사이에서 조금 낯설었던 점은 ‘호칭’이였다. 서울에서는 입사연도를 따져 선배, 후배로 구분지어 나누는데, 제주도는 입사년도보다는 나이를 따져서 형, 동생으로 호칭하고 지내는 것이었다. 이러한 점이 처음에는 거북하기도 했지만, 지나보니 정감이 있는 것 같기도 해 나도 지금은 그 호칭을 섞어서 쓰고 있다.

 그 짧은 1년 만에 제주를 다 아는 것처럼 쓰는 것이 우습기도 하지만, 서울에서의 9년 생활을 뒤로하고 낯선 제주에서 생활을 하니, 사실 입사 처음 때처럼 1년이 10년 같은 맘도 들었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 다녀와서 제주 사투리를 쓰고, 나도 편의점이나 식당 같은 곳에서 비교적 간단한 제주 사투리가 나올 때를 보면, 점점 제주 가족이 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도 남은 시간 서울로 복귀할 때가지 이 제주에서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 생각이다.

YTN 제주지국 김 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