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두 카메라기자를 보고

by 나준영 posted Nov 1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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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성 확보의 노력은 평생을 가고, 시대를 잇는다!

 - 일본의 두 카메라기자를 보고

  얼마전 NHK연수센터. 전국의 케이블TV 카메라기자와 영상담당자를 대상으로 HD촬영, 편집교육이 실시 됐다. 일본에서 케이블TV는 한국의 SO같은 역할을 하면서 NHK와 연계되어 지역보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일본의 케이블TV도 2011년 완전 HD화에 대비해 HD전환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교육에 참가한 사람들 중 눈에 띄는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일본 서북부의 토야마현에서 온 마쯔모토라는 67세의 노인으로 영상제작의 현업에서 은퇴해 지금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영상제작교실을 열어 무보수사회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노인이 직장인, 주부, 학생들로 구성된 일반시민들을 가르치다 보니 아마추어장비도 HD화 되고 있어 보다 나은 영상의 제작과 보급을 위해서는 16:9 화면의 영상특성과 촬영기법 을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수진행자를 졸라 이번 연수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 노인은 10시간이나 걸리는 야간열차를 타고 도쿄에 와서 하루에 10만원 가까운 숙박료와 교통비, 몇 십만원의 수강료를 자비부담해서 3박 4일간 열심히 수업참관을 했다. 그리고,  무거운 HD카메라를 들고 임한 현장실습에서도 젊은이들에게 뒤지지 않게 비지땀을 흘려가며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이 연수에 강의를 나온 강사들 중에는 3-40년 가까이 현업에서 NHK의 카메라기자나 카메라맨으로 활동하다, 지금은 현업을 퇴직하고 NHK의 자회사에서 영상편집팀장이나 프로듀서, 또는 카메라맨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일본어가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 들어도 뉴스영상과 관련한 단어를 이론화하고 고급화해 강의했다. 그리고, 수많은 뉴스영상의 제작경험과 HD카메라개발에 직접 참여해 느꼈던 여러 가지 지식들도 참석자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이중 기억에 남는 또 한 사람이 이소야마라는 63세의 카메라기자였다. 아직도 치프카메라맨이라는 직으로 현장에서 뛰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일본카메라기자협회의 기자증을 보여주는 그에게서 같은 나라사람은 아니지만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인간적인 존경심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우리의 모습을 돌아다보면 우리가 과연 그들과 경쟁해 이겨낼 수 있는 방송환경과 우리의 준비된 능력을 가졌는지 많은 의문이 생긴다.

 지난 몇 년간 ‘카메라기자 3년만 하면 영상에 도가 튼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리고, 변화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TV기자, 카메라기자의 전문성이 무엇이냐는 질문들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개인주의가 팽배했다고 욕하는 일본사회에서 자신이 가진 직업의 노하우를 아무 대가 없이 이론화시키고 축적시켜, 그것을 자신이 속한 사회와 집단을 위해 사심 없이 전달하려는 신선한 노력들을 접하며 직업의 전문성은 이렇게 생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따지고 보면, 우리도 직업의 전문성을 쌓기에 충분한 직업적 역사를 가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계 전반에서 자신이 갖는 직업의 전문성에 대해 빈곤함을 느끼고 고민하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자신의 노하우와 기술을 축적하고, 전달하는데 얼마나 폐쇄적이었고, 또 우리의 집단이나 구성원들이 그런 노력을 벌여 온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인색한 평가를 해 왔는가를 스스로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MBC 보도국 영상취재부 나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