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기자와 현장, 그리고 예절

by 권혁용 posted Nov 14, 200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수정 삭제

No Attached Image

카메라 기자와 현장, 그리고 예절

 카메라기자는 현장에 있다. 또 현장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장례식장에서 슬픔에 잠긴 유족, 사건현장에서 흥분한 피해자, 경찰서에 구금된 피의자, 검찰청사에서 포토라인에 선 참고인, 국회 본회의장의 국회의원,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사람과 관람하는 사람, 또 다른 언론사에서 취재 온 타사 기자들 등... ...

곧 현장은 카메라 기자의 일터이고 동시에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1. 장례식장

 화환과 영정, 향연기가 피어오르고 슬픔에 잠긴 유족들이 있다. 그들의 시선이 일순간 한 카메라기자에게 쏠린다. 붉은색 로고가 등판을 가득 채운 야구 점퍼에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있다.

#2. 무용 발표회장

 무대에서는 무용가들의 몸짓이 펼쳐지고 객석에선 관객들이 숨죽이고 그들의 손짓하나하나를 보고 있다. 그러나 몇몇의 관람객들은 앞에 있는 카메라를 피해 고개를 이리 저리 흔들고 있다.

#3. 기자회견장

 사진기자와 카메라 기자들이 현장에서 일렬로 늘어서 기자회견 주체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곧이어 주체가 들어올 때 그들 앞에서 뒷걸음으로 정면을 찍고 있는 카메라기자가 있다.

#4. 화재참사 현장

 수명이 숨진 화재현장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여성 생존자에게 취재진들이 조명을 비추고 둘러싸 사고 당시 현장상황을 반복해서 질문하고 있다.

 몇몇 상황들을 읽으며 “설마”,“누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움찔하고 또 누군가는 입사 초기를 회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반복 되는가?

다음날 일정이 공유되지 않거나 상황에 따른 준비 시간이 없다.

 다음날 중요한 행사가 있거나 중요 인사가 방문하는 날이면 거기 가기 싫어서 아침에 빨간 셔츠를 입고 왔었다는 어느 고참 선배의 말처럼 내일 일정을 안다면 상황에 맞는 복장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경우는 급박하게 발생한 사고의 경우 복장을 챙길 여유가 없다. 특히나 대형사고의 경우 가장 가까이 있는 인원이 현장으로 달려가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평소 복장을 너무 튀지 않게 입거나 회사에 짙은 정장 한 벌을 비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교육이 부족하다

 공연장 취재가 처음인 경우, 특히 신입 카메라기자의 경우 공연장에서 위치선정에서 관객에 대한 배려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시청자들에게 공연을 잘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내고 직접 현장을 찾은 관객을 방해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관객에게 최대한 방해하지 않는 위치를 정하고 기사에 필요한 영상을 위해 이동을 최소화 하는 방법을 반드시 알려 줘야한다. 되도록 리허설을 취재하는 관행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동료 카메라기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기자회견이나 발표의 경우 현장에 늦게 도착했을 때 타사 카메라기자들이 조명을 쓰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무선마이크를 켜기 전에 수신기만을 먼저 켜서 채널의 중복여부를 확인해 조명이나 오디오 사고를 방지해야 한다. 나 혼자만 현장을 취재하는 것이 아님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지나친 취재경쟁이 취재원의 인권을 침해한다

 화재참사 현장에서 겨우 탈출한 여성을 둘러싸고 서로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하는 것이나 현장을 뿌리치고 가는 여성을 끝까지 쫓아가는 촬영기자가 기자정신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단지 현장의 다른 기자들에게 앞서고 싶은 욕심일 뿐이다. 시청자의 알권리를 자신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정도로 잘 못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취재원에게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무리한 취재경쟁은 서로에게나 취재원에게 예절을 넘어 인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현장에서의 잘못된 에티켓을 개인 취향을 이유로, 현장에서 기자 편의를 위해서, 각 방송사간의 당연한 경쟁 등으로 지금껏 치부하진 않았는 지 돌아봐야 한다.

 카메라기자가 현장에서 일하는 한, 현장에 다양한 다른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또 그들이 가진 권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는 그들과의 관계에서 우리의 입장만이 아닌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권혁용 기자  dragonk@im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