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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기자 18호]  위르겐힌츠페터에 대한 회상

  - 5월, 우리의 원죄에 대한 반성의 씻김굿이 필요하다. -       나준영(MBC)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학교에서도 한참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어느 성당에서 ''광주 비디오''를 몰래 상영한다는 정보는 중간고사가 끝나도 마땅히 갈 데가 없던 어린 청춘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안성맞춤'' 이었다.
그날 성당을 찾아 자리를 꽉꽉 메웠던 어린 눈들은 ''80년 광주''의 ''끔찍한 영상''을 지켜보며 놀라움과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리고, 필름 뒤에 숨어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며 수많은 의문을 품었다.
''도대체 누가 저런 걸 찍었을까? 저건 사실일까? 혹시 북한 놈들의 소행은 아닐까?''

  다음날 학교는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나와 친구들은 첫 회 상영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두 번째로 상영된 영화를 본 아이들은 갑작스레 들이닥친 경찰들에게 붙잡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학교와 부모에게 통보되어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조회 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전날 보았던 무시무시한 영상의 정체를 밝혀 주며 우리를 안심시켜주셨다. ''좌익용공세력과 북한이 우리 국민을 혼란 시키기 위해 만든 영화가 여기저기서 상영되고 있는데 그건 전부 연출된 것이니 현혹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6.10 항쟁이 일어났다. ''대학입시''라는 거대한 괴물도 학교 담장 너머에서 거세게 밀려드는 민주화의 함성을 막지는 못했다. ''6.29'', ''직선제대선'', ''광주 청문회'', ''5공 청문회''로 이어지는 역사적 사건을 먼발치서 바라보며 어린 우리들도 민주화의 가치와 숨겨졌던 진실에 조금씩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우리들에게는 ''80년 광주''의 충격적인 영상 뒤편에 뭔가 무서운 음모가 있음을 말해 주는 듯한 그의 어두운 모습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다시 내가 그를 만난 건 대학의 광장과 로비에서였다. 더 이상 ''그''와 ''80년 광주''는 좌익용공세력의 모습도, 날조된 허구도 아니었다. ''518영상제''가 있던 날, 선배들의 입을 통해서, 대자보와 유인물을 보고서, 또, ''80년 광주''와 관련된 여러 책들을 읽고서야 나는 처음으로, 고등학교 시절 우리가 보았던 영상들이 모두 사실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영상을 기록한 이가 어느 외국 방송사의 파란 눈을 가진 이방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거짓이 진실이 되고, 공포와 두려움이 깨달음과 분노가 되던 순간 수많은 젊은이들이 ''짱돌과 화염병'', ''최루탄과 백골단''이 대립하는 모순의 거리로 내달음 쳤다. 80년대와 90년대 초반의 대학에서 그의 영상 한 편은, 한국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운동가들의 화려한 연설보다, 또, 수없이 쏟아지던 사회 과학 서적들보다 젊은 청년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많은 젊은이들에게 ''진실 된 영상의 힘''에 대해 깊은 관심과 고민들을 갖게 해 주었다.

  어느덧 방송사에 입사해 ''그''와 같은 카메라기자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서 ''그''의 진짜 정체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518''이라는 시대의 사건 속에서 방송과 카메라기자의 모습이 어떠했는가를 따져보아야 했다. 나는 믿어왔었다.
''최소한 우리가 방송을 내지는 못했을 뿐 현장에서 기록하였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 당시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춰 가면 갈수록 우리 방송과 카메라기자의 모습, 보도영상의 존재는 너무도 초라하고 부끄러워져 갔다.
518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군인이 통제하고, 광주시민이 분노하는 사이에서 기록자로서 서있지 못했다. 군인들의 총칼에 힘없이 카메라를 내렸고, 진실을 기록하고 알리지 않는 우리의 모습에 광주 시민들로부터 외면 당해야만 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본연의 임무''인  ''기록자의 운명''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그리고, 그 포기를 통해 ''518''을 딛고 일어선 정권에서 우리는 ''포기에 상응하는 거대하고 달콤한 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 몇 년의 달콤함은 역사의 발전 앞에서 우리들 스스로가 이야기조차 하고 싶지 않은 ''원죄''가 되어버렸다.
내가 그를 다시 한 번 만난 건 2003년 겨울이었다.
나는 신문 기사를 통해 이름도 얼굴도 모르던 그에 대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최초로 80년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공로로 ''송건호 언론상''을 받게 된 독일의 카메라 기자 위르겐힌츠페터.
그는 이미 백발의 노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는 80년대 한국의 민주화 현장을 취재하며 한국의 정권으로부터 입은 부상의 후유증으로 많은 고통을 겪고 있었다.
이에 카메라기자협회가 부랴부랴 간담회를 준비했고, 행사장에 참여했던 한국의 카메라 기자들에게 그는 ''역사의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기록하고 알렸던 사람으로서의 사명감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에게서 동업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당당함이 느껴졌다. 그날 행사 내내, 그리고, 그와의 식사 자리에서 우리는 씁쓸하고 무거운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비록 그와의 만남의 자리에 ''5월의 그날'' 카메라기자로서 역사의 현장에 남아 ''기록자의 운명''을 걸었어야 했던 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80년, 5월의 그날, 기록자의 운명''을 회피했다는 우리 직업의 부끄러운 역사는 ''5월''이 되면 계속 될 한국카메라기자의 거대한 ''원죄''이자 ''업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일본의 반성 없는 역사 왜곡의 문제로 전국이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5월을 맞이한다. 그 5월의 한복판에서 다시 ''80년 광주''가 되 살아나 뉴스와 드라마를 장식하는 커다란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기록한 영상을 대신해 우리의 무거운 짐을 대신해서 져야 했던 한 파란 눈의 외국인이 기록한 역사를 보며 그날을 기억하고 되새기고 있다. ''위르겐 힌츠페터''가 곧 한국을 방문한다고 한다. 다소 늦었지만, 전국 600여 카메라기자의 이름으로 위르겐힌츠페터에게 ''5월의 카메라 기자상''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가 우리 카메라 기자들에게 ''518에 대한 원죄''를 한 번 더 반성하고, ''역사의 기록자''로서 우리의 모습을 재정립해 보는 ''씻김굿''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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