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의 여기자 쥬디스 밀러, 취재원 공개 대신 감옥행

by TVNEWS posted Jul 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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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원 공개 대신 감옥행

취재원 공개를 거부했던 뉴욕타임즈의 여기자 쥬디스 밀러가 지난 6일(미국 시간) 구속됐다. 범죄혐의는 법정모독죄, 취재원을 밝히라는 법원의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취재원 보호라는 직업윤리를 지키는 대신 감옥행을 선택한 것이다.

57살의 쥬디스 밀러 기자는 뉴욕 타임즈 매거진의 탐사보도 전문기자다. 지난 2002년 알카에다 테러망과 오사마 빈 라덴에 관한 기사로 퓰리처상까지 받은 베테랑 기자다. 하지만 있지도 않은 이라크의 대량 살상무기 관련 보도로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 리크 게이트

사태의 발단은 CNN 토크쇼 '크로스파이어(CROSSFIRE)'의 진행자이자 칼럼니스트인 로버트 노박이 지난 2003년 7월 14일 '두 명의 고위 행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CIA 여성 비밀요원 발레리 플레임의 신분을 폭로한 것. 비밀요원의 신분을 폭로한 것은 국가안보는 당사자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범죄. 지난 82년에 제정된 정보원 신원보호법 위반으로 최고 10년형에다 5만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래서 리크 게이트(LEAK GATE;정보유출 파문)로 불리는 이 사건에 특별검사가 임명돼 수사에 착수했다.


■ 부시의 최측근이 정보유출?

<-- [백악관 비서실장 칼 로브]
관심의 초점은 보수파 칼럼니스트인 노박에게 비밀요원의 신분을 노출시킨 고위관리가 도대체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백악관 비서실장이자 부시 대통령의 최측근인 칼 로브와 딕 체니 부통령의 비서실장인 루이스 스쿠터 리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이 비밀요원의 신분을 폭로한 이유는 무엇일까? 널리 알려진 얘기로는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비난한 비밀요원의 남편에 대한 보복이다.

CIA 비밀요원 발레리 플레임의 남편 조셉 윌슨은 2003년 7월초 뉴욕타임즈에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의 대량 살상무기의 위협을 과장하기 위해 고의로 정보를 조작하거나 무시했다고 폭로했다. 이라크가 아프리카의 니제르로부터 핵폭탄 제조용 우라늄 구입을 시도했다는 부시 대통령의 연초 의회 연설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전직 외교관인 윌슨은 1년 전 CIA의 요청으로 니제르를 직접 방문해 조사한 결과 해당 정보가 엉터리였다는 판정을 내렸다. 유엔 산하 IAEA(국제원자력기구)도 관련 정보가 일부 위조서류에 근거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코너에 몰린 부시행정부는 윌슨이 CIA의 요청으로 니제르에 파견된 것은 비밀요원이었던 아내 덕분이었다고 기자들에게 정보를 유출했다.(그러나 윌슨은 70년대 니제르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고 91년 걸프전 직전에는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과 담판했던 미국 외교관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또한 윌슨이 클린턴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실에서 일했고 민주당의 케리와 고어에게 정치헌금을 했다는 점도 털어놨다. 한 마디로 윌슨에 대한 흠집내기였다.



■ 네오콘과 CIA의 싸움

일부에서는 리크 게이트를 딕 체니 부통령과 럼스펠드 국방장관,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등 네오콘(NOECON;부시 행정부의 강경파 실세그룹)과 CIA의 싸움이라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네오콘들은 CIA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위험을 회피하는 데만 급급해 정보수집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었다. 또한 선제공격을 내세우는 네오콘의 입장에서 볼 때 대량 살상무기에 관한 완벽한 정보를 구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CIA는 언제나 관련 정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테러와의 전쟁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윌슨의 주장도 마찬가지라고 네오콘은 규정했다. 특히 윌슨이 자신이 니제르로 파견된 것은 딕 체니 부통령이 CIA에 관련 정보의 평가를 강력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폭로한 것도 네오콘의 비위를 거슬렸다고 한다.

■ 취재원 보호라는 족쇄?

이 과정에서 CIA 비밀요원의 신분이 노출됐고 사태는 리크 게이트로 비화됐다.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호재를 만난 민주당 요구대로 특별검사가 임명됐고 부시 대통령도 특별검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정부에 명령했다.

처음에는 부시행정부도 비교적 느긋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보유출을 했더라도 기자들이 취재원 보호라는 족쇄 때문에 입도 뻥끗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시카고대 연설에서 수행기자들에게 정보를 유출시킨 자신의 보좌관을 고발하라고 말하기까기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과녁을 빗나간 화살

[NYT 매거진의 주디스 밀러 기자] -->
문제는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쥬디스 밀러 기자는 리크 게이트와 관련해 기사를 쓴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반면에 처음으로 CIA 비밀요원의 신분을 노출시킨 로버트 노박과 정보유출자는 아직도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한 로버트 노박 다음으로 CIA 비밀요원에 관한 기사를 썼던 시사주간지 타임의 매튜 쿠퍼 기자도 막판에 정보유출자들의 동의 하에 법정 증언을 승낙하면서 겨우 구속을 모면했다.

패트릭 피츠제럴드 특별검사는 이미 로버트 노박과 정보 유출자들에 대한 조사를 상당히 진척시킨 상태. 그러나 부시행정부의 실세들을 사법처리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하고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서 쥬디스 밀러 기자와 매튜 쿠퍼 기자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정보유출자에 관한 증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언론계 반발

자기 회사의 기자가 구속되자 뉴욕타임즈는 장문의 사설로 즉각 법원의 결정을 반박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즈는 쥬디스 밀러 기자가 감옥행을 선택하지 않기를 원했지만 올바른 일을 했다고 확신한다면서 뉴욕타임즈가 이기건 지건 결국 국민 승리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쥬디스 밀러 기자는 더 큰 자유를 위해 자신의 자유을 양보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위싱턴 포스트 역시 사설에 취재원 보호 의무를 강조하면서 검찰이 재량권을 남용했고 그래서 언론자유에 대한 불필요한 공격으로 보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또 취재원 보호를 위한 연방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쥬디스 밀러 기자가 구속된 날을 '언론자유의 암흑의 날'이라고 규정했다. 또 이번 판결은 직업적으로 고유한 권리를 행사한 기자에게 유례가 없는 처벌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는 국제법의 심각한 침해이며 위험한 선례로 미국이 전세계에 나쁜 신호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 누구를 위한 취재원 보호인가

취재원 보호가 자유로운 언론활동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고전적인 취재원 보호의 영역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시말해서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몰고온 워터게이트 사건의 딥스로트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도 관련 기사에서 이번에 취재원 보호의 대상이 되는 인물은 기업이나 정부의 잘못을 고발한 내부고발자가 아니고 당파적 이해관계에 열중한 정치적 내부자일 가능성이 높은 사건이라고 지적하고 그런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해 기자들이 추상적인 원칙을 지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규정했다. 타임지의 마거릿 칼슨 기자도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에서 기자들이 취재원 보호라는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하찮은 좀도둑을 보호하는 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FAIR(FAIRNESS & ACCURACY IN REPORTING)라는 언론감시단체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정부의 잘못에 대한 내부고발과 정부의 고의적인 정보 유출을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에서 관련 기자들이 불법적으로 정보를 유출한 정부의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 당파싸움의 희생양

이번 사건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화살은 서서히 과녁의 중앙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사법처리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클린턴 대통령이 르윈스키 스캔들에서 벗어난 것처럼 부시 대통령과 그의 분신들도 복잡하지만 그래서 허술한 법의 그물망을 벗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무성하다.

그래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당파싸움에 휩싸인 기자와 하급 공무원들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KBS 김만석 기자 (KBS뉴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