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666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No Attached Image

[카메라기자 18호]  위르겐힌츠페터에 대한 회상

  - 5월, 우리의 원죄에 대한 반성의 씻김굿이 필요하다. -       나준영(MBC)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학교에서도 한참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어느 성당에서 ''광주 비디오''를 몰래 상영한다는 정보는 중간고사가 끝나도 마땅히 갈 데가 없던 어린 청춘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안성맞춤'' 이었다.
그날 성당을 찾아 자리를 꽉꽉 메웠던 어린 눈들은 ''80년 광주''의 ''끔찍한 영상''을 지켜보며 놀라움과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리고, 필름 뒤에 숨어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며 수많은 의문을 품었다.
''도대체 누가 저런 걸 찍었을까? 저건 사실일까? 혹시 북한 놈들의 소행은 아닐까?''

  다음날 학교는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나와 친구들은 첫 회 상영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두 번째로 상영된 영화를 본 아이들은 갑작스레 들이닥친 경찰들에게 붙잡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학교와 부모에게 통보되어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조회 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전날 보았던 무시무시한 영상의 정체를 밝혀 주며 우리를 안심시켜주셨다. ''좌익용공세력과 북한이 우리 국민을 혼란 시키기 위해 만든 영화가 여기저기서 상영되고 있는데 그건 전부 연출된 것이니 현혹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6.10 항쟁이 일어났다. ''대학입시''라는 거대한 괴물도 학교 담장 너머에서 거세게 밀려드는 민주화의 함성을 막지는 못했다. ''6.29'', ''직선제대선'', ''광주 청문회'', ''5공 청문회''로 이어지는 역사적 사건을 먼발치서 바라보며 어린 우리들도 민주화의 가치와 숨겨졌던 진실에 조금씩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우리들에게는 ''80년 광주''의 충격적인 영상 뒤편에 뭔가 무서운 음모가 있음을 말해 주는 듯한 그의 어두운 모습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다시 내가 그를 만난 건 대학의 광장과 로비에서였다. 더 이상 ''그''와 ''80년 광주''는 좌익용공세력의 모습도, 날조된 허구도 아니었다. ''518영상제''가 있던 날, 선배들의 입을 통해서, 대자보와 유인물을 보고서, 또, ''80년 광주''와 관련된 여러 책들을 읽고서야 나는 처음으로, 고등학교 시절 우리가 보았던 영상들이 모두 사실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영상을 기록한 이가 어느 외국 방송사의 파란 눈을 가진 이방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거짓이 진실이 되고, 공포와 두려움이 깨달음과 분노가 되던 순간 수많은 젊은이들이 ''짱돌과 화염병'', ''최루탄과 백골단''이 대립하는 모순의 거리로 내달음 쳤다. 80년대와 90년대 초반의 대학에서 그의 영상 한 편은, 한국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운동가들의 화려한 연설보다, 또, 수없이 쏟아지던 사회 과학 서적들보다 젊은 청년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많은 젊은이들에게 ''진실 된 영상의 힘''에 대해 깊은 관심과 고민들을 갖게 해 주었다.

  어느덧 방송사에 입사해 ''그''와 같은 카메라기자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서 ''그''의 진짜 정체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518''이라는 시대의 사건 속에서 방송과 카메라기자의 모습이 어떠했는가를 따져보아야 했다. 나는 믿어왔었다.
''최소한 우리가 방송을 내지는 못했을 뿐 현장에서 기록하였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 당시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춰 가면 갈수록 우리 방송과 카메라기자의 모습, 보도영상의 존재는 너무도 초라하고 부끄러워져 갔다.
518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군인이 통제하고, 광주시민이 분노하는 사이에서 기록자로서 서있지 못했다. 군인들의 총칼에 힘없이 카메라를 내렸고, 진실을 기록하고 알리지 않는 우리의 모습에 광주 시민들로부터 외면 당해야만 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본연의 임무''인  ''기록자의 운명''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그리고, 그 포기를 통해 ''518''을 딛고 일어선 정권에서 우리는 ''포기에 상응하는 거대하고 달콤한 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 몇 년의 달콤함은 역사의 발전 앞에서 우리들 스스로가 이야기조차 하고 싶지 않은 ''원죄''가 되어버렸다.
내가 그를 다시 한 번 만난 건 2003년 겨울이었다.
나는 신문 기사를 통해 이름도 얼굴도 모르던 그에 대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최초로 80년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공로로 ''송건호 언론상''을 받게 된 독일의 카메라 기자 위르겐힌츠페터.
그는 이미 백발의 노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는 80년대 한국의 민주화 현장을 취재하며 한국의 정권으로부터 입은 부상의 후유증으로 많은 고통을 겪고 있었다.
이에 카메라기자협회가 부랴부랴 간담회를 준비했고, 행사장에 참여했던 한국의 카메라 기자들에게 그는 ''역사의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기록하고 알렸던 사람으로서의 사명감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에게서 동업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당당함이 느껴졌다. 그날 행사 내내, 그리고, 그와의 식사 자리에서 우리는 씁쓸하고 무거운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비록 그와의 만남의 자리에 ''5월의 그날'' 카메라기자로서 역사의 현장에 남아 ''기록자의 운명''을 걸었어야 했던 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80년, 5월의 그날, 기록자의 운명''을 회피했다는 우리 직업의 부끄러운 역사는 ''5월''이 되면 계속 될 한국카메라기자의 거대한 ''원죄''이자 ''업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일본의 반성 없는 역사 왜곡의 문제로 전국이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5월을 맞이한다. 그 5월의 한복판에서 다시 ''80년 광주''가 되 살아나 뉴스와 드라마를 장식하는 커다란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기록한 영상을 대신해 우리의 무거운 짐을 대신해서 져야 했던 한 파란 눈의 외국인이 기록한 역사를 보며 그날을 기억하고 되새기고 있다. ''위르겐 힌츠페터''가 곧 한국을 방문한다고 한다. 다소 늦었지만, 전국 600여 카메라기자의 이름으로 위르겐힌츠페터에게 ''5월의 카메라 기자상''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가 우리 카메라 기자들에게 ''518에 대한 원죄''를 한 번 더 반성하고, ''역사의 기록자''로서 우리의 모습을 재정립해 보는 ''씻김굿''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1. 동기 사랑의 갈증을 풀어 준 행복한 이틀

    <2006 신입 카메라기자 연수 후기> 동기 사랑의 갈증을 풀어준 행복한 이틀 8시~9시 - 출근, 장비점검, 취재스케줄 확인, 아이템확정 후 사전취재, 관련자료 모니터링 9시~21시 - 회사출발, 스케줄에 따라 하루 종일 취재 후 아이템 성격에 따라 송출 혹은 회...
    Date2006.06.13 Views5751
    Read More
  2.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파이팅!

    <2006 신입 카메라기자 연수 후기>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파이팅! 입사 후 어느 덧(?) 7개월, 젊은 패기와 열정을 가지고 여러 현장을 뛰어 다니며 바쁜 나날을 지내오다, 지난 5월 12일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가 주최하는 1박2일 일정의 신입 카메라기...
    Date2006.06.13 Views5605
    Read More
  3. No Image

    검찰청사와 인천공항청사

    <ZOOM-IN> 검찰청사와 인천공항청사 지난 4월 8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세간의 관심은 현대차의 비자금 관련 비리사건에 집중되어 있었고 정 회장의 귀국은 모든 언론의 주요 관심사안이었다. 과거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
    Date2006.05.18 Views5594
    Read More
  4. 영상시대의 새로운 도전

    영상시대의 새로운 도전! 방송환경의 급격한 변화의 물결은 단지 방송 시스템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에 종사하는 방송인들의 의식 변화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방.통신 융합, I(Interective)방송등 중대차한 과도기적 ...
    Date2006.05.18 Views6088
    Read More
  5. No Image

    DMB 방송시대의 도래 - 차별화 된 DMB 방송 기대

    “ DMB 방송시대의 도래 ” 요즘 주변에서 DMB 핸드폰을 쉽게 볼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고가 장비에다 효율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해 이용을 꺼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 가격이 많이 떨어지고 다양한 콘텐츠 개발로 인해 이...
    Date2006.05.18 Views5716
    Read More
  6. No Image

    취재원의 바램, 지켜주고 싶었지만...

    <지역 칼럼> 취재원의 바람, 지켜주고 싶었지만… 부산에 살고 있는 A모씨는 간암 진단 판정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들이 간을 떼어 이식하고 아버지를 살린 일이 있었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2006년 3월 뉴스를 통해 전국에 알려지...
    Date2006.05.18 Views6097
    Read More
  7. No Image

    "카메라기자들 까짓 것..."

    “카메라기자들 까짓것...” 입사하기 전에 보았던 뉴스 한 꼭지가 기억난다. 모 방송사의 고발성 리포트였는데 지방 어느 도시의 건축비리 현장을 폭로하는 기사였던 것 같다. 기사가 어느 정도 나가고 있을 즈음, 그 건축현장에서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취재를...
    Date2006.05.18 Views6245
    Read More
  8. No Image

    하루를 살아도 정규직으로

    하루를 살아도 정규직으로 서민들의 호주머니에 먼지가 날리고 목구멍에 거미줄이 생길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고 한다. 한편에선 무역흑자를 이야기하며 경제가 날로 번창 한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 파트타임, 일용직, 비정규직 등 노동자의 삶은 쪼개져 층...
    Date2006.05.18 Views6576
    Read More
  9. No Image

    알뜰한 당신, 알뜰한 카메라기자!

    제30호 이어지는 인터뷰 - 아리랑국제방송 김태원 차장 1. 카메라기자로서 첫 발을 내딛는 것이 언제이신지? 다른 일을 좀 하다가 1996년에 아리랑국제방송이 개국하면서 입사하여 올해로 11년차가 되었다. 한창 나이 때 입사하여 그동안 결혼도 하고 두 아이...
    Date2006.05.17 Views6259
    Read More
  10. No Image

    언론, 지식과 사고의 커뮤니케이터

    제목 없음 언론, 지식과 사고의 커뮤니케이터 언론이란? 말이나 글로 자기 사상을 발표하여 논의하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 또한 개인이 그 사상이나 의견을 언론에 의하여 발표하는 자유이다. 근대적인 헌법이 기본적 인권으로서 보장하는 자유의 하나이며, ...
    Date2006.05.17 Views5890
    Read More
  11. No Image

    포토라인, 첫 걸음이 중요하다

    <Joom-In> 포토라인, 첫 걸음이 중요하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지난 93년 고 정주영 전 국민당 대표가 검찰에 출두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큰 혼란이 남아있다. 수많은 기자들의 몸싸움, 그 과정에서 발생한 정 전대표의 부상 등 우리 국민들의 마음에 큰 ...
    Date2006.04.18 Views5935
    Read More
  12. No Image

    지방선거 취재, 이런 점 주의하라!

    지방선거 앞두고 선거운동 취재영상 이런 점 주의하라! 5.31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유권자 대부분은 후보자 검증 수단으로 인쇄 홍보물보다는 방송에 의존하는 ...
    Date2006.04.18 Views5657
    Read More
  13. 제주에서의 1년... 이방인에서 가족으로

    <지역국 이야기> 제주에서의 1년... 이방인에서 가족으로 같은 나라지만 비행기를 타고 건너와서 살면서 일한지가 벌써 1년이 됐다. 돌아보면 긴 것 같기도 하고 짧은 것 같기도 한 그런 시간이었다. 처음 제주에 발령받아, 공항에서 내렸을 때의 낯설음은 뒤...
    Date2006.04.18 Views5732
    Read More
  14. No Image

    영상미디어센터의 시대가 도래한다!

    <명예카메라기자 마당> 영상미디어센터의 시대가 도래한다! 영상미디어 시대 그동안 영상은 텔레비젼이라는 매체를 통해 단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이었지만 시민들의 영상향유 욕구 증진과 영상기기의 사용능력 향상으로 직접적인 자기표현이 용이하게 ...
    Date2006.04.18 Views5681
    Read More
  15. No Image

    <릴레이 인터뷰>후배들이여, 꾸준한 승자가 되어다오!

    제목 없음 제29호 이어지는 인터뷰 - 전주MBC 신형우 부장 1. 요즘 많이 바쁘시죠? 근황은 어떠신지? 봄 개편을 앞두고 있어 정신없이 바쁘다. 전주MBC의 경우 취재와 제작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개편의 영향이 크다. 게다가 현재 데스크를 맡고 있어서 더...
    Date2006.04.18 Views6670
    Read More
  16. No Image

    방송사의 몰래카메라 취재기법은```

    [문화일보 2006-03-28 14:39:57] 청와대 비서관의 골프회동을 보도한 방송사의 취재기법이 논란거리다. 골프회동을 첫 보도한 27일 SBS TV‘8시뉴스’는 ‘간큰청와대 비서관, 대기업 임원과 골프’란 보도를 통해 경기 여주한 골프장에서 몰래카메라 기법으로 촬...
    Date2006.03.28 Views4913
    Read More
  17. No Image

    픽션된 논픽션의 세계

    픽션 된 논픽션의 세계 다큐멘터리의 두 얼굴, 예술과 저널 다큐멘터리, 뉴스... 픽션이 아닌 논픽션의 세계를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자 한다. 사람들에게 진실함을 보여주고, 그 진실성은 논픽션 세계의 핵심이다. 다양한 매체 중에서도 영향력이 큰 TV...
    Date2006.03.14 Views6262
    Read More
  18. "아는 만큼 보인다" 선배님, 알고 싶습니다!

    제목 없음 "아는 만큼 보인다" 선배님, 알고 싶습니다! 카메라기자 협회의 대학생 명예 카메라기자로 인사드리게 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3개월 만에 이렇게 다시 수습사원으로 입사소감을 올리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우선 입사 소감을 말씀드리자면 취업...
    Date2006.03.14 Views6321
    Read More
  19. No Image

    위험등급 4등급, 보험등급 군인과 같아

    위험등급은 4등급, 보험등급 군인과 같아 “DANGER MONEY"는 통상 ‘위험수당’을 의미한다. 지난 이라크 전을 취재하면서 국내 방송사들도 이전에 외국의 언론사들에 비해 턱없이 낮았던 ‘위험수당’ 제도를 보완하거나 신설하였다. 더불어 각사마다 차이는 있으...
    Date2006.03.14 Views6197
    Read More
  20. No Image

    <줌인>경험 많은 카메라기자를 활용하라!

    경험 많은 카메라기자를 활용하라 한국의 카메라기자들의 연 취재 아이템 수 평균 250개 이상 한국의 카메라기자들이 1 년 간 취재하는 아이템의 수를 보면 평균 250개가 넘는다. 1년 중 휴일인 70여 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취재...
    Date2006.03.14 Views624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Next
/ 40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