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0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지워진 영상기자, 가려진 진실



사측이 원하는 ‘카메라’라는 존재


2012년 8월 17일 김재철 사장은 보도영상부문을 갈기갈기 해체했다. 경영진은 끊임없이 영상기자 직군의 존재를 부정했다. 그들에게 우리는 어긋난 존재였다. 방송 제작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아니 필요 없는 직군으로 규정했다.

2013년 당시 김장겸 보도국장은 뉴스화면이 지저분해진다는 이유로 영상기자 네임슈퍼를 화면에서 지웠다. 누가 뉴스를 촬영하는지가 중요치 않다는 명확한 메시지였다. 영상기자들은 어느 날 갑자기 무명인이 되었다. 끊임없이 모멸감을 주며, 짤리지 않고 월급을 받는 것만도 감사할 것을 강요했다.

2012년 부문이 폐지된 지 정확히 5년이 지난 어느 날, 경영진들은 아예 영상기자들의 생사여탈권마저 손에 쥐고자 대규모 영상기자 경력채용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경영진이 원하는 ‘카메라’라는 존재는 무엇이었을까. ‘유령’ 같은 존재. 이름이 없다. 속해 있는 조직이 있어도 그곳에서 주변인이다.

왜 취재하는지 묻지 않고 촬영하는 기자. 찍으라는 대로 찍고 궁금해 하지 말고. 가능한 편집도 하지 말고. 묻지 않는 영상의 폐해는 심각했다.

세월호 관련 정부 규탄집회 리포트 편집과정에서 ‘박근혜OUT’ 같은 이름이나 사진, 피켓 화면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가 공공연히 이뤄졌다.

날씨 중계에서마저 세월호 관련 내부지침이 내려졌다. 광화문에서 날씨 중계가 있을 때마다 세월호 천막, 현수막이 화면에 보이지 않게 하라는 지시가 아침뉴스편집부를 통해 중계피디에게 전달됐다. 설치된 중계카메라를 억지로 틀어서 방송하는 일들이 뉴스 중계현장에서 버젓이 일어났다.

백남기 씨 사망사건 초기, MBC뉴스는 민중총궐기 관련 리포트를 연일 보도하면서 정작 백남기 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는 현장 그림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야근자가 수소문한 끝에 영상을 확보했음에도, 장기간 핵심 영상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를 직업적 사명으로 갖고 있는 듯 한 여기자까지 등장했다. 8월 13일 방송된 시사매거진 2580 ‘전쟁위기설, 전망은?’ 아이템에서, 우리는 인터뷰이보다 화면에 더 많이 등장하는 기자를 볼 수 있었다.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기자의 질문 장면, 본인이 전문가인지 인터뷰어인지 헷갈릴 정도의 영상편집. 가능한 모든 영상테크닉을 동원해 자신의 모습을 화면에 가득 채운 리포트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기사보다 기자 자신을 빛내기에 집중하는 아이템이 나가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보도영상!


컨트롤 타워의 부재


컨트롤 타워 공백이 생기면서 업무의 중복이 빈번히 발생했다. 부서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부서 간 취재내용이 중복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서울모터쇼’ 컨셉트카 관련 취재에 경제부 영상기자, 일산 주재 사회부 영상기자, 울산MBC 영상기자 그리고 자회사 6mm 취재진이 같은 취재현장에 몰리는 웃지 못 할 일들이 벌어졌다. <KBO, 경찰청의 MOU>, <철도노조 탄압중단촉구 기자회견>, <최저임금 관련 양대 노총 기자회견>, <의료민영화 반대 서울대병원 파업> 등 그 예는 무수히 많다.

효율적 인력 운영이 불가능해지면서 업무량에 따라 부서별 인력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손을 놓고 있는 부서가 있는 반면, 어떤 부서는 취재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인력수급에 대한 문제는 아직 터지지 않은 시한폭탄처럼 심각성을 더해 가고 있다.

정년퇴직 등 떠나가는 영상기자들이 늘어나지만 정작 신입사원의 충원은 전무한 상태다. 영상기자 수가 점점 줄어들어 청와대, 국회, 국방부, 검찰 등 주요 출입처에서 공동취재에 필요한 인력을 빼면 사안·사건별로 발생하는 풀(공동취재)단을 꾸리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영상낙종의 빈도가 높아지며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흘러간 5년.... 채증의 현장


경영진의 계속되는 학대 속에서 영상기자회 구성원의 삶은 조각조각 산산이 부서졌다. 셋방살이에 주인 눈치를 보듯 살아야 했다.

전문성 없는 취재인력을 비난하거나 MBC보도영상의 질적 하락을 고민하기보다, 삶의 질과 자존감 저하를 먼저 고민해야 했다. 더 이상 기자의 삶을 살 수 없고 ‘카메라’라는 도구적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느껴지는 자괴감과 절망을 감당해야 했다.

기자 개개인이 자신에 삶을 부끄럽게 느껴서인지 연대하지 못하고 서로에게 관심을 끊어야 했다. 그나마 주어진 현실에 자신을 구겨 넣어 적응한 시기도 잠시였다. 치욕의 하한선은 존재하지 않았다. 경영진은 ‘유령’으로 살아가는 영상기자에게 최소한의 양심도 허락하지 않았다. 사내 집회현장에서 공정방송을 외치는 동료들을, 영상취재지시로 교묘히 이름 붙여 채증하도록 요구했다.

2017년 6월 30일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이 MBC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특별근로감독이 진행되는 동안 근로감독관과 근로감독관실을 출입하는 이들의 동태를 하나도 빠짐없이 촬영할 것을 요구했다. 7월 5일, 불법 채증에 대한 노동조합의 항의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근로감독관실 촬영지시는 중단되었다.

수치심과 죄의식에 상처받은 영혼은 조각난 유리잔과 같다. 금이 간 이후에는 다시 온전한 존재로 돌아올 수 없다.

우리는 지난 10년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난 10년간 눈앞에서 MBC뉴스가 철저히 망가져가는 과정을, 우리는 손 놓고 지켜봐야만 했다. 강산이 한 번 바뀌고도 남을 시간동안 우리는 청춘을 흘려보냈고 처절한 아픔과 쓰디쓴 좌절을 맛봐야 했다.

공정성, 신뢰도, 시청률 등 모든 방송지수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는 수모들 당했다. ‘엠빙신’으로 조롱당하며, 가장 먼저 퇴출되어야 할 언론사로 지목받는 씻을 수 없는 모욕도 견뎌야 했다.


MBC 파업 시위 권혁용.jpg




하지만 우리는 이 긴 싸움을 통해 더 단단해졌다. 힘차게 돌입한 이번 파업을 통해, 10년간의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낼 것이다. 새로운 MBC를 만들 것이다. 정권이 바뀌는 것과 무관하게, 흔들림 없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조직으로 MBC를 탈바꿈 시킬 것이다. 공정방송 MBC를 재건하는 것이 우리의 정명이다.


손재일 / MBC


  1. 독일, 저작재산권·인격권 모두 ‘창작자 귀속’ 영국·미국·EU, 창작자의 저작인격권 ‘인정’

    독일, 저작재산권·인격권 모두 ‘창작자 귀속’ 영국·미국·EU, 창작자의 저작인격권 ‘인정’ 저작권법 전문가들은 사용자가 저작인격권까지 갖도록 한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라고 지적한다.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해완 교수는 지난해 작성한 논문‘ 창...
    Date2020.07.08 Views594 file
    Read More
  2. 방통심의위, 시신 운구 영상·드론 촬영 방송사에 잇달아 ‘권고’ 결정

    방통심의위, 시신 운구 영상·드론 촬영 방송사에 잇달아 ‘권고’ 결정 “시신 운구 장면, 시청자 정서 해쳐”… 드론은 승인 없이 촬영해‘ 항공안전법’ 위반 ▲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 (왼쪽부터) 김재영 위원, 박상수 위원, 허미숙 위원장(중앙), 전광삼 위원, 이...
    Date2020.05.11 Views506 file
    Read More
  3. “언론, 인권 감수성 부족” 비판에“ 오히려 잘 된 일” 지적도

    “언론, 인권 감수성 부족” 비판에“ 오히려 잘 된 일” 지적도 방송사, 가이드라인 재정비·직원 교육 실시 등 재발 방지책 본격‘ 가동 ▲ 어머니께 마지막 인사 전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1일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서 열린 어머니 강...
    Date2020.05.11 Views422 file
    Read More
  4. 새로운 플랫폼(Platform)으로서의 유튜브(Youtube)

    새로운 플랫폼(Platform)으로서의 유튜브(Youtube) 제한적인 전통미디어를 벗어나 지리적ㆍ공간적 한계를 벗어난 인터넷 덕분에 전 세계의 뉴미디어와 채널을 통해 다양한 동영상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2005년 공식 출범한 유튜브는‘ 당신 자신을 방송하라(...
    Date2020.05.11 Views545 file
    Read More
  5. 제33회 한국영상기자상 시상식 열려

    제33회 한국영상기자상 시상식 열려 뉴스부문 등 수상작 10편 선정 2019년도 굿뉴스메이커상 봉준호 감독 선정 심사위원회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엄격히 적용 협회, 세월호 유족에게 사과.....사회적참사특조위, 감사의 뜻 전해 ▶ 지난21일 서울 ...
    Date2020.03.12 Views425 file
    Read More
  6. 코로나, 지역사회 전파로 영상기자 안전 '빨간 불'

    코로나, 지역사회 전파로 영상기자 안전 '빨간 불' 현장 기자들 “아침에 일어나는 게 겁나”…“청도대남병원 등 위험 현장 통제선 설치해야” 목소리도 ▲ 지난 2월 24일, 청도 대남병원에서 구급차로 환자 이송 중에 일부...
    Date2020.03.12 Views333 file
    Read More
  7. 전통미디어의 위기 유투브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전통미디어의 위기 유투브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지상파를 포함한 전통미디어가 주도하는 미디어 환경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와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콘텐츠 생산과 공급자로서 전통미디어의 독과점적 지위는 무너지고 보도 ...
    Date2020.03.12 Views1114 file
    Read More
  8. 협회,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발간

    협회,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발간 ‘취재-편집-관리’ 흐름 따라 구성… 영상보도 기본 원칙·드론 취재 준칙 등 제시 ▲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 출판사_그래픽시선 #1. 방사능 유출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
    Date2020.01.08 Views672 file
    Read More
  9. 방송사, 세월호참사 특조위에 이례적 영상 제공

    방송사, 세월호참사 특조위에 이례적 영상 제공 특조위 “협조에 감사… 큰 도움 됐다” ▲ MBC뉴스 화면 갈무리 지상파 방송사들이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산하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소위원회에 세월호 관련 영상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Date2020.01.08 Views459 file
    Read More
  10.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KBS·MBC, 아카이브 재구성 아이템 ‘눈길’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KBS·MBC, 아카이브 재구성 아이템 ‘눈길’ ▲ KBS 아카이브 프로잭트 모던코리아 화면 갈무리 ▲ MBC 백투더뉴스 화면 갈무리 방송사들의 아카이브 활용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각 방송사들은 아날로그 영상...
    Date2020.01.08 Views792 file
    Read More
  11. 협회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연구위원 김창룡 교수, 방통위 상임위원 임명

    협회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연구위원 김창룡 교수, 방통위 상임위원 임명 ▲ 한원상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사진 오른쪽)은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임명된 김창룡(사진 왼쪽) 인제대 교수에게 본 협회의 활동과 노고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지난 11...
    Date2020.01.08 Views428 file
    Read More
  12. 영상을 통해 기록되는 역사의 사실 보도영상실록

    영상을 통해 기록되는 역사의 사실 보도영상실록 언론 불신시대를 살아가는 영상기자 4인의 성찰과 비전 세월호 참사부터 북미 정상회담까지, 역사의 현장에 청춘을 바친 MBN 영상기자 4인이 말하는 2010년대 ▲ 지은이 배완호·김원·한영광&middo...
    Date2020.01.08 Views345 file
    Read More
  13. 협회, ‘2019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초안 공개

    협회, ‘2019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초안 공개 지난해 가이드라인 보완·개정… 11월 말 발간 예정 ▲ 한국영상기자협회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2차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제정을...
    Date2019.11.07 Views4312 file
    Read More
  14. ‘몰카’부터 ‘저작권’까지…다양한 송사 사례 쏟아져

    ‘몰카’부터 ‘저작권’까지…다양한 송사 사례 쏟아져 “드론 촬영 때 기자 면책 위해 체크리스트 마련” 제안도…‘포토라인’은 여전히 논쟁중 ▲ 방송4사 법무담당자와 경찰청, 언론시민연합 관계자...
    Date2019.11.07 Views802 file
    Read More
  15. 원전 취재, 기자 안전 보호 장치 ‘절실’

    원전 취재, 기자 안전 보호 장치 ‘절실’ 취재 전후 검진ㆍ지속적 사후 관리해야…기자 스스로 안전 지키려는 의지도 필요 ▲ 지난 8월 29일 방송된 여수MBC 뉴스데스크 <아직도 끊고 있는 원자로…‥후쿠시마 ‘Y존'을 가다> ...
    Date2019.11.07 Views458 file
    Read More
  16. “드론 취재, 안전이 우선” 항공안전법 준수 등 드론 교육 필요

    “드론 취재, 안전이 우선” 항공안전법 준수 등 드론 교육 필요 ▲ 지난 9월 17일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국내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 농장에 살처분 작업 드론촬영 장면<사진=뉴시스>. ▲ 지난 9월 28일 서울 서초동...
    Date2019.11.07 Views491 file
    Read More
  17. 정경심 교수 모자이크 처리, 피의자 인권 보호 신호탄 될까

    정경심 교수 모자이크 처리, 피의자 인권 보호 신호탄 될까 대부분 언론사 “공인 아니다” 결론 ▲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지난 10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
    Date2019.11.06 Views338 file
    Read More
  18. 모자이크와 초상권

    모자이크와 초상권 해묵은 주제에 관한 글을 하나 쓰려고 합니다. 입사 시험에도 자주 나오는 주제고, 매일 현업에서 마주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모자이크에 관한 부분입니다. 원칙은 분명합니다. 모자이크 사용은 가급적 지양하고 카메라에 노출되는 경우 ...
    Date2019.11.06 Views1769 file
    Read More
  19. 한국영상기자협회, 5·18기념재단과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제정 추진

    한국영상기자협회, 5·18기념재단과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제정 추진 28일 광주에서 첫 세미나…“광주시민 등 국민 공감대 형성이 우선” ▲ 지난 8월 28일 광주광역시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한국영상기자협회와 5&mi...
    Date2019.09.06 Views482 file
    Read More
  20. 세계 자유·민주·평화에 기여한 영상기자 대상…5·18정신 세계화 기대

    세계 자유·민주·평화에 기여한 영상기자 대상…5·18정신 세계화 기대 “공신력 확보, 기금 마련 등 현실적 문제 충분히 검토해야” ▲ 5ㆍ18 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힌츠페터 국제 보도상 제정 세미나에서 인제대 신문방...
    Date2019.09.06 Views345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0 Next
/ 40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