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9 21:32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조회 수 26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내가 글을 쓰는 이유

 

 

noname01.jpg

 

 
 나는 가끔 둘레길 답사기를 쓴다. 그렇게 쓴 글과 사진을 이용해 자사의 뉴미디어용 기사로 출고도 한다. 물론 스스로의 부족함에 심히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도 쓴다. 가끔은 누구도 강요하진 않지만 나만의 마감일을 정하고, 그 마감을 맞춰야 한다는 강박 내지 스트레스 때문에 저 홀로 마음이 바빠지기도 한다. 게다가 쓰는 글이 둘레길 답사기인지라, 걷고, 보고, 느끼는 과정은 그야말로 필수다. 그렇게 걷는 경험 없이는 쓸 수 없는 글이다 보니 걷기 위해 들이는 품도 적지 않다. 둘레길 답사가 정해지면 휴가를 내야하고, 휴일의 시간들을 쪼개야 한다. 이제는 눈도 넓어져 걸어야 할 길, 또는 소개하고픈 길이 지방에 있는 탓에, 한 번의 답사에 이삼일의 여정은 당연하다.
 
  그래서일까? 주변의 동료를 포함해 일부는 그렇게 품이 많이 드는 일을 굳이 하는 이유를 궁금해 한다. 내심 영상기자로서의 본업도 벅찬데(또는, 하는 일이나 잘 하지) 본업도 아닌 일을 하느라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속내가 엿보이기도 한다.  글쎄! 나는 왜 글을 쓸까? 나는 왜 공식적인 업무도 아닌 일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는 걸까? 사실 나 스스로는 내가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비록 부족하지만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 한다는 생각으로 어딘가를 답사하고 또 글을 썼었다. 그런데 이렇게 구체적인 답을 내놓으라는 제안을 받으니 그 이유를 생각해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몇 가지의 이유가 떠오른다.
 
  첫째는 무엇보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평양감사도 제 싫으면 못한다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왜 글을 쓰는 것이 좋을까? 무엇보다 글을 쓰고 유형의 무언가를 생산해낸다는 성취감이 그 이유일 것이다. 내 직업(물론 우리의 직업이다)이 갖는 한계는 콘텐츠를 생산함에도 그 생산된 콘텐츠가 휘발성이 강한 탓에 온전히 보존되지 않으며, 더욱 문제는 그 콘텐츠들이 나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뉴스의 속성상 그것이 당연했다. 또한 역할의 특성도 있으니 생산자로서의 대표성을 운운할 계제도 아니었다. 그러나 세상이 변했다. 아니 달라졌다.
 
  두 번째는 그‘ 달라진 세상’이 이유다. 그 달라진 세상이란 다름 아닌 뉴미디어 시대의 도래다. 어느 순간 세상은 뉴미디어 안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던 것이다. 우연히 들어간 대학원에서들은 뉴미디어 관련 강의 역시 무언가를 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하는 듯했다. 그렇게 뉴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스스로를 계발하게 만들었으며, 그 결과가 글쓰기였던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무한의 공간에서는 각자의 능력 여하에 따라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도, 노출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어느 순간, 콘텐츠 생산이 분업을 통한 공동의 노력이 아닌, 각자의 노력 여하에 달린 지극히 사소한 영역(방송에 비해)으로 옮겨왔던 것이다. 마침 나(또는 우리)에게는 오랜 세월 방송 뉴스 제작에 몸담고 경험했던 자신만의 내러티브(narrative)가 있지 않은가. 뉴미디어의 흐름에 동승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멈추어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것이 퇴보일지라도 움직일 것인가? 나는 움직임을 선택했다.
 
  세 번째 이유는 그‘ 움직임’에 있다. 어차피 움직이기로 했으니, 기왕이면‘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스스로의 발전에 기여해야 했던 것이다. 어쩌면 글을 쓴다는 것은, 나 스스로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면서, 나 자신의 부족함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다행인 것은 누구나 그렇듯 부족함을 알면 그 부족함을 채우려는 의지와 의욕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흔히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아는 것이 없으니 보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연민 내지 애틋함이 생기더라는 말이다.
 
  실제 글을 쓴다는 것은, 나아가 어떤 형식의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새로운 정보와 지식의 습득을 강제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경험까지도 강제한다. 알아야 글을 쓰든 말든 할 것이 아닌가. 그러니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지식을 위해, 경험을 위해 눈과 손발을 예전보다는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던 것이다‘. 쓰는’ 작업이 가져다준 부수적인 덤이면서 글을 쓰는 또 다른 이유였던 것이다. 그러니 비록 작은 부분일지라도 글쓰기는 분명 나를 자극하고, 성장시키는 동력원이라는 사실도 어렴풋하게나마 깨닫게 된다. 그러니 더더욱 무언가를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일이냐 아니냐는 그다음의 문제이다. 일이라는 것도 결국은 개인적인 역량이 업무라는 공적인 영역에서 발현되는 성과나 성취가 아니던가. 나 자신과 조직의 성과에 기여했다면 그것이 바로 일인 것이다.
 
  결국 글을 쓴다는 것은 나 자신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긴 여정의 부분이었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한편으론 어쩌면 방탕하고 무책임했던 지난날에 대한 뒤늦은 회한(?)이 글이라는 도구를 만나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고 게으름이 몸에 밴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막 뗀 걸음마를 멈추고 싶은 생각은 없다. 특별한 목적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니 그저 묵묵히 걸어가기만 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둘레길이든 인생길이든 가리지 않고 꾸준히 걷다 보면, 아마도 이런저런 글들(http://news.sbs.co.kr/news/reporterPage.do?reporterId= cymin)이 내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달고 내 곁으로 달려와 그렇게 쌓일 것이다. 어쩌면 내 앞에 쌓이는 나의 글들이 정작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noname02.jpg

 

  그래서 스스로에게 부탁하노니, 각성이라는 이름의 자신을 향한 발견이면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세상과 나의 간극을 좁히는 방법이기도 한 글쓰기가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염원하면서, 글이라는 새로운 친구들과의 끊임없는 만남을 기대해 본다.

 

 



박대영 / SBS    1624162.jpg

 

 

 

 


  1. 독일, 저작재산권·인격권 모두 ‘창작자 귀속’ 영국·미국·EU, 창작자의 저작인격권 ‘인정’

    독일, 저작재산권·인격권 모두 ‘창작자 귀속’ 영국·미국·EU, 창작자의 저작인격권 ‘인정’ 저작권법 전문가들은 사용자가 저작인격권까지 갖도록 한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라고 지적한다.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해완 교수는 지난해 작성한 논문‘ 창...
    Date2020.07.08 Views596 file
    Read More
  2. 방통심의위, 시신 운구 영상·드론 촬영 방송사에 잇달아 ‘권고’ 결정

    방통심의위, 시신 운구 영상·드론 촬영 방송사에 잇달아 ‘권고’ 결정 “시신 운구 장면, 시청자 정서 해쳐”… 드론은 승인 없이 촬영해‘ 항공안전법’ 위반 ▲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 (왼쪽부터) 김재영 위원, 박상수 위원, 허미숙 위원장(중앙), 전광삼 위원, 이...
    Date2020.05.11 Views508 file
    Read More
  3. “언론, 인권 감수성 부족” 비판에“ 오히려 잘 된 일” 지적도

    “언론, 인권 감수성 부족” 비판에“ 오히려 잘 된 일” 지적도 방송사, 가이드라인 재정비·직원 교육 실시 등 재발 방지책 본격‘ 가동 ▲ 어머니께 마지막 인사 전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1일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서 열린 어머니 강...
    Date2020.05.11 Views424 file
    Read More
  4. 새로운 플랫폼(Platform)으로서의 유튜브(Youtube)

    새로운 플랫폼(Platform)으로서의 유튜브(Youtube) 제한적인 전통미디어를 벗어나 지리적ㆍ공간적 한계를 벗어난 인터넷 덕분에 전 세계의 뉴미디어와 채널을 통해 다양한 동영상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2005년 공식 출범한 유튜브는‘ 당신 자신을 방송하라(...
    Date2020.05.11 Views547 file
    Read More
  5. 제33회 한국영상기자상 시상식 열려

    제33회 한국영상기자상 시상식 열려 뉴스부문 등 수상작 10편 선정 2019년도 굿뉴스메이커상 봉준호 감독 선정 심사위원회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엄격히 적용 협회, 세월호 유족에게 사과.....사회적참사특조위, 감사의 뜻 전해 ▶ 지난21일 서울 ...
    Date2020.03.12 Views427 file
    Read More
  6. 코로나, 지역사회 전파로 영상기자 안전 '빨간 불'

    코로나, 지역사회 전파로 영상기자 안전 '빨간 불' 현장 기자들 “아침에 일어나는 게 겁나”…“청도대남병원 등 위험 현장 통제선 설치해야” 목소리도 ▲ 지난 2월 24일, 청도 대남병원에서 구급차로 환자 이송 중에 일부...
    Date2020.03.12 Views335 file
    Read More
  7. 전통미디어의 위기 유투브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전통미디어의 위기 유투브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지상파를 포함한 전통미디어가 주도하는 미디어 환경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와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콘텐츠 생산과 공급자로서 전통미디어의 독과점적 지위는 무너지고 보도 ...
    Date2020.03.12 Views1116 file
    Read More
  8. 협회,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발간

    협회,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발간 ‘취재-편집-관리’ 흐름 따라 구성… 영상보도 기본 원칙·드론 취재 준칙 등 제시 ▲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 출판사_그래픽시선 #1. 방사능 유출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
    Date2020.01.08 Views674 file
    Read More
  9. 방송사, 세월호참사 특조위에 이례적 영상 제공

    방송사, 세월호참사 특조위에 이례적 영상 제공 특조위 “협조에 감사… 큰 도움 됐다” ▲ MBC뉴스 화면 갈무리 지상파 방송사들이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산하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소위원회에 세월호 관련 영상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Date2020.01.08 Views461 file
    Read More
  10.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KBS·MBC, 아카이브 재구성 아이템 ‘눈길’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KBS·MBC, 아카이브 재구성 아이템 ‘눈길’ ▲ KBS 아카이브 프로잭트 모던코리아 화면 갈무리 ▲ MBC 백투더뉴스 화면 갈무리 방송사들의 아카이브 활용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각 방송사들은 아날로그 영상...
    Date2020.01.08 Views794 file
    Read More
  11. 협회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연구위원 김창룡 교수, 방통위 상임위원 임명

    협회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연구위원 김창룡 교수, 방통위 상임위원 임명 ▲ 한원상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사진 오른쪽)은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임명된 김창룡(사진 왼쪽) 인제대 교수에게 본 협회의 활동과 노고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지난 11...
    Date2020.01.08 Views430 file
    Read More
  12. 영상을 통해 기록되는 역사의 사실 보도영상실록

    영상을 통해 기록되는 역사의 사실 보도영상실록 언론 불신시대를 살아가는 영상기자 4인의 성찰과 비전 세월호 참사부터 북미 정상회담까지, 역사의 현장에 청춘을 바친 MBN 영상기자 4인이 말하는 2010년대 ▲ 지은이 배완호·김원·한영광&middo...
    Date2020.01.08 Views347 file
    Read More
  13. 협회, ‘2019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초안 공개

    협회, ‘2019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초안 공개 지난해 가이드라인 보완·개정… 11월 말 발간 예정 ▲ 한국영상기자협회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2차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제정을...
    Date2019.11.07 Views4315 file
    Read More
  14. ‘몰카’부터 ‘저작권’까지…다양한 송사 사례 쏟아져

    ‘몰카’부터 ‘저작권’까지…다양한 송사 사례 쏟아져 “드론 촬영 때 기자 면책 위해 체크리스트 마련” 제안도…‘포토라인’은 여전히 논쟁중 ▲ 방송4사 법무담당자와 경찰청, 언론시민연합 관계자...
    Date2019.11.07 Views805 file
    Read More
  15. 원전 취재, 기자 안전 보호 장치 ‘절실’

    원전 취재, 기자 안전 보호 장치 ‘절실’ 취재 전후 검진ㆍ지속적 사후 관리해야…기자 스스로 안전 지키려는 의지도 필요 ▲ 지난 8월 29일 방송된 여수MBC 뉴스데스크 <아직도 끊고 있는 원자로…‥후쿠시마 ‘Y존'을 가다> ...
    Date2019.11.07 Views460 file
    Read More
  16. “드론 취재, 안전이 우선” 항공안전법 준수 등 드론 교육 필요

    “드론 취재, 안전이 우선” 항공안전법 준수 등 드론 교육 필요 ▲ 지난 9월 17일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국내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 농장에 살처분 작업 드론촬영 장면<사진=뉴시스>. ▲ 지난 9월 28일 서울 서초동...
    Date2019.11.07 Views493 file
    Read More
  17. 정경심 교수 모자이크 처리, 피의자 인권 보호 신호탄 될까

    정경심 교수 모자이크 처리, 피의자 인권 보호 신호탄 될까 대부분 언론사 “공인 아니다” 결론 ▲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지난 10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
    Date2019.11.06 Views341 file
    Read More
  18. 모자이크와 초상권

    모자이크와 초상권 해묵은 주제에 관한 글을 하나 쓰려고 합니다. 입사 시험에도 자주 나오는 주제고, 매일 현업에서 마주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모자이크에 관한 부분입니다. 원칙은 분명합니다. 모자이크 사용은 가급적 지양하고 카메라에 노출되는 경우 ...
    Date2019.11.06 Views1778 file
    Read More
  19. 한국영상기자협회, 5·18기념재단과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제정 추진

    한국영상기자협회, 5·18기념재단과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제정 추진 28일 광주에서 첫 세미나…“광주시민 등 국민 공감대 형성이 우선” ▲ 지난 8월 28일 광주광역시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한국영상기자협회와 5&mi...
    Date2019.09.06 Views484 file
    Read More
  20. 세계 자유·민주·평화에 기여한 영상기자 대상…5·18정신 세계화 기대

    세계 자유·민주·평화에 기여한 영상기자 대상…5·18정신 세계화 기대 “공신력 확보, 기금 마련 등 현실적 문제 충분히 검토해야” ▲ 5ㆍ18 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힌츠페터 국제 보도상 제정 세미나에서 인제대 신문방...
    Date2019.09.06 Views347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0 Next
/ 40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