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06 13:56

모자이크와 초상권

조회 수 217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모자이크와 초상권

 

 

 해묵은 주제에 관한 글을 하나 쓰려고 합니다. 입사 시험에도 자주 나오는 주제고, 매일 현업에서 마주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모자이크에 관한 부분입니다. 원칙은 분명합니다. 모자이크 사용은 가급적 지양하고 카메라에 노출되는 경우 초상권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이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매번 수많은 사람들의 허락을 일일이 구할 수도 없습니다.

 

 글을 작성하는 오늘(10월 8일) KBS 9시 뉴스를 보겠습니다. 왼쪽 북한 측 인사가 공항에서 나오는 장면에서 사람들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됩니다. 반면 같은 날, 9시 뉴스에서 지하철 9호선에 탑승한 승객들의 얼굴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공항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노출되어도 무방하고, 지하철에 탑승한 승객들의 얼굴은 가려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01.jpg

▲ [사진1] 2019년 10월 8일 KBS 9 뉴스 방송화면 갈무리

 

 이유는 이렇습니다. 실제로 모자이크가 필요한 경우는 1) 자료 화면을 쓰는 경우, 2) 표가 날 정도로 사람들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는 경우입니다. 위 뉴스의 경우 모두 그날 촬영한 원본이기 때문에 1)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2)의 이유 때문인데 왼쪽의 경우 쉽게 알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모자이크를 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오른쪽의 경우 사람들이 특정인을 알아볼 수 있다는 생각에 모자이크를 쳤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렇듯 모자이크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어느 정도가 돼야 이 사람들을 알아 볼 수 있는가. 이것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0.5초 정지화면을 잡아서 간신히 볼 수 있는 사람의 얼굴마저도 누군가는 가려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위와 같은 이유로 초상권이 침해되었다고 해서 민형사상 처벌을 받은 일은 드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촬영을 하는 과정에서 분명하게 거부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라면 아마도 대개는 해당 영상을 사용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러나 초상권과 개인정보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과거와 같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권리에 민감하고 자신의 권리가 엄격하게 보호받기를 원합니다. 인터넷을 통한 다시 보기, 캡처 등이 가능해지면서 초상권과 개인정보 보호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위 사례는 취재 방향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군중이었기 때문에 조금 수월했습니다. 그렇다면 취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람의 경우는 어떨까요? 예를 들어 제가 참여했던 『KBS 시사기획 창 - 병든 새우, 어떻게 국경 넘었나?』라는 프로그램에서는 베트남 새우 수출업체의 실명과 얼굴, 업체명을 모두 공개했습니다. 얼굴과 실명 등을 공개하기까지 제작진들의 고민이 많았습니다. 모자이크를 하지 않았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공개했을 때 제작진이 감수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시청자의 알 권리, 아이템의 집중력 등을 얻을 수 있겠지만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민형사상 소송 등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외국의 경우는 어떤지 살펴봤습니다. 올해 5월 아프리카에서 피랍되었다가 프랑스군에 의해 구출된 한국인 여성 장 모 씨의 경우입니다. 대부분의 국내 언론은 장 모 씨의 얼굴에 모자이크를 입혔습니다. 이 부분은 KBS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다른 방송사, 신문사가 마찬가지였습니다. 반면 당시 사건을 보도했던 외신(르몽드, AFP, BBC 등)은 대부분 모자이크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03.jpg

▲ [사진2] 서아프리카에서 피랍되었다가 프랑스군에 의해 구출된 3인(좌:KBS, 우:AFP)

 

 이 외에도 자료조사를 위해 외신과 국내 언론이 함께 보도했던 사건들을 찾아봤습니다. 2017년 괌에서 어린아이를 차에 방치했다가 현지에서 체포된 한국인 판사·변호사 부부, 2016년 대한항공 기내 난동 사건 등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나라 언론은 변호사 부부의 얼굴과 기내 난동범의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외국 언론은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외신이 대개 모자이크를 하지 않는다고 우리가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각의 나라는 모두 각자의 법과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옮고 그름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원칙입니다.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하며 매번 그때그때 사정에 맞게 편집을 해야 합니다. 소송을 감수해야 하고, 매번 화면을 띄워놓고 모자이크를 칠지 말지 논의를 해야 합니다. 소모적인 논쟁이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김재현 / KBS    KBS김재현 증명사진.jpg

 


  1. 원전 취재, 기자 안전 보호 장치 ‘절실’

    원전 취재, 기자 안전 보호 장치 ‘절실’ 취재 전후 검진ㆍ지속적 사후 관리해야…기자 스스로 안전 지키려는 의지도 필요 ▲ 지난 8월 29일 방송된 여수MBC 뉴스데스크 <아직도 끊고 있는 원자로…‥후쿠시마 ‘Y존'을 가다> ...
    Date2019.11.07 Views575 file
    Read More
  2. “드론 취재, 안전이 우선” 항공안전법 준수 등 드론 교육 필요

    “드론 취재, 안전이 우선” 항공안전법 준수 등 드론 교육 필요 ▲ 지난 9월 17일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국내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 농장에 살처분 작업 드론촬영 장면<사진=뉴시스>. ▲ 지난 9월 28일 서울 서초동...
    Date2019.11.07 Views613 file
    Read More
  3. 정경심 교수 모자이크 처리, 피의자 인권 보호 신호탄 될까

    정경심 교수 모자이크 처리, 피의자 인권 보호 신호탄 될까 대부분 언론사 “공인 아니다” 결론 ▲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지난 10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
    Date2019.11.06 Views460 file
    Read More
  4. 모자이크와 초상권

    모자이크와 초상권 해묵은 주제에 관한 글을 하나 쓰려고 합니다. 입사 시험에도 자주 나오는 주제고, 매일 현업에서 마주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모자이크에 관한 부분입니다. 원칙은 분명합니다. 모자이크 사용은 가급적 지양하고 카메라에 노출되는 경우 ...
    Date2019.11.06 Views2175 file
    Read More
  5. 한국영상기자협회, 5·18기념재단과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제정 추진

    한국영상기자협회, 5·18기념재단과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제정 추진 28일 광주에서 첫 세미나…“광주시민 등 국민 공감대 형성이 우선” ▲ 지난 8월 28일 광주광역시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한국영상기자협회와 5&mi...
    Date2019.09.06 Views579 file
    Read More
  6. 세계 자유·민주·평화에 기여한 영상기자 대상…5·18정신 세계화 기대

    세계 자유·민주·평화에 기여한 영상기자 대상…5·18정신 세계화 기대 “공신력 확보, 기금 마련 등 현실적 문제 충분히 검토해야” ▲ 5ㆍ18 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힌츠페터 국제 보도상 제정 세미나에서 인제대 신문방...
    Date2019.09.06 Views440 file
    Read More
  7. 52시간 근로제 취지는 좋은데…

    52시간 근로제 취지는 좋은데… “인력 충원 안돼 업무피로도 증가…시간외수당 등 임금도 걱정” 52시간 근로제에 대한 계도기간이 한 달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각 방송사가 영상기자들에 대해 유연근로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Date2019.09.06 Views552 file
    Read More
  8. “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 언론상 심사기준에 명문화해야”

    “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 언론상 심사기준에 명문화해야” 수용과 개선방향 세미나… 협회 창립 이래 처음으로 검찰 관계자 참석 ▲ 지난 5월 24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전파진흥협회에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
    Date2019.07.03 Views709 file
    Read More
  9. “초상권 보호 대상, 공인 개념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

    “초상권 보호 대상, 공인 개념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 포토라인 운영 “입장 발표, 사실여부 확인, 질의응답 포함된 형태로 변해야” ▲ 이응철(대검찰청 기획조정부 정책기획과 검찰연구관) (사진 가운데)이 토론자로 나와 발언...
    Date2019.07.03 Views692 file
    Read More
  10. “현장 정착 위해 교육·홍보 필요” “동영상 교육 자료도 효과적일 것”

    “현장 정착 위해 교육·홍보 필요” “동영상 교육 자료도 효과적일 것” ▲ 양재규 변호사(사진 가운데)가 발제자로 나와 발언하고 있다. 지난 5월 24일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제정 경위 및 개정 방향’을 주제로 발제...
    Date2019.07.03 Views604 file
    Read More
  11. ‘김여정 음성 삭제’, 청와대 vs 기자단 충돌로 비화

    ‘김여정 음성 삭제’, 청와대 vs 기자단 충돌로 비화 통일부 “질의응답 과정에서 생긴 오해…최대한 직접 취재할 수 있도록 할 것” ▲ 지난 12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고(故) ...
    Date2019.07.03 Views593 file
    Read More
  12. 제2차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연구팀 출범

    제2차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연구팀 출범 ▲ 제2차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연구팀 회의(사진) 한국영상기자협회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난 4월 5일부터 목동 한국방송회관 15층에서 제2차 ‘영상보도 가이드라인&rs...
    Date2019.07.03 Views578 file
    Read More
  13. [신간 책 소개] 오늘을 역사로 기억하는 영상기자

    영상기자가 쓴 책 오늘을 역사로 기억하는 영상기자 "손에 핸드폰을 쥐고 있는 모든 사람은 잠재적 영상기자이다." "영상 분야 진로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저자_나준영 / 출판사_토크쇼 MBC 나준영 부장(MBC뉴스콘텐츠취재1부)이 24년...
    Date2019.07.02 Views637 file
    Read More
  14. [신간 책 소개] 초상권, 보도되는 자의 권리, 보도하는 자의 윤리

    방송기자 30년 경험자가 쓴 책 초상권, 보도되는 자의 권리, 보도하는 자의 윤리 저자_류종현 / 출판사_커뮤니케이션북스 초상권은 사람이 자신의 초상에 대해 갖는 인격적, 재산적 이익을 의미한다. 법적으로 보호받는 기본권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검찰청...
    Date2019.07.02 Views591 file
    Read More
  15. 검찰 포토라인, 걷어내야 할 악습? “국민 알 권리 중요…더 큰 혼선 생길 수도”

    검찰 포토라인, 걷어내야 할 악습? “국민 알 권리 중요…더 큰 혼선 생길 수도” 협회 “운영 방식 개선 필요…5월 공청회 열어 의견 수렴할 것” ▶ 검찰‘ 포토라인’ 통과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행정권 남...
    Date2019.05.07 Views707 file
    Read More
  16. 포토라인에 선‘ 검찰 포토라인’

    포토라인에 선 ‘검찰 포토라인’ 피의자 인권 중요하지만 긍정적 기능 외면해선 안돼 부상당한 정주영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3년 1월 15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출두하다가 취재경쟁을 벌이던 기자의 카메라에 부딪혀 이마가 찢어지는 불상사...
    Date2019.05.07 Views567 file
    Read More
  17. “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포토라인과 알 권리

    “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포토라인과 알 권리 전 대법원장의 패싱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포토라인을 무시했다. 그는 2019년 1월 11일 검찰에 출석하여 대법원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한 후 검찰청 현관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을 패싱 해버렸다. ...
    Date2019.05.07 Views832 file
    Read More
  18. 제32회 한국영상기자상 시상식 열려

    제32회 한국영상기자상 시상식 열려 대상 수상작 MBC <현장 36.5 시리즈> 심사위원회‘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첫 적용 위법성 있는 제작물 수상작에 배제 언론인으로서 인권을 지키고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 지난 2월 22일 제32회 한국영상기자상 시상식에서 ...
    Date2019.03.12 Views623 file
    Read More
  19.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뉴스 품질 결정, 영상기자와 영상기자상의 명예를 높이다.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뉴스 품질 결정, 영상기자와 영상기자상의 명예를 높이다. 한창 취재에 빠져 있던 오후 3시를 넘길 무렵, 협회 소속 영상기자들 중 일부는 난데없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이의 목소리는 정중하나 ‘추궁’한 내용은 추상같았을 것이...
    Date2019.03.12 Views586 file
    Read More
  20. 국민이 뽑은 숨은 영웅.... “당신이 우리의 영웅입니다.” MBC 故 이용안 국장, 국민추천포상 수상

    국민이 뽑은 숨은 영웅.... “당신이 우리의 영웅입니다.” MBC 故 이용안 국장, 국민추천포상 수상 ▶ 이낙연 국무총리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기 국민추천포상식에서 물에 빠진 장애인 친구를 구하고 숨진 故 이용안 국장의 유족을 포상...
    Date2019.03.12 Views771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41 Next
/ 4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