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건강한 인식(認識)이 먼저

by KVJA posted Sep 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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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건강한 인식(認識)이 먼저

 

 

 

(사진) 부동산 정책 건강한 인식이 먼저.jpg

▲ 새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필자의 가족 <사진/김원>

 

 

 

 결혼을 하고 5년째 되든 해, 어린 시절부터 살던 동네에 작은 집을 하나 마련하게 됐다. 1기 신도시라 연식도 오래됐고,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인 서울(in Seoul)의 아파트도 아니었다. 계약기간이 다 되어 갈 때쯤이면 매번 전·월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독촉과 영하의 날씨에 어린아이를 끌어안고 오르내리는 이삿짐을 바라보고 있는 가족의 모습이 더 보기 힘들어 내린 결정이었다. 삐걱대는 사다리 위를 힘겹게 올라온 냉장고가 새 집구석에 마지막으로 자리를 잡았다. 뽀얗게 먼지가 올라온 거실 바닥을 걸레로 닦아내며 미소를 짓던 아내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최근 연일 언론에 보도되며 전국을 뜨겁게 달구는 부동산 정책이, 1년 전 작은 보금자리에 처음 입주했던 그 날의 기억을 상기시켰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거래와 투기 목적의 다주택 보유를 뿌리 뽑겠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투기과열지구, 조정지역 확대부터 취득세 인상, 보유세 인상, 그리고 양도소득세율 인상까지 무려 22번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들이 아직 화끈하게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값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고, 1 주택자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미치다 보니 정책의 방향 설정부터 잘못된 것이 아니냐 하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도대체 어디가 잘못된 것일까. 강력하고 세밀한 정책이 나올 때마다 여기저기서 신음이 터져 나온다. ‘징벌적 부동산세’, ‘소수만 을 위한 정책’ 등등 좋지 않은 수식어가 달리며 시달리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번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잡음은 항상 끊이질 않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드시 잡겠노라’ 큰소리로 장담했던 집값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춤을 췄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해당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매번 쥐었다 폈다 반복하는 정책 자체의 허술함보다, 부동산에 대한 우리의 그릇된 ‘인식’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처음부터 잘못 놓인 주춧돌 위에 화려한 정책을 제대로 세울 수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인 ‘공급 확대 정책과 투기수요 억제 정책’ 간의 우선순위를 놓고 벌어지는 갑론을박도 결국 ‘부동산에 대한 올바른 인식’ 위에 얹어져야 실효를 낼 수 있다.

 

  ‘부동산’이란 ‘그것을 공정하게 소유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며, 합리적인 거래와 서비스를 도모하며, 양호한 정책의 실현으로 자 유와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아야 하는 실체(reality) 다.’라고 정의된다. 부동산은 사익(私益)을 위해 지역에 따라 부풀려지거나 불법적 투기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공적재화이다. 사람을 재단하는 척도 또한 될 수 없다. 하지만 티브이를 켜면 일부 연예인이나 사업가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널찍한 거실과 욕실로 자신의 부를 자랑하기도 하고, 이제 갓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아파트 평수에 관한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한다. 모임에서 ‘마용성’, ‘동강성’, ‘김부검’이 누구 이름이냐 묻는다면 세상살이의 기본도 모르는 바보 취급을 당할지도 모른다. 정부가 어떤 수를 쓰더라도 ‘부동산은 불패’라는 굳은 신념은 부동산의 본질마저 기형적으로 변형시켜 버렸고, 그 썩은 뿌리는 한국 경제 깊숙이 박혔다.

 

  “우리 아들, 아빠가 나중에 장가갈 때 집 한 채는 해줘야 할 텐 데......” 퇴근길에 얼큰하게 약주를 하고 돌아오신 아버지가 잠들기 전에 입버릇처럼 중얼거리던 말이다. 하지만 내가 결혼할 때까지도 아버지의 그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고 6년이 지난 지금도 죄책감에 미안해하신다. 대한민국의 부동산은 그런 존재다. 인생의 목표이자 꿈이고,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반드시 물려줘야 하는 재산이며 자존심이 되어버렸다.

 

 좁고 낡은 집이지만, 세 식구가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는 ‘우리 집’이 생긴 날. 그때 아내의 걸레질과 웃는 모습을 내가 아직 잊지 못하는 것은, 집이 가장 집다운, 그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기 때문이다. 집은 우리에게 그런 의미여야 한다. 부동산에 대한 건강하고 올바른 인식 위에, 모두가 저마다의 안락한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정부의 따뜻한 부동산 정책이 더해지길 기대해본다.

 

 

김 원 / MBN (사진) 김원 증명사진.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