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by TVNEWS posted Jan 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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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舊한말 조선은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강대국 틈에서 우왕좌왕하다 결국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21세기 현재에도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복잡한 환경에 처해 있다.

다시는 국제정세의 오판으로 인해 나라를 그르치는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국제정세를 읽고 판단해야 할지에 대해 몇 가지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 또는 아시아 중심의 시각에서 탈피하라.

 한국 사람들은 국제정세를 분석하는데 있어서 일반적으로 삼국지나 손자병법 등 중국 고전에 나오는 인간행동 양식에 근거해서 상대국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가 동북아 문제에 있어 상대해야 할 나라는 아시아적인 시각을 가진 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러시아 등 문화적 차이가 다양한 나라들이다.

이들의 전략적 사고방식은 우리와 공통점도 있지만 차이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다른 나라의 전략문화를 관찰함에 있어 우리 중심의 사고체계를 기준으로 상대국의 정치행위를 분석하면 자칫 판단의 오류에 빠질 위험성이 있고 대한제국 시대와 같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융합적인 시각에서 분석하라.

 현대사회는 융합의 시대로 불릴 만큼 특정분야의 지식만으로는 국제정세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판단할 때 정치안보경제금융지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 영향력을 가장 크게 미치는 동맹국 미국의 동북아 전략을 분석할 경우에 중동남미유라시아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지에서 어떤 전략을 가지고 추진하는지 다각적으로 관찰하고 한반도와의 연결고리를 분석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다.

중동지역의 화약고로 내란이 진행 중인 시리아의 경우를 보자.

시리아 사태에 관여하는 나라는 미국유럽연합중국러시아 등 동북아에서도 이해관계가 많은 나라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유엔연설에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서로 다른 대륙에 위치한 북한이란베네수엘라 3개국을 새로운 악의 축으로 선언했다.

세 나라는 작은 나라로서 군사경제적으로 미국의 적수가 되지 않는 나라인데도 말이다.

실제 견제대상은 중국과 러시아이지만 이들 국가와 친밀한 주변국가인 3개국을 표적으로 삼았다.

소련 시절 폴란드, 체코 등 위성국을 외곽에서 공략했듯이 지금은 북한과 같은 중국과 러시아의 주변부를 약화시켜 궁극적으로 중심부를 와해시키거나 견제하는 전략이다.


 셋째, 정국에서 큰 사건이 발생하면 그 나라의 적대국 언론의 보도를 참고하라.

 필자는 국제정세를 파악할 때 미국 관계 사건이 일어나면 반드시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거나 견제 대상국인 중국러시아이란시리아베네수엘라 등지의 언론기사를 검색한다.

물론 이들 국가의 언론이 공정하게 보도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나라별로 비밀정보기관을 가지고 있고 사건의 정곡을 찌르는 진실을 말해주는 사례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외국의 방송과 언론 중에는 자국정부의 프로파간다를 수행하는 곳도 있는데 매체의 특성을 파악한 후에 기사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넷째, ‘위장깃발전술(false flag operations)은 국제정세 이해의 필수항목이다.

 이 전술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내가 해놓고 남이 한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다.

특히 정치군사적인 사건에 있어서 위장깃발전술에 대한 이해는 국제정세를 분석하는데 매우 유용한 관찰법이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면 바로 직후에 누군가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특정집단이 범죄를 공개적으로 시인하는 경우는 그 숨은 의도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실제 범인은 그 사건으로 인해 최종적으로 이익을 얻는 자 또는 국가다.

독자들은 해외에서 테러사건이 발생하면 테러집단으로 유명한 알카에다 또는 IS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사례를 언론보도를 통해 자주 접했을 것이다.

두 집단은 특정국가들이 정치군사경제적 이익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고 특수부대가 훈련을 시킨 그룹이다.

알카에다의 전신으로 오사마 빈 라덴이 속해 있던 무자히딘은 미국과 파키스탄 정보기관이 지원하여 1980년대 아프간을 침공한 소련군에 대항한 테러집단이라는 사실은 전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이 의회에서 증언한 적이 있고,

지난 대선기간 중 당시 트럼프 후보는 미국이 IS를 지원한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1930년대에 일본이 위장깃발전술을 통해 중국을 침략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31년에 발생한 만주사변이었다.

일본 역사학자들의 고증에 의해 이미 전모가 밝혀진 것처럼 당시 관동군은 만주철도를 자신들이 폭파해 놓고 중국의 장개석 군대가 폭파했다고 주장하며 도발의 핑계거리를 찾았다.

앞으로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가 되어 해외로 침략적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할 때 어떤 유형의 위장깃발전술을 구사할 것인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다섯째, 세계 주요 언론이 동시다발적으로 장기적으로 보도하면 반드시 그 의도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20세기 세계 정치사를 되돌아볼 때 강대국은 주요 정치적 아젠다를 설정하면 언론을 통해 프로파간다 작업에 들어간다.

이것은 20세기 초 미국의 유명 저널리스트인 월터 리퍼먼(Walter Lippmann)이 주장한 승낙의 제조'(manufacture of consent)를 통한 여론형성 작업이다.

총칼의 위협으로 국민을 겁주거나 반대의 목소리를 잠재우며 정부의 정책을 시행하는 독재국가와는 달리 민주주의 국가는 프로파간다를 통해 여론몰이를 하고 정부정책을 정당화시킨다.

미디어를 동원하여 대중조작을 추진하는 것은 20세기 이후 일반화된 현상이다.

독일의 나치가 프로파간다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사실은 프로파간다 선진국 중 단연 으뜸은 미국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미국이 세계 여론을 주도하는 통신사와 언론사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이다.

승낙의 제조'가 이루어지는 메커니즘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직 교수나 전문가의 주장뿐만 아니라 유료 광고가 실리지 않는 독립 언론 그리고 정부, 관변단체, 다국적기업 등이 주는 연구비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 의견을 주장하는 퇴직 명예교수, 탐사전문기자 등의 의견이 유용할 때가 있다.


 여섯째, 상대국의 대전략(grand strategy)을 파악하라.

 특정국가의 대전략은 국가의 방향을 정한 큰 그림이다.

대전략은 장기적으로 불변인 경우도 있고 도중에 수정되기도 한다.

동북아 정세를 판단할 때 1990년대 초 네오콘으로 유명한 폴 울포위츠의 주도로 작성된 대전략을 분석한 후에 접근하면 이해가 쉽다.

대전략은 기본적으로 현재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유효하다고 본다.

미국의 대전략은 간단히 정리하자면 소련과 같은 강력한 라이벌 국가 및 지역 패권 출현 방지를 통해 궁극적으로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 유지에 있다.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민주주의, 인권, 자유무역, 인도주의, 테러와의 전쟁 등 다양한 수단이나 수사법이 동원된다.

현재 유라시아 대륙에서 미국의 핵심 견제대상은 중국과 러시아다.

이들 국가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주변국에 무슨 일이 생기면 우선 대전략을 염두에 두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대전략에 따라 미국의 잠재적 정권교체 대상인 국가의 유형을 보고 북한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보기 바란다.

1)미국의 외교노선에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걷는 정권(북한)

2)미국의 묵인 없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나라(북한)

3)독재 또는 권위주의 국가로서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석유국유화 조치를 취하는 등 자원민족주의 노선을 걷는 정권

4)중국러시아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미국과 적대적이며 지정학적 요충지에 있는 국가(북한)

5)미국식 자유시장경제를 부정하고 사회주의 노선을 걷는 나라(북한)

6)미국의 지역패권 유지에 방해되는 국가(북한)

7)미국의 적대국과 친한 국가(북한)

8)천연자원 거래 시 달러가 아닌 위안화 등 기타 화폐로 거래, 브레턴우즈체제 도전, 금본위제 채택 등 미국 중심의 금융체제에 도전하거나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의 근간인 달러에 도전하는 국가 등이다.

현재 북한 외에 미국의 정권교체 리스트에 올라 있는 나라는 대충 다음과 같다.

중국러시아이란카타르시리아레바논예멘베네수엘라쿠바볼리비아니카라과 등이다.

미국과 정권교체에 동조함으로써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서방국가의 언론이 이상과 같은 나라의 정권에 대해 보도하는 경우는 대부분 프로파간다 성격이 짙다.


 일곱째, 국제적 사건의 범인이 신속히 특정되는 경우를 주목하라.

 국내 사건과 마찬가지로 국제 사건의 범인 색출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범인 또는 집단이 사건 직후에 특정되고 사건의 배후까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다.

최근 가장 많이 거론되는 국가가 이란과 그 우호국인 시리아다.

이럴 경우 경제제재나 군사적 조치가 이루어진다.

특정사건은 국제사회로 하여금 경제군사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기 위한 명분으로 활용된다.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이 붕괴되기 전까지는 테러사건이 발생하면 그 배후에 독재자 카다피가 자주 지목되었다.

대체로 배후국가는 이미 서방의 정권교체 대상국 리스트에 올라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상에서 국제정세를 읽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미디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무엇보다도 주의할 점이 있다면 뉴스프로파간다의 구별이다.

뉴스에서 99%진실속에 1%거짓을 포함시키는 것이 전형적인 프로파간다 기법임을 명심해야 한다.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미디어는 외국 언론기사를 비판적 수용 없이 그대로 국내에 내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지어 제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미국의 프로파간다 매체인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가 내보내는 기사를 그대로 받아 보도하는 사례도 보인다.

뉴스프로파간다를 구분하여 국제정세를 국민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미디어 종사자에게 요구되는 책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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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회식

뉴욕주립대학교 박사

역사학자·국제정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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