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3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영상기자와 촬영감독, 뭐가 달라?”

 

45.png

▲지난1월25일영상보도가이드라인광주전남지부온라인교육 <사진왼쪽부터> 나준영부장(MBC뉴스콘텐

츠편집부), 양재규변호사(언론중재위원회), 윤성구기자(KBS 전략기획부), 이승선교수(충남대언론정보학과)

 
 
 
 대학 4학년, 당시 정부의 급진적인 학과 통폐합 정책에 지방대학 학생들의 꿈은 지켜지지 못했다. 이를 보며 분노해 직접 만든 인권 다큐 <지켜주지 못한 날개>. 2014년 KBS 다큐콘테스트에서최우수상을받았다. 자연대 화학과 학생으로 같은 계열 대학원을 준비하던 스물여섯 청년. 내 인생 항로가 바뀐 순간이었다. 이후 나는 KBS <추적 60분> 조연출 및 VJ, 신문사 기자를 거쳐 2018년 겨울. KBS 영상기자에 합격했다.
 
 비교적 취업이 수월한 전공을 뒤로하고, 시사물을 다루는 언론인이 된 이유. 처음엔 막연했다. 즐거움을 주기보다 아픔에 공감을 내가 더 잘한다는 것. 이거 하나였다. 그런 내가 영상기자가 되고 난 후에도 명확히 답하지 못했던 질문. 바로‘영상기자와 촬영감독의 차이’였다. KBS 로고가 달린 카메라와 함께 현장을 누빈 지 2년. 나름의 답을 내렸다. “요리사와 의사의 칼. 이 차이가 아닐까요?” 함께 근무하는 10년 차 촬영감독 선배는 내 질문에 미소를 띠며 자세히 이유를 물었다. “만들고자 하는 요리를 정해놓고 주어진 재료를 맛깔나게 빚어내는 요리사. 어떤 재료를 주어도 그에 맞는 요리법을 적용해 목표한 음식을 만들어 내야 하죠. 반면에 수술실의 의사는 칼로 환부를 열어봐야 그때부터 뭘 해야 하는지 알 아요. 진단 장비로 예측했던 것과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기도 하고요. 그리고 치료를 위해 든 메스가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점도 비슷해요.” 현장은 살아있다. 사전 취재 계획과 다를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의사와 같이 현장에서의 빠른 판단이 생명이다. 그렇기에 영상기자는 마주치는 현장의 윤리적, 사법적 문제들도 매 순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이게 참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에겐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생명과도 같다. 나뿐만 아니라 취재원과 대중을 위해서. 영상보도의 연구와 교육을 위해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영상기자협회는 올해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집필했다. 매년 신입 영상기자들에게 교육을 실시했으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온라인화상교육’으로 전환했다. 직접 대면할 수 없었지만 이런 형식의 온라인 교육의 장점이 분명하고, 또 코로나 위기 이후에도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첫째로, 지역과 연차를 불문하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1월 온라인을 통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교육’에 광주지부에서는 입사 1년차부터 근속 25년 근무한 영상기자들이 참석했다. 오프라인 교육이었다면 한 도시의 방송국을 모두 일시 휴업시켜야 가능한 일이었다.
 
 둘째로 현장기자, 법률가, 학자로 이루어진 강사들은 모두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집필진이다. 이들의 강의는 ‘살아있는 문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매일 촉박한 시간 속에 보도물을 제작하니, 유튜브 게시물을 꼭 사용해야 할 때 저작권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난감하기도 하다. 출처 표기만 하면 문제없다는 데스크의 방침에 명확한 근거가 없어 혼란스럽기도 하다” 당일 교육에서 한 기자가 질문했다. 양재규 변호사는“저작권법에 저작권자의 동의가 없어도 사용할 수 있는 경우들이 있다. 대표적인 목적이 시사보도 목적이다. 이를 위해 공표된 저작물을 일부 사용할 수 있다. 저작권자의 별도 동의가 필요하지 않지만 ‘유튜브’가 아닌 해당 채널을 명확히 출처 표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후부터 온라인 대면 교육의 장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마찬가지로 KBS 윤성구 기자가 “그럼 SNS에 공표된 유명인의 사진도 허가 없이 쓸 수 있나”라고 돌발 질문을 했다. 이에 양변호사는 “공표라는 것의 정의때문에 일반화는 어렵다. 그러나 친구들에게만 공개된 게시물은 사적 영역으로 판단하고, 이를 가져오는 것은 문제가 된다”라고 답변했다. 돌발상황은 멈추지 않았다. MBC 나준영 부장이 “A와 B의 저작물을 C가 합쳐서 만든 경우. 언론사는 C의 영상에 대한 허가를 누구에게 받아야 하는가”라고 기습공격을 했다. 이번엔 충남대 이승선 교수가 나섰다. “일반화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C의 창의적으로 C가 만들어 ‘2차 저작권’으로 인정받았을 경우 책임이 많이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300km 떨어진 서울과 광주에 있는 사람들이 이토록 생동감 있는 토론을 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권역의 영상기자들이 공간의 제약 없이 이에 동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교육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 경험이 많이 부족한 나는 그날 총 7개의 질문을 했다. 덕분에 예정된 강의시간을 훌쩍 넘었지만 불편한 강의실이 아닌 각자 편안한 가정에서 참여했기에 용인됐던 것 같다. “나는 인종, 종교, 직업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의대생들이 의사가 되는 관문 앞에서 읊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한 구절이다. 살아있는 현장 앞에 영상기자들 또한 무엇보다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과 의무를 우선해야한다. 첨예한 갈등 속 냉철한 판단의 근거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집필진과 한국영상기자협회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현장기자들이 사명을 지키는데 필요한 지혜를 만들어주었으니 말이다. 또 멀어져야 살아남는 위기 속에서 화상교육이라는 새로운 시도로 더  가깝고 끈끈하게 호흡했다.
 
 코로나 위기가 끝나더라도 온라인 화상교육은 지속되었으면 한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고군분투하
는 영상기자 동료 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제 환부를 잘 찾아내 도려내고 치유하는 명의의 칼처럼, 우리 사회 아픈 곳을 잘 어루만지고 보듬는 데 나의 카메라를 사용할 일만 남았다.
 
 

정현덕/ KBS광주  (사진) KBS영상기자 정현덕.jpg

 

 

 

 

 

 


  1. [뉴스VIEW]사회적 분노와 불신, 피해자 고통을 키우는 위험한 범죄자 보도

    사회적 분노와 불신, 피해자 고통을 키우는 위험한 범죄자 보도 범죄자의 서사를 강화시키는 언론의 위험한 보도경쟁 사건보도는 뉴스의 특성상 다른 뉴스에 비해 흥미성을 갖추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는 명확한 서사구조와 원초적인 정서를 자극하...
    Date2022.03.08 Views320
    Read More
  2. [뉴스VIEW]노동이 사라진 대선, 영상이 사라진 방송 뉴스

    뉴스VIEW 노동이 사라진 대선, 영상이 사라진 방송 뉴스 노동이 사라진 대선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노동’은 대선에서만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언론에서도 ‘노동’은 사라졌습니다. 얼마 전 당선이 유력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의 ‘최저임금제’, ‘주52...
    Date2022.01.06 Views329
    Read More
  3. [국제뉴스IN]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된 러시아 군대 서방은 무엇을 우려하는가?

    국제뉴스IN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된 러시아 군대 서방은 무엇을 우려하는가? 지난 11월 21일 우크라이나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러시아가 약 9만 2천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접경에 집결시겼다.”고 발표했다. 미 정보당국 보고서는...
    Date2022.01.06 Views248
    Read More
  4. 힌츠페터 국제 보도상 심사 후기 - '응답의 책임감’(answerability)

    힌츠페터 국제 보도상 심사 후기 '응답의 책임감’(answerability) ▲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특집부문 수상작 ‘필사의 여정1, 2’화면 갈무리 ‘영상 저널리즘’의 근본적인 힘은 실제로 발생한 사건의 현장에 없는 수용자들을 그 사건의 목격자(witness)로 만드는 ...
    Date2021.11.17 Views370
    Read More
  5. 취재현장의 유튜버, 취재의 자유와 방해의 경계에서…

    취재현장의 유튜버, 취재의 자유와 방해의 경계에서… ▲ 유튜버들의 취재 방해를 다룬 MBC 온라인 채널 〈엎어컷〉 화면 갈무리 지난 8월13일 이재용 부회장이 서울 구치소에서 석방됐다. 당일 이른 아침부터 검찰 기자단을 비롯한 각 사의 현장 취재진이 이재...
    Date2021.11.17 Views387
    Read More
  6. 제주 수중촬영 교육을 마치며…

    제주 수중촬영 교육을 마치며… 생후 22개월 딸내미의 오열 배웅을 받으며 길을 나섰다. 사랑하는 처자식을 두고 제주도로 4박 5일간의 수중촬영 교육을 떠나게 돼서 마음이 무거웠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물론 가벼운 발걸음은 들키고 싶지 않았다. 만약 꼬리...
    Date2021.11.17 Views376
    Read More
  7. 공공의 이익과 보도과정에서의 중과실

    공공의 이익과 보도과정에서의 중과실 언론의 취재관행 여전히 ‘소수정예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해 매일같이 사건현장을 취재하는 기자가 판단해야할 상황변수는 많다 이를 하나의 윤리규정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기자는 오랜 취재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
    Date2021.09.24 Views277
    Read More
  8. 아프가니스탄 전쟁 20년, 다시 탈레반의 시대로…

    아프가니스탄 전쟁 20년, 다시 탈레반의 시대로… 2001년 9.11테러의 배후로 지목되었던 오사마 빈 라덴 체포협조를 탈레반정권(오마르)이 거부하면서 시작된 아프간 전쟁. AP통신 서울지국 TV기자로 근무하던 필자는 각 대륙에서 1명씩 총3명이 한조가 되어 한...
    Date2021.09.24 Views247
    Read More
  9. 한국영상기자협회 입회에 즈음하여…

    한국영상기자협회 입회에 즈음하여… “‘제3의 눈’으로 한국 사회 발전 보도…협회 회원들과 유대 깊어지길” 우선 저희 외신기자단을 회원으로 받아 주신 전국의 모든 회원님들에게 감사 말씀을 올립니다. 이번에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원으로 가입한 외신영상기자...
    Date2021.09.24 Views314
    Read More
  10. “2021년,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2021년,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지난 6월 8일자 <중도일보>에 “질문과 침묵”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이승선 교수의 칼럼을 본보가 전재를 청하였습니다. 원문의 일부를 가져오되, 필자가 이후 몇 차례 강의를 더 진행하면서 느낀 점을 추가하여 싣습니다. [편...
    Date2021.07.06 Views267
    Read More
  11. 미디어 풍요시대, 필요한 건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미디어 풍요시대, 필요한 건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스마트미디어의 등장은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고 미디어산업의 전반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모바일로 대표되는 스마트미디어는 기술적으로 미디어 이용에 있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주었고, 미디어 이...
    Date2021.07.06 Views357
    Read More
  12. [릴레이 기고 - 협회에 바란다①] 내 삶과 가까운 협회, 내편이 되어주는 협회

    내 삶과 가까운 협회, 내편이 되어주는 협회 협회장에 취임한 지 두 달이 되어갑니다. 협회업무 인수인계, 새로운 사업들의 준비, 협회사업과 연관된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두 달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습니다. 협회장 출마를 마음먹었을 때, 전국...
    Date2021.05.06 Views332
    Read More
  13. <영상기자상>, 첫 심사를 마치고…

    <영상기자상>, 첫 심사를 마치고… 협회 창립 이래 처음으로 지역심사 위원으로 기자상심사 참가 3월 중순, 4년 동안의 부산지부장 역할을 마치고 현업에 열중하던 중 새롭게 협회장에 취임한 나준영 회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올 해부터 이달의 영상기자상 ...
    Date2021.05.06 Views266
    Read More
  14. 세상의 민주주의를 위한 , 세상에 없던 상의 탄생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의 의미

    세상의 민주주의를 위한 , 세상에 없던 상의 탄생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의 의미 힌츠페터가 80년 5월 우리에게 보여준 것 - 한 사람의 올바른 감시자가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한국인에게 1980년 5월은 독재 권력이 국가의 이름으로 시민의 생명과 인...
    Date2021.05.06 Views303
    Read More
  15. 힌츠페터 어워즈, 히어로 메이커 2.0

    힌츠페터 어워즈, 히어로 메이커 2.0 ▲ 3월 5일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조직위원들은 라이펜슈튤 독일대사를 만나, 이 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5.18이 다가온다.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야기하려면 광주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고, 광주의 5.18을 이야기 ...
    Date2021.05.06 Views220
    Read More
  16. 영상 기자와 보건소 직원 부부의 1년간의 사투 (feat. 코로나19)

    영상 기자와 보건소 직원 부부의 1년간의 사투 (feat. 코로나19) ▲ MBC배완호 기자 가족사진 여행의 준비는 늘 즐거웠다.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여행 블로그를 탐험하는 내 눈동자엔 에메랄드빛 바다가 선명히 맺혀있었다. 항공기 예약을 끝으로, 나의 할 ...
    Date2021.05.06 Views287
    Read More
  17. [취임사] 영상기자 100년을 위해 함께 합시다!

    영상기자 100년을 위해 함께 합시다! ▲한국영상기자협회장 이 · 취임식에서 제27대 나준영 회장이 제26대 한원상 회장으로부터 협회기를 전달받고 있다. 영상기자 역사 60년의 해에 영상기자 100년을 향하여 1961년 12월, 대한민국에 오늘을 영상으로 ...
    Date2021.03.11 Views320
    Read More
  18. [이임사] 회장 임무를 마치면서

    회장 임무를 마치면서 2017년 1월 한국영상기자협회장 임무를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 2개월이 흘렀습니다. 돌이켜보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협회의 재정 상태가 적자이고 여건과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임기가 시작되어 어려움도 적잖았습...
    Date2021.03.11 Views623
    Read More
  19. 가슴이 뛰는 일, 한국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가슴이 뛰는 일, 한국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지난 2019년 6월 12일 정부 중앙 청사를 급습하려는 시위대와 대치 중인 홍콩 경찰(사진=필자) ▲지난 2019년 7월 1일, 매년 열리는 홍콩 반환 22주년 기념식이 열리던 날, 홍콩 시민 수십만 명이 범죄인 인도법 반...
    Date2021.03.10 Views478
    Read More
  20. Unprecedented - 코로나 1년과 영상기자

    Unprecedented - 코로나 1년과 영상기자 unprecedented : [형용사] 전례가 없는, 미증유의’ MBC에 입사하기 전, 학생들에게 수능 영어를 가르치던 시절 자주 접했던 단어. 하지만 이 단어를 수능 시험지에서 본 횟수보다 지난 1년간 해외 언론의 기사에...
    Date2021.03.10 Views320
    Read More
  21. 느린 국회, 멈춘 영상기자

    느린 국회, 멈춘 영상기자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유튜버들이 민경욱 전의원 취재하는 모습 ▲2020년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서울지역), 후보 영상 연설모습 일반적으로 변화에 가장 둔감한 조직은 국회, 변화에 가장 둔감한 이들은 정치인이라고 한다. #1....
    Date2021.03.09 Views29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