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7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52시간 근무제를 바라보는 지역방송사 현실

 

 

진성민 사진2.jpg

 

 오늘도 시간 외 근무를 신청했다. 아무 리 발버둥을 치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봐도 시간 외의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없 었다. 하루에 리포트 두 개를 제작하고, 틈나는 대로 미세먼지 날씨 스케치를 해 야 하고, 편집실에서 쓰는 넌리니어 편집 기는 에러 경고가 뜨면서 다운됐다. 방송 시간에 쫓겨 편집을 하다 보면 영혼까지 털리는(?) 기분이다. 거기에 주말근무까 지 있으면 정말.. 내가 속해있는 방송사의 영상기자는 5명. 그중 한 두 명은 연차와 대휴를 소진해야 하니 빠져있다. 5명이 다 있으면 왠지 기분이 좋은 날이다.

 

 주 52시간 근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필자가 속해있는 방송사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2020년 1월 시 행 예정이다. 장시간 근무 환경에 노출 돼 있는 노동자로서 주 52시간 근무제 는 쌍수를 들고 환영이다. 하지만 걱정 부터 앞서는 건 왜일까. 최근 전주MBC 보도국은 토요일 아침 뉴스 폐지를 결 정했다. 전주MBC를 보는 지역 시청자 는 토요일 아침 뉴스 시간에 우리 지역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뜻이다. 회사 는 앞으로 다가올 주 52시간 근무제를 대비하고, 또한 현 적자 상황에서 인건 비 감소를 실현시키고자 결정했다 한다. 기분이 이상했다. 뉴스를 폐지한다? 비 록 휴일 아침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지만 과연 이러한 결정이 맞는 것일까?

 

 이것이 지역사의 현실이다. 토요일 아 침 뉴스를 폐지하듯, 위 제도가 본격 시 행된다면 휴일 뉴스 완전 폐지로 갈 수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대비하려면 두 가지가 실행돼야 한다. 일을 줄이든지 인력을 보충하든지. 인력 보충은 인건비 지출.. 쉽게 얘기해 돈이 드니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역사에는 쉽지 않은 선택이 다. 그렇다면 일을 줄여야 한다. 시간 외 근무가 발생하지 않도록, 휴일 근무가 자 주 생기지 않도록 회사가 지속적으로 관 리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사의 이러한 노 력은 뉴스 시간의 축소 및 폐지로 이어 질 수밖에 없다. 노동자에게 적정 근무 시간을 도입하는 건 환영한다. 하지만 우리의 뉴스가 방송되지 않고, 그로 인 해 지역 시청자의 알 권리 축소로 이어 질 수 있다니 너무도 꺼림칙하다. 일이 많다고 항상 투덜대던 내가, 이러한 걱정 을 하는 걸 보면 아이러니하다.

 

 선택과 집중의 문제로 가야 한다. 작금 의 백화점 나열 방식 뉴스 포맷으로는 주 52시간 근무를 맞추기 힘들다. 지역 현안 을 더욱 면밀히 들여다보고 주요한 핵심 과제를 뽑아내는 능력, 그로 인해 뉴스 시간은 줄더라도 꼭 알아야 할 뉴스, 사 회의 감시견으로서 시청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그런 아이템으로 채워 야 한다. 시간 메꾸기용 뉴스 아이템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뉴스 시 간을 때워야 한다는 데스크의 외침은 머 나먼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자.) 또한 MBC는 서울 본사를 비롯해 지역 16개 사의 네트워크로 이뤄져 있다. 지역의 문 제는 첨예한 대립도 있지만 비슷한 처지 의 현안도 분명 존재한다. 본사를 비롯해
지역 사들의 적극적인 아이템 공유는 지 역의 문제를 상호 인식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으며, 문제점 제시와 해결책에 이르 기까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 수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안정적으 로 도입하고, 지역 시청자들의 알 권리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없다고 생각되 진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맞대면 더 나은 성과를 만들 수 있다.

 

 저번 주 나의 시간 외 근무시간은 10시 간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시간외 근무를 했다. 주말 근무까지 있다면 주 52시간 은 매우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다. 하루 에 리포트 2개 이상, 틈틈이 미세먼지 날씨 스케치, 오래된 넌리니어 편집기로 일을 하다 보니 내 몸은 지칠 대로 지쳐 간다. 난 주 52시간 근무를 손꼽아 기다 리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내 바로 후배는 6년 차 막내. 며칠 후면 7년 차다. 개인 적인 바람은 내 후배가 막내를 탈출할 수 있게 신입 후배를 뽑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바람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통 해 방송 노동자들이 과도한 업무에서 벗 어나고, 더불어 시청자의 알 권리도 충 족하길 바랄 뿐이다.

 

 

 

진성민 / 전주MBC    진성민 사진.JPG

 

 


  1. 일반인과 연예 나영석 PD와 김태호 PD의 전략

    일반인과 연예 나영석 PD와 김태호 PD의 전략 나영석 2018년 6월 18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 라이언스 세미나’. 나영석 PD는 거기서 외국인을 상대로 강연을 했다. 한국에서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이 어떻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는가? 이를 주제...
    Date2020.01.08 Views326
    Read More
  2. 겨울에 시도해 볼 만한 소소하게 와인 마시기

    겨울에 시도해 볼 만한 소소하게 와인 마시기 ▲ MBN 부서원들과 와인 모임을 가졌다(사진 왼쪽 맨 앞이 필자). 삼겹살에 소주, 그리고 와인 한잔. 유난히 술 한 잔이 생각납니다. 그간 건강을 위해 술을 자제해 왔지만 뭐 추운 겨울이잖아요. 저와 일행은 이태...
    Date2020.01.08 Views294
    Read More
  3. 스마트폰 중계, 또다른 도전의 시작

    스마트폰 중계, 또다른 도전의 시작 ▲ 스마트폰 중계를 하는 아리랑TV 현장 분위기 방송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 중이다. 어느새 UHD 화질이 대중화되어가고 있고, 송출도 LTE에서 5G로 발전 중에 있다. 뉴스 영상취재 역시 마찬가지다. 방송 기술 발전의 ...
    Date2019.11.06 Views376
    Read More
  4. [줌인] 고(故) 안정환 선배를 추모하며

    고(故) 안정환 선배를 추모하며 동료들이 검은 옷을 입고 모인 빈소. 차고 건조한 느낌의 형광등 불빛 아래 놓인 영정사진. 그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 왜 그랬는지, 무슨 상황에서였는지 선배는 엄지를 치켜세우고, 비현실적인 미소를 짓고 있다. 지난...
    Date2019.11.06 Views438
    Read More
  5. 워킹대디도 힘들어요

    워킹대디도 힘들어요 ▲ OBS 강광민기자 가족 워킹맘은 힘듭니다. 육아만 하는 것도 너무 힘든데 직장 일까지 같이 해내는 엄마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요?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최근에 남성의 육아 참여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
    Date2019.11.06 Views311
    Read More
  6. [줌인] 수색꾼에게 필요한 것, 단 한 명의 친구, 동지

    수색꾼에게 필요한 것, 단 한 명의 친구, 동지 역사적으로 봐도, 진실과 정의는 언제나 높은 곳에 감춰져 있었다. 그것이 알려지거나 폭로되면 불편해지는 이들이 높고 깊고 후미진 데에 진실을 숨겨 놓았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사실일수록 우연히 땅에 떨어...
    Date2019.09.09 Views322
    Read More
  7. 무분별한 운영, 드론의 위험성

    무분별한 운영, 드론의 위험성 ▲ 지난 7월 18일 한 방송사에서 대구 스크린골프장 화재현장을 감식하고 있는 소방대원의 가까이에 드론을 날리고 있는 장면 4차 산업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는 드론은 손쉽게 온·오프라인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소방...
    Date2019.09.09 Views431
    Read More
  8. [초상권] 살인하면 영웅이 되는 나라

    살인하면 영웅이 되는 나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모텔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장대호(38)라는 사람이 투숙객 A씨와의 다툼 끝에 살인을 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 그는 추호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반말을 했고, 숙박비 4만 원을 주...
    Date2019.09.09 Views330
    Read More
  9. 판문점 북미정상회담과 보도영상

    판문점 북미정상회담과 보도영상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순간이 라이브로 전파를 탔다. 이전 라이브 영상처럼 정제되지 않고 끊임없이 흔들리는 TV 화면이 보는 이에...
    Date2019.09.09 Views223
    Read More
  10. 호모 비디오쿠스는 진화 중

    호모 비디오쿠스는 진화 중 내가 KBS에 입사한 2006년. KBS 9시 뉴스 시청률은 보통 20% 초중반, 잘 나올 땐 30%가 넘었다. 2019년 현재, 시청률은 반 토막이 났다. 다행인 것일까? 아직 시청률은 1위를 고수하고 있으니. 우리가 즐겨보는 네이버뉴스에서 KBS...
    Date2019.09.09 Views417
    Read More
  11. MNG가 바꿔놓은 풍경

    MNG가 바꿔놓은 풍경 2017년 8월. ‘혹시 모르니까.’ 전국이 이글이글 불타고 있던 대한민국보다 조금 더 기온이 높은 필리핀으로 ARF(아세안 지역 포럼) 출장을 떠나게 되었다. ‘혹시 모르니까’ 하는 생각으로 MNG 장비를 챙겼다. 데...
    Date2019.09.09 Views487
    Read More
  12. TV, 올드미디어일까?

    TV, 올드미디어일까? 역사적인 사건의 현장에 서는 순간마다 내가 영상기자가 된 것을 실감한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사건의 현장마다 취재진이 몰려든다. 빼곡히 채워진 포토라인, 그 사이에 서 있을 때면 긴장감을 느낀다. 동시에 내가 영상기자란 것, 역사...
    Date2019.09.09 Views285
    Read More
  13. 우리는 바다에 늘 손님입니다

    우리는 바다에 늘 손님입니다 “잡았다!”, “꿀맛!”. ‘생존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모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자막이다. 문명의 손길이 덜 미친 촬영지에서 출연자들이 자급자족하고 지내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제...
    Date2019.09.09 Views278
    Read More
  14. [줌인] 다름과 깊이가 있는 뉴스

    다름과 깊이가 있는 뉴스 나열 뉴스는 독재 시대의 욕망을 반영한다. 독재 사회에서 뉴스는 특권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특권을 지속시키기 위해 뉴스는 깊이 들어갈 수 없다. 독재 사회에서 뉴스는 깊이 들어가는 순간 그들(언론)이 가진 특권을 잃는다. 역...
    Date2019.07.02 Views447
    Read More
  15. 이상한 출장

    이상한 출장 “카메라 기자 인생 30년에 가장 굴욕적이었어.” “오죽했으면 내가 출장기간에 억울한 부분을 하루하루 메모를 해놨다니까.” “이런 출장 인지도 모르고 갔지.” “갔다 와서 엄청 싸우고 다신 안 간다고 ...
    Date2019.07.02 Views400
    Read More
  16. 아리랑 ‘영상기자’만이 갖는 독특한 영역

    아리랑 ‘영상기자’만이 갖는 독특한 영역 ▲ 아리랑국제방송 스튜디오 ‘아리랑국제방송’은 국내에서 ‘국제방송’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방송 중인 거의 유일한 채널이다. 어느덧 개국한 지 20여년이 흘렀다. 긴 세월이 말...
    Date2019.07.02 Views403
    Read More
  17. 영상기자와 MNG 저널리즘

    영상기자와 MNG 저널리즘 ▲ 영상기자와 MNG 저널리즘 현재의 MNG(Mobile News Gathering)는 고화질 원본 영상을 HEVC 코덱(H.265)으로 압축한다. 모바일 통신망(LTE, 3G 등)을 통해 송출하는‘ 저용량 고효율’ 방식을 사용한다. 불과 1~2Mbps의 대...
    Date2019.07.02 Views995
    Read More
  18. 기억의 상처를 안고

    기억의 상처를 안고 ▲ 한강에서 구조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몇 날 며칠을 쉬지 않고 비가 내렸다. 시커멓게 변한 한강은 점점 수위를 높이며 주변 공원들을 삼켜나갔다.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폭우에 취약시설이 붕괴되고 저지대가 침수되는 사고가 ...
    Date2019.07.02 Views325
    Read More
  19. 뉴미디어 새내기가 본 영상기자의 역할

    뉴미디어 새내기가 본 영상기자의 역할 뉴미디어 부서 생활 6개월, 이곳에 있다 보니 영상기자의 역할이 어디까지인가 고민하는 일이 잦아졌다. 물론 뉴스 영상을 책임진다는 일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우리가 만들던 뉴스가 TV를 벗어나 여러 형태로 확장되면...
    Date2019.07.02 Views568
    Read More
  20. 나열하려는 욕망의 바닥

    나열하려는 욕망의 바닥 하루 중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난도 높은 일이다. 어떤 사건이 뉴스 가치가 높은가? 누가 혹은 누구의 말이 오늘 더 집중 조명될 필요가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개인마다 천차만...
    Date2019.05.08 Views331
    Read More
  21.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몇 달 된 이야기를 꺼내 봅니다. 지난 2월 1일, 수도권 상공에 헬기 2대가 떴습니다. 매년 한다는‘ 경찰청 설 명절 고속도로 교통상황 및 귀성길 장면 취재’를 위해서였습니다. (상황이 대...
    Date2019.05.08 Views37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