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83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줌인>

 

 이미지와 권력 Image and Power

   


유사 이래 이미지와 권력은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이미지에 재현된 인물의 크기가 사회적 신분에 따라 달라졌고, 서양 중세와 르네상스 역시 아우라나, 구도, 혹은 원근법 등을 통해 이미지의 중심이 되는 곳에 지배적 주체들이 배치되었다. 로마와 비잔틴의 분리를 촉발했던 성상파괴(Iconoclasm) 역시 이미지의 재현과 그 제한에 대한 정치적 투쟁의 성격이 깃들어 있고 이미지 전쟁으로도 불리는 종교개혁과 프랑스혁명에서 사용된 팸플릿, 낙서, 회화 등에도 이미지의 정치적, 사회적 기능에 대한 고민과 다툼들이 녹아 있다. 이미지 생산의 대중화 시대를 열어준 사진은 정치와 이미지를 더욱 긴밀하게 연결해 주었다. 나폴레옹 3세와 링컨, 빅토리아 여왕 등 근대의 정치인들 조차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하기 위해 이미지를 활용했다.

이미지의 사용이 훨씬 빈번해진 현대 정치커뮤니케이션에서 영상과 관련된 또 다른 이슈는 이미지들의 변형과 가공이 훨씬 쉬워졌고 그에 따라 이미지와 영상이 점점 더 회화적인 표현 수단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미국 공화당의 미디어 담당관이었던 탄타로스(Andrea Tantaros)는 후보자로 완벽했던 오바마(Obama) 이미지와는 달리, 공화당 후보인 팰린(Palin)은 리터칭을 하지 않은 불완전한 이미지들을 부각하였다며 해당 미디어의 보도가 편향적이란 논평을 냈다. 디지털 시대 이미지는 이제 이미지가 사실인가 아닌가 하는 고전적 논쟁을 넘어 그 자체가 현대 정치마케팅의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커뮤니케이션과 권력관계를 연구하는 카스텔(Castells) 교수는 정부가 유사 이래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의 통제에 기초해서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항상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정부는 태생적으로 민감하다고 진단한다. 그의 말처럼 이미지가 정치의 핵심 요소가 된 영상 시대에 각 정부는 이미지의 자유로운 유통에 민감하다. 그리고 이미지의 영향력은 실제적이다. 일례로, 미국 병사들이 테러 용의자들을 장난처럼 고문하는 장면을 SNS에 업로드 한 아브 그라이브(Abu Graib) 수용소 사건 이후에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의 3/4 정도가 전쟁 개입은 잘못되었다는 의견을 보였다. 베트남 전에 의해서 확증되고, 로드니 킹 같은 역사적 사건들이 보여주듯, 이미지는 휘발성이 강하고 정치적 동원력이 있기에 그만큼 권력은 이미지의 생산과 유통에 민감하다.

최근 영상기자들은 현장에서 통제를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출입이 제한된 국제대회나 남북 이벤트뿐 아니라 일상적 취재의 공간에서도 영상기자들은 점점 더 통제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또 이런 추세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뉴욕대학교 리친(Ritchin)교수는 시리아의 가자지구 등 분쟁지역에서 영상기자들은 어떤 것을 촬영해야 하는지 미리 결정된 동의서에 사인을 해야만 현장접근이 허가되는 상황을 비판했다. 이런 경향은 미디어로 인해 여론이 크게 좌우되던 베트남전 이후 계속되어 온 문제라고 지적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매그넘 출신의 사진기자 필립 존스 그리피스(Philip Johns Griffiths)도 오늘날 현장의 포토저널리즘은 이미 예측 가능한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작업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은 언론사들이 선정적 사진들을 구걸하고 만들어서 내보내면서 독자들의 신뢰를 잃어가는 동안, 정부가 언론사를 패스해서 시민과 직접 소통하려는 움직임을 통해 더욱 복잡한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런 경향이 문제가 되는 지점은 이미지가 기억과 정체성, 그리고 사회의 이슈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상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기억은 불변의 기록(script)이라고 믿고 쉽지만 연구들의 기억은 특히 오래될수록 변형과 왜곡에 취약하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영국 워릭대학교는 미국 선거캠페인에서 존 캐리(John Kerry)가 배우 제인폰다(Jane Fonda)와 반전집회에 참가한 가짜 사진을 뉴욕타임즈가 사용했는데, 시간이 지난 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를 실제의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와 유사하게 2010년 미국 온라인매거진 슬레이트(Slate)는 진짜와 가짜로 뒤섞인 정치적 사건의 사진들을 보여주고 그에 대한 기억을 하는 실험을 했는데, 절반 가까운 독자들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던 사건을 실제로 기억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간 비슷한 연구들 역시 이미지는 상상력과 기억을 지배하고, 이는 정체성과 소속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맥락 하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보는가를 정부가 결정한다는 점은 불편한 지점이다. 최근 기관들이 앞다투어 시행하는 기관 홍보와 뉴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한 직접 소통방식은 정보의 그릇된 전달을 막고 소통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프로파간다적인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위험한 뒷문 역시 열어 놓는다. 911 이후 미국 부시 정부가 이미지를 통해 존재하지 않았던 대량살상 무기의 시각화와 이슬람의 악마화, 그리고 이와 상반된 부시의 이미지 연출 정치는 결국, 이라크 공격에 대한 건강한 공론의 장을 훼손시켰다는 점에서 권력과 이미지의 올바른 함수관계를 성찰할 기회를 준다.

매일 쏟아지는 이미지는 우리의 인지와 사회적 감성, 그리고 상상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집단기억과 정체성으로 연결된다. 국가 권력이 점점 더 많이 행사를 연출하고, 이미지가 어떻게 보이는가를 통제하는 시대는 분쟁적이고 다원적인 의견의 다툼을 생명으로 하는 민주적 원리와도 맞지 않는다. 정치 홍보와 광고 촬영장, 취재 현장, 그리고 현장에서 사실을 구부리는 영상기자, 허구의 영화 장르가 논픽션의 기록물처럼 사용되는 토양, 이미지의 가치를 성찰하지 못하는 미디어 교육 모두가 위험하다. 정부와 언론, 그리고 시민 모두 영상에 대한 올바른 성찰이 필요하다.

 



김우철.jpg

김우철 / MBC


  1. 일반인과 연예 나영석 PD와 김태호 PD의 전략

    일반인과 연예 나영석 PD와 김태호 PD의 전략 나영석 2018년 6월 18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 라이언스 세미나’. 나영석 PD는 거기서 외국인을 상대로 강연을 했다. 한국에서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이 어떻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는가? 이를 주제...
    Date2020.01.08 Views326
    Read More
  2. 겨울에 시도해 볼 만한 소소하게 와인 마시기

    겨울에 시도해 볼 만한 소소하게 와인 마시기 ▲ MBN 부서원들과 와인 모임을 가졌다(사진 왼쪽 맨 앞이 필자). 삼겹살에 소주, 그리고 와인 한잔. 유난히 술 한 잔이 생각납니다. 그간 건강을 위해 술을 자제해 왔지만 뭐 추운 겨울이잖아요. 저와 일행은 이태...
    Date2020.01.08 Views294
    Read More
  3. 스마트폰 중계, 또다른 도전의 시작

    스마트폰 중계, 또다른 도전의 시작 ▲ 스마트폰 중계를 하는 아리랑TV 현장 분위기 방송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 중이다. 어느새 UHD 화질이 대중화되어가고 있고, 송출도 LTE에서 5G로 발전 중에 있다. 뉴스 영상취재 역시 마찬가지다. 방송 기술 발전의 ...
    Date2019.11.06 Views376
    Read More
  4. [줌인] 고(故) 안정환 선배를 추모하며

    고(故) 안정환 선배를 추모하며 동료들이 검은 옷을 입고 모인 빈소. 차고 건조한 느낌의 형광등 불빛 아래 놓인 영정사진. 그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 왜 그랬는지, 무슨 상황에서였는지 선배는 엄지를 치켜세우고, 비현실적인 미소를 짓고 있다. 지난...
    Date2019.11.06 Views438
    Read More
  5. 워킹대디도 힘들어요

    워킹대디도 힘들어요 ▲ OBS 강광민기자 가족 워킹맘은 힘듭니다. 육아만 하는 것도 너무 힘든데 직장 일까지 같이 해내는 엄마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요?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최근에 남성의 육아 참여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
    Date2019.11.06 Views311
    Read More
  6. [줌인] 수색꾼에게 필요한 것, 단 한 명의 친구, 동지

    수색꾼에게 필요한 것, 단 한 명의 친구, 동지 역사적으로 봐도, 진실과 정의는 언제나 높은 곳에 감춰져 있었다. 그것이 알려지거나 폭로되면 불편해지는 이들이 높고 깊고 후미진 데에 진실을 숨겨 놓았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사실일수록 우연히 땅에 떨어...
    Date2019.09.09 Views322
    Read More
  7. 무분별한 운영, 드론의 위험성

    무분별한 운영, 드론의 위험성 ▲ 지난 7월 18일 한 방송사에서 대구 스크린골프장 화재현장을 감식하고 있는 소방대원의 가까이에 드론을 날리고 있는 장면 4차 산업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는 드론은 손쉽게 온·오프라인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소방...
    Date2019.09.09 Views431
    Read More
  8. [초상권] 살인하면 영웅이 되는 나라

    살인하면 영웅이 되는 나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모텔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장대호(38)라는 사람이 투숙객 A씨와의 다툼 끝에 살인을 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 그는 추호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반말을 했고, 숙박비 4만 원을 주...
    Date2019.09.09 Views330
    Read More
  9. 판문점 북미정상회담과 보도영상

    판문점 북미정상회담과 보도영상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순간이 라이브로 전파를 탔다. 이전 라이브 영상처럼 정제되지 않고 끊임없이 흔들리는 TV 화면이 보는 이에...
    Date2019.09.09 Views223
    Read More
  10. 호모 비디오쿠스는 진화 중

    호모 비디오쿠스는 진화 중 내가 KBS에 입사한 2006년. KBS 9시 뉴스 시청률은 보통 20% 초중반, 잘 나올 땐 30%가 넘었다. 2019년 현재, 시청률은 반 토막이 났다. 다행인 것일까? 아직 시청률은 1위를 고수하고 있으니. 우리가 즐겨보는 네이버뉴스에서 KBS...
    Date2019.09.09 Views417
    Read More
  11. MNG가 바꿔놓은 풍경

    MNG가 바꿔놓은 풍경 2017년 8월. ‘혹시 모르니까.’ 전국이 이글이글 불타고 있던 대한민국보다 조금 더 기온이 높은 필리핀으로 ARF(아세안 지역 포럼) 출장을 떠나게 되었다. ‘혹시 모르니까’ 하는 생각으로 MNG 장비를 챙겼다. 데...
    Date2019.09.09 Views487
    Read More
  12. TV, 올드미디어일까?

    TV, 올드미디어일까? 역사적인 사건의 현장에 서는 순간마다 내가 영상기자가 된 것을 실감한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사건의 현장마다 취재진이 몰려든다. 빼곡히 채워진 포토라인, 그 사이에 서 있을 때면 긴장감을 느낀다. 동시에 내가 영상기자란 것, 역사...
    Date2019.09.09 Views285
    Read More
  13. 우리는 바다에 늘 손님입니다

    우리는 바다에 늘 손님입니다 “잡았다!”, “꿀맛!”. ‘생존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모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자막이다. 문명의 손길이 덜 미친 촬영지에서 출연자들이 자급자족하고 지내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제...
    Date2019.09.09 Views278
    Read More
  14. [줌인] 다름과 깊이가 있는 뉴스

    다름과 깊이가 있는 뉴스 나열 뉴스는 독재 시대의 욕망을 반영한다. 독재 사회에서 뉴스는 특권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특권을 지속시키기 위해 뉴스는 깊이 들어갈 수 없다. 독재 사회에서 뉴스는 깊이 들어가는 순간 그들(언론)이 가진 특권을 잃는다. 역...
    Date2019.07.02 Views447
    Read More
  15. 이상한 출장

    이상한 출장 “카메라 기자 인생 30년에 가장 굴욕적이었어.” “오죽했으면 내가 출장기간에 억울한 부분을 하루하루 메모를 해놨다니까.” “이런 출장 인지도 모르고 갔지.” “갔다 와서 엄청 싸우고 다신 안 간다고 ...
    Date2019.07.02 Views400
    Read More
  16. 아리랑 ‘영상기자’만이 갖는 독특한 영역

    아리랑 ‘영상기자’만이 갖는 독특한 영역 ▲ 아리랑국제방송 스튜디오 ‘아리랑국제방송’은 국내에서 ‘국제방송’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방송 중인 거의 유일한 채널이다. 어느덧 개국한 지 20여년이 흘렀다. 긴 세월이 말...
    Date2019.07.02 Views403
    Read More
  17. 영상기자와 MNG 저널리즘

    영상기자와 MNG 저널리즘 ▲ 영상기자와 MNG 저널리즘 현재의 MNG(Mobile News Gathering)는 고화질 원본 영상을 HEVC 코덱(H.265)으로 압축한다. 모바일 통신망(LTE, 3G 등)을 통해 송출하는‘ 저용량 고효율’ 방식을 사용한다. 불과 1~2Mbps의 대...
    Date2019.07.02 Views994
    Read More
  18. 기억의 상처를 안고

    기억의 상처를 안고 ▲ 한강에서 구조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몇 날 며칠을 쉬지 않고 비가 내렸다. 시커멓게 변한 한강은 점점 수위를 높이며 주변 공원들을 삼켜나갔다.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폭우에 취약시설이 붕괴되고 저지대가 침수되는 사고가 ...
    Date2019.07.02 Views325
    Read More
  19. 뉴미디어 새내기가 본 영상기자의 역할

    뉴미디어 새내기가 본 영상기자의 역할 뉴미디어 부서 생활 6개월, 이곳에 있다 보니 영상기자의 역할이 어디까지인가 고민하는 일이 잦아졌다. 물론 뉴스 영상을 책임진다는 일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우리가 만들던 뉴스가 TV를 벗어나 여러 형태로 확장되면...
    Date2019.07.02 Views568
    Read More
  20. 나열하려는 욕망의 바닥

    나열하려는 욕망의 바닥 하루 중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난도 높은 일이다. 어떤 사건이 뉴스 가치가 높은가? 누가 혹은 누구의 말이 오늘 더 집중 조명될 필요가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개인마다 천차만...
    Date2019.05.08 Views331
    Read More
  21.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몇 달 된 이야기를 꺼내 봅니다. 지난 2월 1일, 수도권 상공에 헬기 2대가 떴습니다. 매년 한다는‘ 경찰청 설 명절 고속도로 교통상황 및 귀성길 장면 취재’를 위해서였습니다. (상황이 대...
    Date2019.05.08 Views37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