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찬칼럼> 이제는 변해야 할 때, 다문화가정

by TVNEWS posted Nov 1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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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마다 TV에 꼭 등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문화 가족입니다. 다문화 가족이란 외국 국적의 사람이 한국 사람과 결혼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과 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을 일컫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다문화 가족이 벌써 3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그 중 10만 명은 어린입니다. 한양대 병원과 서울대병원이 공동으로 다문화 가족 어린이들의 정신심리 상태가 어떤지 조사해봤습니다. 그런데 TV에 등장하는 다문화 가족의 모습과는 달리 심각한 불안증세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연구를 진행했던 박사는 그 이유들의 근본에는 언어 소통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제가 한 다문화 가정을 찾았을 때 그 이유가 맞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 중랑구의 한 다문화 가정이었습니다. 베트남 여성이 2년 전 한국 남성과 결혼해 아들을 낳고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 온 지 2년이 넘었지만 우리말로는 거의 의사소통이 안될 정도로 우리말이 서툴렀습니다. 엄마가 그렇다 보니 아들도 우리말은 거의 못합니다. 엄마가 베트남 말을 할 때 더 빨리 반응합니다. 몇 달 전 새벽 두 시 즈음, 이 아이에게서 고열이 났습니다. 엄마는 열이 심상치 않다고 느껴서 남편을 깨웠습니다.

남편은 화물 운전을 하는데 새벽 여섯 시에 출근해서 밤 열두 시에 퇴근하는 빡빡한 일정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원래 통역을 도와주는 분에게 연락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문화 센터가 있는데 언어별로 통역을 도와주는 분이 한 명씩 배정되어 있습니다. 통역원에게 연락을 했지만 역시 새벽 두 시라서 통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방법으로 119에 전화했습니다. 하지만, 집주소는 물로 어떤 상황인지 119대원이 알아듣게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다문화센터의 통역원과 연락이 닿은 다음날 오전에야 병원에 갈 수 있었는데 그 사이 방광염이 요도를 타고 콩팥까지 올라가 신장염까지 진행됐습니다. 중환자실 치료를 받고서야 회복됐습니다.


한양대 병원과 서울대병원 공동 연구에서 다문화 가정의 여성의 불안지수는 비 다문화 가정보다 3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녀는 비 다문화 가정의 비슷한 또래 아이들보다 3.5배나 더 불안해 하면 살고 있었습니다. 다문화 자녀에게서 불안지수가 가장 높은 이유는 이렇게 설명됩니다. 아기는 엄마와의 애착관계가 중요한데 엄마와의 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다문화 여성에게 서툴러도 아이에게 한국말로 말할 것을 권해왔었습니다. 그래야 아이도 한국말을 배울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엄마와 아이의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되지 않아서 인생의 시작부터 불안지수가 높을 수 있습니다. 좀 더 커서 어린이 집이나 학교에 가게 되면 외모가 다르고 언어가 서툴러서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또래 집단을 부모 이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기라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게 큰 스트레스로 이어집니다. 게다가 언어 능력이 부족하면 때문에 학교 공부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아 스트레스는 가중됩니다.다문화 가정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연세대학교 박사과정 이주희씨는 다문화 가정의 교육수준은 비 다문화 가정보다 낮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낮은 교육수준은 경제력도 어렵게 만듭니다. 교육 수준과 경제력이 낮으면 스스로 한국말을 원활하게 습득하기 어렵습니다. 

사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미국이나 영국의 다문화 가정 연구를 보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그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부터 엇나가지 쉽고, 성인이 됐을 때 사회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그래서 미국과 영국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또래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하는데 특히 언어는 학교에서 따로 1년 이상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들을 교육하고 잘 적응하게 시키는 게 다문화 가족과 비 다문화 가족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현재 10만 명의 다문화 가정이 아이들이 우리사회에 있습니다. 그 아이들이 아직은 육체적으로 힘이 없는 초등학생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이 상태로 육체적으로 힘이 센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그리고 성인이 된다면 결코 지금처럼 따돌림을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먼저 우리말이 서툰 다문화 엄마에게 모국어 대신, 서툰 우리말로만 아이와 대화하라고 권유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애착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아이의 정신발달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먼저 모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아이와 엄마의 애착 관계가 잘 형성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사회적인 어떤 별도의 시스템 안에서 한국어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엄마와 아이게 언어 교육 지원을 해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문화 가족에게 한국 국적만을 주는 것을 넘어서 진정한 우리나라 사람으로 그들을 받아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조동찬 / SBS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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