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05 14:53

트라우마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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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탈출

 

 

트라우마 탈출(사진).jpg

▲ 2019 수중촬영 업그레이드교육(제주도 서귀포)

 

 어릴 적 바닷가에 놀러 가서 파도에 휩쓸려 죽을 뻔한 기억이 있다. 그 이후엔 바닷물에 발도 담그지 않았다. 그냥 모래사장에서 멀찌감치 바라만 볼 뿐. 내게는 바다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던 것이다. 대학시절 영상기자가 되어 보겠다고 준비를 하던 중 나의 트라우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수중 촬영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난 잠수는 물론이고 수영조차 못 하는 맥주병이었다. 무작정 수영을 시작했다.

 

 스킨스쿠버 자격증에도 도전하자 생각까지 했지만, 학생 신분으론 비용 감당에 무리가 있어 실천하지는 못했다. 지금 나는 휴일에 자유수영을 갈 만큼 수영이 취미가 됐다. 그것만 해도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1년 차였던 작년 한 해는 정신없이 지나갔다. 입사 후 얼마 있다가 영상기자협회와 언론진흥재단이 공동으로 ‘2019 수중촬영 교육’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나에겐 절호의 기회였다. 어린 시절, 바다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전천후 영상기자가 되어보자고 하는 다짐으로 참가하게 됐다.

 

 가장 아래 단계인 오픈워터, 기초 단계부터 배웠다. 물속에서 숨을 쉬고 유형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비들의 점검과 입는 과정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20kg에 육박하는 장비들은 다루기가 만만치 않았다. 오픈워터를 취득하는 초보 단계에서는 촬영은 불가능하다. 물속에서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물속에서는 지상과 다른 기압으로 인하여 귀가 아플 수 있기 때문에 이퀄라이징이라는  기압을 맞추는 과정을 터득해야 하고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과정에서 폐 속 공기의 양에 따라 몸이 뜨고 가라앉는 중성부력 연습도 해야 한다. 공기통을 메고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일이 아니다.

 

 두 번째 날부터는 진짜 바다로 향했다. 태어나서 처음 마주하는 제주 바다에 신고식을 제대로 했다. 어린 시절 바다에 대한 트라우마 이후 바다에 가본 적이 없던 탓에 바닷물의 짠맛조차 경험하지 못한 나로서는 입과 코로 들어오는 짠물에 당황했다. 첫 실전 바다이기 때문에 방파제 앞 얕은 바다에서 진행됐다. 멋지게 유형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중성부력도 유지하기 힘들어 오리발로 온갖 흙과 부유물을 일으키고 다녔다. 오전 오후로 나눠 진행된 교육은 오후로 갈수록 바다에 적응해 나가는 것 같았다. 호흡과 유형이 좀 더 편안해졌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바다와의 첫 조우를 마쳤다.

 

 세 번째 날은 섶섬이라는 곳으로 배를 타고 나가 교육이 진행됐다. 여태 교육받았던 곳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진짜 바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서서히 깊어지는 바다가 아닌 절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나를 옭아매던 물에 대한 트라우마는 이틀 동안의 교육과 내 몸을 감싸고 있는 든든한 장비들로 인해 사라졌다. 물속 아이언맨이 된 것 마냥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협곡과 절벽도 물속에서는 멋진 글라이딩 코스였다. 무엇보다 바다 생명체들이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게 흥미롭다. 니모도 볼 수 있었고 불가사리, 전복, 소라, 살랑살랑 오색 빛을 내는 산호들 역시 시선을 빼앗는 장관이었다.

 

 20년 만에 처음 접한 바다는 태풍도 물리고 나를 두 팔 벌려 환영해 주었다. 교육을 가기 며칠 전 제주에는 태풍 타파가 상륙했었고 하마터면 교육이 불가한 상황이 될 수 있었다. 바다가 허락해준 교육이라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잠수 경험이 없던 탓에 ‘수중촬영 교육’ 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없는 교육이 계속되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과거 바다에 대한 트라우마도 극복하고 수중촬영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값진 경험이었다. ENG로 일반적인 취재를 하는 것을 지상전이라 하고 드론을 사용하는 것을 공중전이라 한다면, 잠수를 통한 취재는 수중전이 될 것이다. 육해공 모두 촬영 가능한 역량을 지닌 영상기자가 되고 싶다.

 

 영상기자들의 역량 증진을 위해 이번 교육을 준비해주신 협회와 언론진흥재단, 강사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박장빈 / KBS    KBS 박장빈 증명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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