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사회는 참담한 소식을 연이어 마주하고 있다. 광주제일고등학교(광주일고)와 야구 경기 중 서울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혐오 발언을 구호로 외쳤고, 배재고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7월6일 광주를 찾아 피해 학생과 광주 시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신군부가 저지른 학살을 조롱하는 반인륜적 발언은 ‘놀이 문화’가 됐고 민주시민교육과 헌법 가치에 기반한 역사교육 필요성이 모범답안처럼 제기된다.
스타벅스가 5·18 등을 악용한 마케팅을 하고, 배제고 선수들이 스타벅스 마케팅을 가져다가 5·18을 재차 농락한 행위엔 미디어의 책임도 있다. 언제부터인지 광주에서 벌어진 집단학살의 참상이나 피해자들의 절규, 이를 치유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을 미디어에서 찾기 어렵다. 역사적 맥락이 제거된 이미지 한 컷, 쇼츠 하나가 5·18을 대표했고, 이는 쉽게 왜곡됐다. 50년 가까이 흐른 80년 5월은 그렇게 과거의 한 사건이 됐다. 그러면서 인권을 짓밟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른 채 그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또 다른 5·18들이 조롱받을 처지가 됐다.
5·18을 길어 올리는 언론인들의 노력
이러한 망각과 왜곡의 흐름에 맞서는 언론인들의 노력이 더 소중해졌다. 최근 최연송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을 만났다. 그를 만나면 영상기자협회의 가장 큰 사업인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식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 상은 목숨을 걸고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을 카메라에 담아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영상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기자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협회와 5·18기념재단이 지난 2021년 만든 상이다. 올해로 6회째인데 해가 갈수록 상의 관심과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 매년 11월 시상식엔 또 다른 ‘광주’를 취재한 언론인들이 한국에 모인다.
2025년 힌츠페터국제보도상 대상을 받은 프랑스 프리랜서 영상기자 마리안 게티(Marianne Getti)와 아녜스 나밧(Agnes Nabat)은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Tigray) 지역에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2년간 벌어진 ‘인종 학살’과 성폭력을 카메라에 담았다. 전쟁 직후 8개월간 티그리아 여성 인구 10분의 1에 달하는 12만 명이 성적 가해를 당했고 에티오피아 고위 인사들이 대놓고 살인을 부추기는 발언을 했으며 에티오피아 총리는 여성 강간을 사소한 일처럼 취급했다. 이들은 여행 비자로 티그라이에 진입해 셀카봉과 작은 카메라 등으로 20명의 피해 여성을 인터뷰하고 현지 여성들 몸에 새겨진 성적 가해의 증거들을 수집했다. 영국 프리랜서 영상기자 필립 콕스는 지난 2016년 아프리카 수단의 민주주의 활동가 이야기를 취재하다 수개월간 비밀 구금 시설에 수감되며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었지만 2022년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을 받으면서 ‘외상 후 성장’을 겪었다고 했다.
‘혐오 놀이’를 하는 학생들이 제2·제3의 힌츠페터를 만난다면 학생들에겐 5·18이 그저 오래전 광주에서 벌어졌던 사건일지 모른다. 이들에게 ‘혐오를 놀이로 활용해선 안 된다’라는 비판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모르겠다. 언론인들이 추구하는 ‘진실의 힘’이 여기서 필요하다. 학살은 전 세계에서 반복되고 있고, 그 현장을 취재·보도한 기자들도 그 고통에 아파하고 있다. 이에 영상기자협회는 이들을 제2, 제3의 힌츠페터로 기리는 시상식을 준비한다. 전 세계에서 온 작품을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 치유의 현장에 학생을 비롯해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할 수 있다면 매일 같이 혐오가 난무하는 분위기가 다소 완화되지 않을까.
미디어 오늘 기자 장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