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풀' 대전환과 영상 IP 논의 시작해야
채널A 가입으로 전환점 맞아
대한민국 방송 뉴스의 최전선에서 공동 취재 시스템을 이끌어온 '영상기자단 풀(Pool)'이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채널A가 한국영상기자협회의 새로운 회원사로 공식 가입하면서,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을 아우르는 영상기자단의 지형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종합편성채널 출범 당시, TV조선·JTBC·채널A와 연합뉴스TV 등 신생 언론사들은 기존 지상파 중심의 풀단(1풀)에 합류하지 않고 독자적인 '2풀'을 구성해서 운영해 왔다. 이로 인해 주요 취재 현장에서는 불필요한 경쟁이 늘면서 취재원의 불편과 피로도가 증가하게도 했다. 과열 취재는 현장의 혼란을 키우고, 정작 시청자에게 전달돼야 할 생생한 현장 영상보다 취재진 간 물리적 충돌이 부각되는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에 걸쳐 JTBC와 연합뉴스TV 등이 차례로 협회에 합류한 데 이어, 올해 6월 채널A까지 회원사로 가입하면서 종편·보도채널 매체가 하나의 울타리 안에 모이게 됐다. 채널A의 이번 가입은 회원사 하나가 늘어난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KBS·MBC·SBS·YTN·MBN·OBS 등 6개사 중심으로 굳어져 있던 취재 풀단의 운영 방향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물론 풀 체계의 확대가 단순히 긍정적인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통합 풀이 국회·청와대 등 주요 출입처로 확장될수록, 시청자들은 사실상 동일한 영상 소스를 바탕으로 한 뉴스를 여러 채널에서 반복해서 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느 채널을 선택하더라도 화면의 차별성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는 시청자의 능동적 선택권을 축소시키고, 방송 영상 저널리즘의 다양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풀 취재는 본래 취재 대상이나 공간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필요악이다. 대통령 전용기 내부, 핵심 외교 행사, 접근이 엄격히 통제된 사법 절차 등이 그 전형적인 사례다. 문제는 이러한 불가피성의 논리가 점차 확장되어, 취재진의 편의나 개별 언론사의 인건비 절감을 위한 수단으로 풀 취재가 무분별하게 활용되는 데 있다. 풀이 저널리즘적 필요가 아닌 경영 논리에 의해 설계될 때, 그 피해는 결국 현장 취재 역량의 약화로 이어진다.
풀단끼리 서로 경쟁을 하는 틈바구니속에서 언론의 팽팽한 견제를 받아야할 권력기관들은 이를 역이용하고 있다. 단일한 기자단 또는 풀단이 없는 상황에서 누구의 손도 들어어줄 수 없다는 이유로 개별출입처의 전속이 촬영해서 제공해주는 영상이 늘어나고 있다. 기관장이나 특정 대상의 현장의 모습은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대로만 촬영을 전속촬영팀의 프레임으로만 담길 수밖에 없게된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통령 녹취를 담당했던 전속팀이 카메라가 고장났다는 이유로 대통령의 말실수 부분을 방송사에 풀하지 않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면 합리적으로 설계된 풀 체계는 분명한 효용을 갖는다. 행사성 또는 동정(動靜) 취재처럼 차별화된 영상 가치를 생산하기 어려운 일상적 밀착 취재의 부담을 풀로 분담한다면, 각 사의 영상기자들은 단독 취재와 심층 보도에 인력과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모든 곳을 영상취재하는 대신 취재의 우선순위를 전략적으로 배분하는 것, 이것이 풀 체계가 제대로 기능할 때 가져오는 핵심 가치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현장 인력난이 심화되는 지금, '2풀' 체제를 별도로 유지하며 현장 취재의 과잉을 유발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동시에 풀의 확대가 영상 획일화와 저널리즘 약화로 귀결되지 않도록 그 범위와 원칙을 명확히 설계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통합 풀단 체계는 단순한 인력 효율화가 아니라, 시청자의 알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구조적 기반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책방송인 KTV가 '영상 무상 공개'를 내세우며 기존 풀단에서 이탈하는 등 공적 영역의 영상 공유 체계마저 균열을 겪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영상기자들이 현장에서 생산한 영상 콘텐츠의 지적재산권(IP)이 얼마나 취약하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상기자의 취재행위로 만들어진 영상이 제도적 기준 없이 무상으로 유통되거나 귀속 주체가 불분명한 상태로 방치된다면, 이는 영상기자가 만들어내는 영상저작물에 대한 권리관계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방송영상 저널리즘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갉아먹는 사안이다.
이제 풀단의 역할은 현장의 단순한 인력 배치나 영상 공유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동 취재단이 생산한 영상의 권리를 각 사가 어떤 비율과 방식으로 보유할 것인지, 재판매 또는 아카이브화 시 어떤 절차적 기준을 따를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영상기자의 최소한의 권익이 보호될 때 비로소 현장의 취재 역량이 유지되고, 그 결과가 양질의 정보로 시청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채널A의 가입을 계기로 한국영상기자협회가 중심이 되어, 합리적인 통합 풀단 구축과 뉴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영상 IP 가이드라인 수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다. 풀의 확대는 저절로 영상저널리즘의 진보를 의미하지 않는다. 어떤 원칙 위에 풀을 설계하느냐가 곧 한국 방송 영상 저널리즘의 앞날을 결정할 것이다.
KBS 신봉승 / 본지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