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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카르텔

관리자 2026-09-01 조회수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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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로 그 일대 지역이 통신까지 끊겨 LTE 중계는 물론 현장

영상 송출도 어려웠던 기억이 여전히 눈에 선하다. 의성에서 시작해 주변 청송과 영덕까지 3곳에

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된 초대형 산불로 그 피해 현장은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처참했다. 천년

고찰 고운사는 잿더미가 되고 불길이 지나간 과수원, 농장, 산림 등은 폐허가 돼 조용했던 산골 마

을은 온통 타버려 사상자가 속출했다. 그에 앞서 2019년에 발생한 강원도 고성 산불을 취재할 때

도 화마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과 생활터전 등 재난 구호와 피해 복구에만 주목했었고, 산림 복원

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 당연히 우리가 내는 많은 세금으로 산불 피해 복원 사업을 잘 하고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던 어느 날 데이터 저널리스트인 배여운 기자가 산불 조림업체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수상한 점을 발견한 것이 이 취재의 시작이었다. 조림 사업에 입찰한 업체들이 회사명은

각각 달랐지만, 회사 연락처가 대부분 동일했다. 이러한 미심쩍은 데이터 결과를 듣고, 관련 전문

가와 기사들을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을 반복했

다. 우리나라 산림 복원과 조림 사업 분야에 수십 년째 카르텔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전문가의 이야기들 듣고자 현장에 동행하기로 했던 모 교수는 그 지역에 자기 제자가 해당 기관에

서 근무 중이라 취재 직전에 인터뷰를 취소했던 일이 있을 정도로 카르텔이 매우 심각했다. 그 이

야기를 듣고 갑자기 어느 한 단체의 기자상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전하던 한 지역 방송기자가

“지역 기자들은 보통 인력과 장비가 부족해서 많이 힘들다고 생각할 텐데, 그보다 지역 안에서의

유착과 담합을 이겨내고 취재를 해야 하는 환경이 가장 힘들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산림 복원과 조립사업에 해당하는 지역과 기관들이 대부분 지방에 위치해 있고, 취재가 시작되

면 삽시간에 SBS가 취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 질 수 있어 현장 매뉴얼 등을 지키지 않고 불법

으로 운영되는 현장 영상들을 은밀하게 게더링 해 나갔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업체나 기관들이

방어를 할 시간을 벌지 못하고, 폐업을 하는 등 숨지 못하게 치밀하게 준비를 해서 신속하게 움직

였다. 동시에 조림 사업의 입찰 과정과 자격증 대여 실태, 그리고 카르텔이 반복되는 원인 등 연속

보도용으로 기사를 설계해 나갔다. 주로 산사태가 발생하기 쉬운 산 속부터 조림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작업 현장 자체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경사가 심해 촬영하기에 위험한 곳도 많았다. 또한

의심 업체들의 법인등기부등본을 모두 열람해 대표자명, 주소, 폐업 여부 등을 대조한 뒤, 데이터

로 걸러 낸 유령 업체의 주소지를 일일이 찾아다녀야했다. 등기상 회사가 있어야 할 자리에 해당

업체 대신 19년째 영업 중인 동네 미용실이 장사를 하고 있거나 미수령 우편물이 잔뜩 쌓여 있었

고, 상시 근무자는 어디서든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심지어 어떤 업체의 주소지를 찾아갔더니 곳곳

에 쳐져 있는 거미줄을 뚫고, 어두컴컴한 폐건물 속을 촬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되자 조림 업체들은 전화 연락을 받지 않았고, 네이버 카페 게시글을 삭제하는 등 조용히 숨

어버렸다.

SBS 단독 보도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에서 산림 분야에 카르텔의 심각성을 지적

하면서 주요 언론들이 후속 보도를 이어 나갔고, 산림청에서 ‘정상화 추진단’을 꾸릴 정도로 반향

은 대단했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 보도 하나로 사회적 파급력이 상당해 영상기자로서

기억에 크게 남을만한 의미 있는 취재였다고 생각한다.


                                                                                                                    SBS 설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