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올림픽 취재, 이대로 좋은가?
지난 2일, 여의도에서 ‘올림픽 취재,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대담이 이루어졌다. 이번 대담에는 본지 편집장인 MBC 장재현 기자와 박동혁 기자, 그리고 SBS 조정영 기자가 참여했다. 대담 참석자들은 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 경기를 취재하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에 대해 기탄없는 얘기를 나눴다. 그럼, 지금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장재현 : 나도 이번 올림픽 취재를 갔었지만, 무리한 취재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관중석에 들어가 취재를 한 것 때문에 경고도 받고, AD카드를 뺐기기까지 한 방송사도 있다고 들었다. 내 경우 올해는 외곽 취재를 맡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었지만, 예전에 관중석에 ENG까지 가지고 들어간 적이 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의 방송환경상 쉽게 개선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조정영 : 사실 나는 이번 베이징올림픽 취재는 가지 않았다. 지난 아테네올림픽과 시드니올림픽 취재를 갔었기 때문에 역시 그런 경험은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감독이 심했던 것 같다. 나도 관중석 안으로 카메라를 들고 들어갔었는데, 아테나나 시드니 때는 전혀 제지가 없었다. 제지를 하지 않는다고 정해진 룰이 있는데 어겨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스포츠 취재 문화가 그렇게 자리를 잡았고, 뉴스 스타일 역시 다양한 화면 구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동혁 : 그렇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취재가 관행처럼 됐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기자들도 취재 경쟁 때문에 타사에서 하면 안 할 수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계속 문제를 덮고 넘어가면 모르겠지만, 촬영하다가 들켜서 쫓겨난다거나, 우리 뉴스에 나간 영상을 보고 IOC에서 문제를 제기한다거나 하는 일이 발생하면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 전에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재현 : 정해진 룰이 분명히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계속 이런 식으로 해 나간다면 결국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도 못 막을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취재 문화가 그렇다고 해서, 시청자가 익숙해져 있다고 해서, 잘못된 일을 계속 해서는 안 된다.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고, 조금씩 바로 잡아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조정영 : 몰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생긴다. 만일 우리 카메라기자만 취재를 한다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행사가 있으면, 우리보다 더 열을 올리는 쪽이 제작파트이다. 우리가 취재를 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제작파트든 어디든 좋은 그림이 확보됐다면 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방송사 차원의 합의가 있지 않는 한 이것은 무슨 수로 막겠는가?
박동혁 : 분명 어려운 일이긴 하다. 그렇다고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인 것 같다. 문제가 발생해서 그것이 국제적인 차원으로 부각이 됐을 때, 그로서 파생되는 국가 명예 실추, 또 한국 언론인에 대한 신인도 하락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우선은 우리 카메라기자만이라도 규칙을 준수하면서 취재에 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로는 굳이 관중석에 들어가서까지 찍은 영상을 써야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하면 내가 취재한 뉴스는 다양한 화면을 시청자에게 보여줄 수 있겠지만, 나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관객들의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다른 나라 취재진들은 그렇게 편법으로 취재하지 않고도 뉴스를 잘만 만들어 내는데 우리는 꼭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인가? 생각해볼 대목이다.
장재현 : 그렇다. 생각해볼 대목이다. 관중석까지 들어가 편법으로 취재하는 것이 카메라기자만은 아니지만, 우리부터라도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조 선배말도 맞다. 좋은 그림이 있으면 쓰게 마련이고, 좋은 그림을 확보할 수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현장에 접근하는 것 또한 카메라기자의 생리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언론인으로서 나라 망신을 시킬 수 있는 일을 알면서도 하는 것은 큰 문제이다. 선수 가족이나 관중들의 반응이 꼭 뉴스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나뿐 아니라 시청자도 그런 부분을 궁금해 할 것 같지 않다.
조정영 : 한 번 상상을 해보라. 우리에게 주어진 중계 그림만 가지고 나가는 뉴스를… 너무 밋밋하고 재미없지 않은가? 나는 우리 시청자들도 다양한 그림이 있는 뉴스를 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역시 우리 국민이 이미 그런 뉴스에 익숙해진 탓이겠지만, 이미 익숙해진 것을 바꾸는 것은 익숙해지게 하는 것보다 10배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일제히 무엇인가를 해서 바꾸려고 하기 보다는 스포츠 취재에 대한 교육을 시켜서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에 대해 인지를 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계속적으로 교육을 하면 ‘세뇌’라고 해야 할까 머릿속에 각인이 되기 때문에 조금 씩 조금 씩 바뀌어 나갈 것이다.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박동혁 : 사실 알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몰라서 하는 경우도 많다. 알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면 아무래도 더 조심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우선은 취재를 하러 가는 모든 사람이 알게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에 베이징에 가서도 느낀 것이지만, 내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베이징 취재를 오기 전에 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취재 규칙’을 받아 한 번씩 검토만 하고 왔어도 헤매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계속적인 교육이 어렵다면 출장 대상자에 대해 미디어 규정을 숙지시키는 과정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다.
장재현 : 맞는 말이다. 어차피 한 번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인식’을 시키면서 조금씩 바꾸어 나가는 것,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리고 교육 대상을 카메라기자에 국한시키지 말고 함께 취재를 가는 모든 사람들이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 규칙을 카메라기자만 알고 있을 경우, 취재 파트와 불협화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는 어느 일방의 생각대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 대한 공유가 필요한 것이다.
조정영 : 그렇다. 타사 뉴스에는 나간 영상을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을 경우, 취재 파트에서 그런 부분을 이해하고 있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전혀 모르고 있다면 무능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일이다. 교육이 필요하다면 취재에 함께 하는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박동혁 :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의 언론인들은 ‘우월 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자신도 모르게, 아마 그런 것이 몸에 밴 것 같다. 어쩌면 그렇게 관중들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면서 REC 버튼을 눌러대는지… 본인이 국민의 눈을 대신한다는 생각에서 그런 것인지, ‘기자’라는 직업을 가졌다는 자부심인지, 암튼 대담하다. 나 역시도 관중석에 들어가서 취재를 했지만 일단 카메라를 잡으면 왜 이리 뵈는 것이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들어갔다면 주위의 관중에게 미안해하고 그들에게 주는 피해를 최소화 하려고 노력해야 되는데 말이다. 기자들의 마인드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장재현 : 사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통로가 좁아서 두 단 정도 아래의 넓은 통로로 내려가 위쪽이 있는 취재기자를 따라가며 촬영을 하자니 그 사이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가리지 않을 수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했지만 뭐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들은 그 경기를 보려고 돈을 지불해 가면서 그곳까지 왔는데 생각해 보면 나 역시 ‘우월 의식’을 가진 언론인 중 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조정영 :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온 국민이 시청하는 공중파 뉴스를 만드는 카메라기자가 피사체도 잘 안 보이는 곳에서 카메라를 들고 취재를 할 수는 없지 않나?
지난 번, 올림픽 선수단이 입국할 때 일이다. 그날 공항으로 취재를 갔었는데, 선수들을 보겠다고 온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앞으로 뚫고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그 때 어떤 아주머니가 나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아저씨, 나는 ○○○ 선수 보려고 네 시간 전부터 여기서 기다렸는데, 이렇게 밀고 들어오면 어떻게 해요?”라고. 그래서 나는 더 당당하게 대답했다. “아주머니, 제가 찍어 가면 온 국민이 보는 뉴스가 돼요. 그러니까 양해 좀 구합시다!”라고 말이다. 그 아주머니에게 미안하긴 했지만, 그 때 내 머릿속엔 온통 시청자의 눈을 대신해서 왔으므로 제대로 전달할 의무가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은 가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박동혁 : 맞는 말이다.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것’ 그것이 기본인데, 그 조차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기자도 방송이라는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샐러리맨이다. 따지고 보면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데, 그런 당당함(?)은 어디서 나오는지… 대형 경기 미디어 규정에 대한 교육뿐 아니라 서비스맨으로서 갖춰야 할 서비스 마인드에 대한 교육도 필요할 듯싶다.
장재현 : 그렇다. 그런 부분도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서비스 마인드가 갖춰져 있지 않으면 이보다 큰 문제가 또 있나? 시청자가 바로 고객인데, 고 품질의 영상으로 서비스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들과 대면했을 때 역시 ‘서비스 맨’으로서의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래도 오늘의 결론은 ‘교육’인 것 같다. 교육을 통해서 차츰 바꾸어 나가는 것, 모르는 것을 알게 하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언론인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언론사와 방송 직능 단체가 할 일일 것이다.
장재현 기자의 마무리로 대담은 끝이 났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청자가 궁금해 하는 것을 보여주는 기자 정신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킬 것은 지킬 줄 아는 언론인’이 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지킬 것은 지켜줘야 탈이 없다. ‘큰 탈’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취재진들의 생각과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
안양수 기자 soo17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