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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근황은 어떠십니까?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함으로 보람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매일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긴장의 연속적이었던 생활에서 퇴임 후 늘 내가 생각해왔던 일들을 실천하게 되어 기쁘다.

뭐 거창한 일도 아니고 아주 작은일 이지만 나의 가족 그리고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일. 그 동안 문화방송이라는 거대한 울타리에서 많은 혜택을 받고 살았기에 낮은 곳에서 봉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일산 주엽1동의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으로 동네를 섬기는 일을 찾았다.

매주 아침이면 중고생과 함께 길거리 쓰레기 줍기, 아내와 함께 노인복지관에서 배식과 설거지하기. 주민자치위에서 운영하는 밭에 가서 몸으로 땀 흘리는 노력봉사. 내 자신이 필요하다면 “예”하고 달려가려고 한다.
물론 주말 농장도 해서 무농약 야채도 가꾸지요. 요즘 지역신문의 편집장을 맡아 30여년간의 언론경험을 살려 지역의  작은 이야기부터 주민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기사를 통해 따뜻한 사랑을 전달할 수 있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여러 가지 좋은 사업도 기획할 겁니다. 충주 문화방송에서의 경험으로 불우 이웃돕기, 도농간에 농산물 직거래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목표는 하나. 내가 남은 생애를 나를 위해서만 아니라 하나님께 칭찬 받는 일을 찾아 “너 무엇하고 왔니” 하면 “아주 조금 일하다 왔어요” 하고 변명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것에도 큰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는 법을 좀 더 배울 것이다.

-문화방송 공채 카메라기자 1기로서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하고 현직에 계시는 동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오랜만에 뽑은 터라 저와 전평국 기자(현 경기대교수)는 보도국 선배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것 같다. 특히 취재기자 선배들이 좋아했어요.   “요 쫄 다구들~” 하며 우리들을 보면 싱글벙글 귀여워했다.
하루에 7-8건 눈코 뜰새 없이 필모카메라를 가지고 버스와 택시를 타고 다니며 취재를 죽어라 해도 마음은 즐거웠다. 특히 9시 뉴스에 내가 촬영 한 것이 나가면 피곤이 말끔히 가시었다. 그당시에는 동시녹음이 되지 않아서 오디오 테이프와  화면 인터뷰가 딱 맞아 나오면 박수치고 그랬다.

나에게 잊지 못할 사건은 무엇보다도 생사의 갈림길이었던 아웅산 폭탄 테러사건 이다. 청와대 1진인 임채헌 선배와 나는 폭탄이 터진 현장에 있었다. 내 옆에 있던 동아일보 사진기자는 현장에서 숨을 거두었다. 피 묻은 옷을 입고 버마 순방에 동행했던 재계 총수들에게 호텔에서 사건 전모를 설명하던 일이 생각난다. 이후 나의 삶에 큰 변화를 주었다.

전두환 대통령 초기, 그리고 노태우대통령 중기부터 김영삼 대통령까지 청와대 출입을  7년 했다. 전 대통령 초기에 새벽부터 언제 할것 없이  순시가 많았는데 1진인 장기완 선배는 청와대에서 준 삐삐가 있었지만 난 언제 연락이 올줄 몰라 일요일엔 꼼짝 못하고 전화통 근처에서 떠나지 못하는 생활을 몇 년간 했다.

나의 황금기는 파리 특파원 5년이다. MBC와 KBS 양사가 경쟁이 아주 심할 때다. MBC는 엄기영, KBS 기자는 박성범 특파원. 평기자와  국장급의 관계였다. 상대사는 국장급이 평기자 처럼 아무거나 취재할 수 없다고해 무척 애먹었다. 그 당시 유럽은 우리에게 무척 생소하여 아무 아이템이나 잘 먹혔다. 또 특파원의 상징인  '바바리 엄'  신화가 탄생되기도 했다.

파리는 내가 세계적인 특종을 한 곳이다. 파리 폭탄 테러로 시내에 하루가 멀다하게 폭탄이 터져 비상이었다. 아랍계가 감옥에 갇혀 있는 우두머리를 풀어 줄 것을 요구하며 계속 폭탄을 설치하며 파리를 공포로 만들었다. 몽파르나스 지역에서 꽝하는 폭음을 듣고 달려가서 현장을 취재했다. 맨 처음 촬영한 특종 이었다. 내가 촬영한 화면은 한국문화방송 촬영 멘트와 자막으로 유럽은 물론 미국 전 세계에 나의 허락을 득한 후 방영되었고 미국 방송에선 화면 제공료를 주어 특파원들과 회식을 했다. 그 당시 한국이 잘 알려 지지 않았을 때 인데 유럽 한인 사회에선 이야기꺼리였고 특파원이 끝날 때 까지 유럽 내에서 출장 다니면 늘 화젯거리였다.

내가 간부가 되며 회사의 기독 신우회에 입회 하게 되었는데 나 자신을 크게 변화 시켰다. 집이 일산이라  출근길 교통 체증으로 힘들었다. 그래서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동네 교회에서 새벽예배를 본 후 또 다른 녹음 설교 테잎을 들으며 출퇴근을 하였다. 엄청난 양의 설교를 7-8년간 들었다. 신우회에서 회장을 3년 동안 했다. 분위기는 참 좋았다. 회사를 위해 새벽 기도를 매주 1회 수요일 보고 목요일은 예배 우리는 우리가 회사의 밑거름이 되자 나보다 나의 동료가 잘되게 하자.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유명한 강사를 초빙하여 강연을 듣던 일은 나에게 자신을 묶어 놓던 시기였다. 그리고 나의 후배들에게 사랑을 듬뿍 쏟을 수 있던 좋은 기간이었다.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들어오는 후배들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어 안아주곤 했다. 밤늦게 까지 편집하는 후배 , 자료실 그리고 오디오실 모두가 사랑스러웠다.  퇴직 후 나의 마음은 늘 평안하다. 나 혼자 짝 사랑 일지 모르지만  영상부문 후배들과 신우회 회원들을 마음껏 사랑한 것 같다.

카메라 기자로서 대표 이사직을 지내셨습니다. 어떠셨는지요?

갑자기 밤에 충주 문화방송 사장으로 가는 것이 어떠냐고 전화를 받고 무척 당황스러웠다. 27년 영상 부문만 한사람이 해낼 수 있을까?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나홀로 빠져 여의도를 떠나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죽을 때도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홀로 가겠구나!  정말 잘 살아야겠다 다짐했다.

카메라 기자가 사장으로 가니 내가 잘 해야 후배들도 다음에 기회가 올 텐데 정말 수도자의 마음으로 충주를 향해 떠났다. 문제는 모두 나 자신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생각에 공과 사를 구분하자, 금전관계를 깨끗이 하자, 나를 낮추고 잘 섬기자 그리고 회사뿐 아니라 지역민에게 사랑받는 방송이 되자라고 되새기며 다짐했다.

그래서 아예 전 가족이 이사를 했다. 출퇴근 업무 이외 회사차를 쓰지 않고 개인차를 사용하였다. 한 차례도 나의 마음 속에 사장이라고 직원보다 높다고 생각한적이 없다. 그러나 서울에서 후배들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사랑을 쏟으려 노력했으나 직책이 사장이라 쉽진 않았다. 나는 출근 하자마자 골방에서 무릎 끊고 기도했다. 충주 문화방송과 지역을 위해 그리고 순간순간 회의 들어가기 전 그리고 늘 하나님과 동행 하려고 애를 썼다. 특히 늘 부족하기에 지혜를 구하였다. 감사하며 기뻐하는 마음으로 근무했다.
업무는 별로  어려움이 없었다. 카메라기자로 이곳 저곳 겪고 닦은 방송 경험은 현업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아니 더 앞서 있었다. 설비투자를 강화해 두 곳에 디지털 작업을 위한 송신탑 시설장비도 현대화했다. 내가 연임 안 돼도 좋으니 내가 있을 때  개선하라고 격려했고 또 모두들 열심히 따라줬다.  성과도 있었다. 다큐 '잡초는 없다’가  7개의 상을 타기도 했다. 직원들은 밤을 세워 연구하기도 했고, 전기도 안 들어오는 오지에 발전기를 들고 갔고 또 청계천에 가서 작은 크레인과 이동차를 만들어 비용을 절감했다. 지역에 큰 행사인 제천 음악 영화제를 맡아 키우기도 했다.
  
후배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우리가 평생 살면서 직장에서 함께 있는 시간이 제일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 직장을 더 즐겁고 서로 위로와 힘을 북 돋아주는곳으로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카메라기자의 인격에 관한 것인데 복장부터 말씨 행동 그리고 일을 대하는 자세가 그 누가 봐도 한번 해보고 싶은 직업이 되도록 만들자는 겁니다. 그리고 숙명적으로 펜기자와 함께 일을 해야 하는데 나와 함께 하는 이가 잘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주는게  필요합니다.

또 세상을 길게 보고 살며. 풍요로운 노후를 위해 낭비하지 말고 계획을 세우고  젊었을 때 몸을 음주로 혹사하거나 무리 하지 말고  좋은 취미를 계발하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가정이 화목해야 하니까 마음을 열고 아내와 자식과 관계를 잘 개선하며 살기 바란다. 퇴직하고 외톨이가 되지 말고 만나는 이 마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잘지냈으면 합니다.

카메라기자협회 전임회장으로서 하시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카메라 기자의 숫자도 이제  많이 늘었습니다. 1년에 한번이라도 모두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마당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선배는 후배들의 변화를 배우고, 후배는 선배들의 노하우를 익혀 지금보다 더 낳은 카메라기자가 되기 위해 함께 노력을 했으면 합니다. 또 협회 홈페이지에 주소록을 만들어 OB들의 연락처를 알 수 있도록 해 서로 안부를 주고 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카메라기자 협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정리 : MBC 정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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