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한국영상기자상 인권보도부문 KBS디지털영상팀
①이재순
②황연실
③박기종
④심왕식
⑤이순덕
⑥고우균
⑦이영록
▲ 제34회 한국영상기자상 인권보도부분을 수상한 KBS디지털영상팀 지선호 기자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신봉승 기자(사진 왼쪽에서 세번째)
지난 여름 흘린 땀으로 당신들의 눈물을 대신할 수만 있다면
말복 더위에도 옥색 두루마기를 챙겨 입고 카메라 앞에 선 구순의 노인. 떨리는 오른손이 부끄러워 당신의 왼손으로 부여잡으며 담담히 구십 평생을 이야기하던 박기종 할아버지. 70년 전에 떠난 고향을 이야기하면서 더 흘릴 눈물이 더 있을까 싶었지만 북에 두고 온 동생 이야기를 꺼내면서는 연신 옷고름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얼굴도 생각이 안 나는 어머니가 보고 싶은 황연실 할머니. 한 장 남은 아버지의 사진을 가보처럼 모시고 있는 심왕식 할아버지. 그들의 일생은 한반도의 역사이면서 상처이기도 했다.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이산가족 1세대의 목소리를 어떤 형식으로든 남겨 놓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폭염과 폭우가 징검다리처럼 이어지던 지난 여름. 우리는 70년 동안 이산의 한(恨)을 안고 살아온 역사의 증인들을 영상으로 담고 있었다.
이산가족이라는, 의미가 크지만 흔한 테마
‘큰 주제를 뻔하지 않게 담기’가 이번 나살고(나의 살던 고향은) 프로젝트의 알파와 오메가였다. 북쪽에 두고 온 고향과 가족. 시각화하기 힘든 ‘이산’과 ‘통일’이라는 주제를 입체적인 영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당신들의 그리움과 슬픔의 매개체가 되는 ‘보이는것’들을 찾아 나섰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슬픔의 매개체가 시각화되어 잘 보이는 ‘당신들’을 찾아 나섰다. 예를 들어 6살까지 살았던 고향집이 보이는 교동도의 이순덕 할머니. 헤어진 오빠가 그리워 대전에서 임진각까지 수백 번을 왕복한 이재순 할머니 등이었다.
개개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거칠지만 진솔하게 담아보고자 FPV(First Person View : 1인칭관점)로 담았다. 방송뉴스에서는 일반적인 화면의 왼쪽이나 오른쪽을 보고하는 인터뷰도 정면을 바라보면서 하게끔 했다. 성우나 아나운서 같은 전문 내레이터의 목소리 대신 생생함이 담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살렸다. 영상만으로도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그리움이 전해질 수 있도록 내용과 영상이 씨실과 날실처럼 촘촘히 역이며 만나도록 촬영과 편집에 주안점을 두고 제작했다.
팀워크 그리고 팀워크
모두 7편의 ‘나의 살던 고향은’이지만 각각의 이야기들이 하나의 주제를 떠받치는 기둥이 되게끔 아이디어를 모았다. 낮에는 찍고 밤에 편집하는 ‘주촬야편’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서로의 이야기가 ‘이산’이라는 공통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새로운 형식의 스토리 방식에 대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처음에는 각기 개성이 뚜렷한 6인이 모여서 이 프로젝트를 잘 해낼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서로의 개성이 담긴 다채로운 옴니버스 다큐멘터리가 나와 다행스러웠다.
‘영상으로 말하기’
이슈가 중심이고 코멘트와 설전이 우리 방송뉴스의 주요 소재인 요즘. 전 세계 주요 언론사들은 신문, 방송을 가리지 않고 마이크로 숏-다큐멘터리, 인포그래픽, 시네마틱 스토리텔링 등‘영상으로 말하기’ 측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 방송뉴스에서도 시네마틱 스토리텔링이라는 방식으로 큰 주제를 다룰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되었다.
신봉승/ KBS 디지털영상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