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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시속 233Km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우리는 시속 233Km의 허리케인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가지 않는다. - 4등급은 바람세기가 시속 131마일 ~ 155마일 (210Km ~ 249Km). 일반 주택을 심하게 파괴하거나 무너뜨리고, 나무를 뿌리째 뽑아 날려 버릴 수 있다. - 얼마나 강한 허리케인지… 뉴올리언스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막연한 생각을 했지만, 막상 도착하여 그 위력을 직접 확인하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자연의 힘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자연 앞에 인간의 존재는 얼마나 작은 나뭇잎과 같은 것인지… 새삼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프로의식에 중무장한 장수들

 ‘카트리나’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죽음의 도시 뉴올리언스 취재를 위해 취재 팀은 150 Km 이상 떨어진 ‘배턴 루지’에 베이스 캠프를 차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배턴 루지’에는 빈 방이 없어 한인교회, 대학교 기숙사, 교민 집에서 민박을 하며 뉴올리언스까지 매일 4시간에서 5시간의 거리를 이동하며 취재를 했다.

 이번 취재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현장과 숙소의 거리가 너무도 멀었다는 것이다. 현장과 숙소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뉴올리언스 도시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죽음의 도시가 되면서 시민들이 자신의 보금자리를 떠나 루이주에나 주의 다른 도시나, 텍사스 주, 미시시피주로 피난을 가면서 그 도시에 있는 호텔, INN에 장기 투숙을 하면서 외지에서 온 취재팀마저도 숙박할 장소가 없어지고 말았다.

 한국과 시차가 -14시간… 위성 송출 밴은 현장인 뉴올리언스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 매일 위치가 바뀌었다. 취재를 뉴올리언스에서 하고 배턴 루지로 돌아와 기사 작성을 하고 다시 그림 송출하게 되면 하루 9시간 이상을 도로에서 보냈다. 결국 시차와 이동시간으로 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 이런 면에서 ‘카트리나’는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던 출장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

 뉴올리언스에 있는 시민들은 모두 다른 지역으로 피난을 가려고 하는데 유독 취재팀들은 경찰의 통제를 피해 어떻게 하든 취재지역으로 들어가 하나라도 더 취재를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프로 의식에 중무장한 장수들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캠핑 카가 숙소 겸 베이스 캠프

 미국이라는 나라는 땅도 넓고, RV 차량을 이용해 여행을 할 수 있게 잘 되어있다. 이런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취재에 활용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가 ‘배턴 루지’와 ‘뉴올리언스’를 매일 오갈 때 현지 취재 팀, 일본과 유럽 취재 팀들은 캠핑 카를 숙소 겸 베이스 캠프로 사용하고 있었다. 현지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었다. 한편으로 부럽다는 생각을 했고,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자책을 했다.  취재 팀은 현장을 떠나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고, 교육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취재 현장을 매일 벗어난 곳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다.

충분한 사전준비로 효율적인 취재환경

 물에 잠겼던 뉴올리언스가 점차 형체를 들어내면서 위성 송출 밴도 점점 도시의 중심지인 ‘캐널 스트리트’로 이동하고 있었다. 물에 잠겨 누구도 접근을 할 수 없었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팀은 취재 팀!!! 그리고 그곳에서 가장 먼저 숙소를 만들고 그곳에서 장기간 투숙을 한 팀은 위성 중계 송출 밴에 있는 기술팀!!! 이들은 바로 캠핑 카를 적극적으로 활용을 하고 있었다. 위성 송출 팀은 SNG 차량, 캠핑 카, 발전차가 1조였다. 취재 팀도 캠핑 카 와 발전차가 한 몸처럼 붙어 있었다. 취재팀 캠핑 카에는 편집기 1세트와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완벽하게 구축을 하고 현장에서 취재물을 제작하며 숙식까지 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런 재난 취재를 위해 준비를 나름대로 철저히 하고 있었다. 이러한 준비로 이들은 바쁜 와중에도 자신들의 취미나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보며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처럼 주먹구구식으로 현장에서 취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취재 팀이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일을 극대화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움직였다. 이는 우리가 배워야 할 선진 취재기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처럼 많은 시간을 거리에서 낭비하지 않고, 그 시간 더 좋은 아이템을 찾기 위해 현장에 더욱 깊숙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인터넷 송출의 화질은 위성을 앞선다.  

 또 하나의 취재환경 변화는 인터넷 송출이다. 외국 언론사들은 인터넷 전송에 대해 관심을 크게 보이지 않았지만, 한국 취재 팀은 모두 인터넷을 이용한 송출 준비를 해왔다. IT 강국인 우리로써는 인터넷 전송이 앞으로의 방송 환경을 주도 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미국의 재난에서 인터넷 송출을 하려고 시도했다. 비록 캠핑 카라는 인프라는 구축하지 못했어도 인터넷 강국다운 취재준비가 아닌가 한다. 지금은 비록 걸음마 단계이지만 곧 상용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위성과 인터넷 망을 이용하여 그림 송출을 했는데, 화질은 인터넷으로 송출한 화면이 더 좋았다. 뉴올리언스에서 위성으로 송출한 화면은 2곳의 위성을 거치면서 화질이 많이 떨어졌다. 그 결과 MPEG-2로 압축해서 인터넷으로 송출한 그림의 화질이 훨씬 더 좋았다. ?  전송 속도에 따라 인터넷 송출이 가능할 수도 있고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기에 무조건 인터넷 송출이 가능하지는 않다. 현장에 도착을 하면 인터넷 업로드 속도를 체크를 해야 한다.

인터넷 송출은 전송 속도가 관건이다.

 위성보다 화질이 좋았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 앞으로 위성 송출 대신 인터넷 망을 이용한 그림 전송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직도 산적해 있다.

 먼저 촬영된 화면을 실시간으로 캡쳐를 받아야 하고, 송출 시간은 인터넷 속도에 따라 차이가 많다는 것이다. 인터넷 송출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송 방식 개선이 급선무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터넷이 도입이 되었을 당시에는 14Kbps의 속도였지만 지금은 10 Mbps ~ 20 Mbps 이고, 앞으로 발전은 거듭될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 전송을 위해 압축방식과 압축 비율을 바꿔가며 테스트와 연구를 하고 있어 앞으로 여러 조건이 충족이 된다면 인터넷 망을 이용한 그림 송출이 보편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국 인터넷의 기술 발달은 앞으로도 계속 이루어질 것은 자명한 부분이라고 할 때 인터넷 송출은 방송영상의 지향점이 될 것으로 예견된다.

 시대는 멀티 플레이어를 요구한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영상기자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현장으로 이동하면서 기획하고, 현장에서 촬영하고, 숙소로 돌아와 편집하고, 송출까지 맡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현재보다 훨씬 부담은 늘어나겠지만, 늘어난 그 부담만큼 영상기자의 위상도 더욱 증대될 것이라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멀지 않아 취재 시스템에 큰 변화가 올 것이다. 취재 현장에서 숙식을 하며, 취재를 하고, 편집하고, 이를 무선 인터넷을 통해 송출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는 예감을 이번 “카트리나” 취재에서 시속 233Km의 허리케인처럼 나를 강력하게 휘몰아치고 있다.

SBS뉴스텍 영상취재부 태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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