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가 발사되기 10분전..
남열 해수욕장에는 대한민국의 우주 시대를 개막하게 될 나로호 발사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일반인들이 구비하기엔 비쌀 것 같은 길다란 망원경을 보는 사람, 여기저기 기념 사진 찍기에 바쁜 가족 및 연인들..
그래도 오늘은 직선으로 17km 떨어진 외나로도가 뚜렷하게 보일 정도의 맑고 깨끗한 날씨다.
불과 일주일 전쯤..
작렬하는 태양빛과 찌는 듯 뜨거운 습도가 숨을 턱턱 막히게 했다. 심지어는 해무가 잔뜩 껴서 방향만으로 발사대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불과 7분 ?초를 남기고 발사가 취소되면서 아쉬운 한숨을 뒤로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던 사람들이 기억났다.
순간의 찰나, 사람들의 표정을 포착하기 위해 바쁘게 백사장을 휘젓고 있을 때 의아한 표정의 한 시민분이 "발사 취소됐어요?"라고 물었다. 말도 안 된다는 식의 대답을 건성으로 해놓고, 해수욕장에 '안타깝게 취소됐다'는 내용의 아나운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생각보다 무척 허무했다.
취재 중인 우리도 그랬는데 전국 각지에서 그 모습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오죽했으랴...
그런데 오늘 다시 발사를 한단다. 첫 발사 성공률이 25%에도 못 미친다는 말을 듣고 반신반의했다. 저번에 안타깝게 되돌아가던 사람들의 뒷모습이 생각났다.
오늘은 성공할 수 있을까?
나의 임무는 사람들의 리액션컷! 발사 7분 정도 남았을 때부터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사람들의 표정에서 발사가 임박해지고 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드디어 카운트다운 10, 9, 8....3, 2, 1 "발사"
여기 저기 탄성이 터져 나왔고 황홀경에 빠져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찍고 있는 피사체들이 보는 내 뒷머리 위로 나로호가 날아가고 있단 말인가? 이정도면 사람들의 리액션이 충분하다고 느꼈을 때 비로소 고개를 돌려 저 멀리 작은 불빛의 날아가는 나로호를 볼 수 있었다.
신기했다. 와~~!!
하지만 감탄은 잠깐뿐.. 또 다시 나의 본분으로 돌아와 사람들의 인터뷰를 따기 시작했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위대한 발전에 감동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발 빠르게 현장 제작을 마치고 뉴스 제작을 위해 외나로도에 있는 미디어센터로 가고 있을 때 갑자기 나로호가 위성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는 비보를 받았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준비해왔던 제작과정을 모두 버려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방송 시간은 다가왔고 그때부터 처음부터 제작을 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8시 뉴스가 나가고 모두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있었다. 끝없는 원인 추궁과 책임 공방... 실망
하지만 우리는 가능성을 봤다.오늘은 실패했지만 내일 무한한 우주 공간을 연구하고 여행하게 될 우리의 다음 세대
그들에게 오늘은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며 디딤돌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취재할 날이 올 것을 기대한다.
홍종수 / SBS영상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