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14 21:14

"사랑한다 아들아!"

조회 수 973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사랑한다. 아들아.’
이 말을 듣고도 가슴이 먹먹해지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뉴스뿐만 아니라 여러 프로그램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그런 이 말을 나는 현장에서 직접 듣고 있었다. 미어지는 어머니의 목소리, 한마저 느껴지는 가족의 목소리였다. 취재를 하고 있으면 모두들 의식하지 못한 체 눈물짓고 있었다. 나뿐만 아니었다. 내 옆에 있는 모든 촬영기자선배, 취재기자 모두들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했다. 이런 상황에 이팩트와 상황을 담으려는 나는 가슴이 터질 듯했다. 그래도 나는 촬영기자였다. 조금이라도 더 그 모습을 모두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이번 일에 고생한 선후배님들 수고하셨단 말씀을 드리고.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랑한다. 아들아.

11시 30분. 처음 대전에 도착했을 때 현충원은 평택과 다르게 매우 고요했다. 사람들의 발길은 보이지 않았고 주변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만 선선하게 내 몸을 스치고 있었다. 맑은 하늘에 불어오는 바람이 나를 침착하게 만들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취재차량과 기자들이 하나둘 늘어났고 주변을 정리하던 헌병들의 호루라기 소리도 점차 들려왔다.

2시. 현충문 앞으로 방송을 위한 모든 셋팅이 완료되었다. 주변으로 많은 취재진들이 몰려들었고 방송차량과 통제차량들이 여기 저기 얽혀있었다. 일반 시민들도 마지막 길을 떠나는 아들을 가슴에 묻으려 준비하고 있었다. 모두들 그 시간, 그 곳에서 아픔을 나누고자 준비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나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긴장하고 있었다. 촬영기자로 현장에 선 역할이 나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었다. 작년 수습을 지내고 큰 현장의 중심에 선다는 부담은 나를 무감각하게 만들려 했고 그런 나는 상황과 분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3시 10분. 부산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며 시민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고정되었다. 유가족의 차량이 현충문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을 따라온 방송차량을 시작으로 운구차량 그리고 유가족의 차량이 여러 대 그 뒤를 따랐다. 술렁이는 분위기와 취재진들의 발들이 어지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의 발도 현장을 담고자 이리저리 움직였다. 드디어 차량에서 영정사진이 내려오고 사람들의 눈도, 나의 눈도 촉촉이 젖어갔다. 예정되었던 식이 시작하고 마지막 자리를 지키주려는 가족들의 힘없는 모습도 모두 나의 뷰파인더 안으로 들어왔다. 가족들이 헌화를 하며 통곡하고 나의 카메라도 떨렸다. 나는 당시 행사장 안에 pool단으로 들어와 있었다. 큰 현장에서 처음으로 하는 pool단으로 긴장은 매우 컸다. 그러나 주변에 뛰는 선배들을 보며 나 역시 올바른 행동을 하기위해 노력했다. 나는 촬영기자다. 그 순간만큼은 선배도 후배도, 무엇도 아닌 촬영기자였다. 흔들리는 카메라를 진정시키고 한 발짝 뒤에서 냉철히 볼 수 있어야 하는 촬영기자였다.

5시. 이제 마지막 가는 길 하관식이다. 짧은 시간 안에 송출을 마치고 뒤늦게 이동한 그곳에서는 멀리서도 들을 수 있는 가족들의 울음소리가 가는 내내 내 발을 무겁게 만들었다. 먼 곳까지 들려오는 가족들의 통곡은 도착하기도 전에 내 머릿속에서 보였다. 가슴이 미어졌다. 아팠다. 왠지 가족들을 대하는 내 카메라가 미안하기까지 했다. 영현이 내려오고 가족의 얼굴을 볼 땐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나는 촬영기자다.’
나는 촬영기자다. 앞으로 수 십 번 아니 그 이상으로 이 자리를 지켜야 할지 모른다. 그럴 때마다 계속 힘겹게 카메라를 들어야 할 것이다. 내가 촬영기자인 이상 이러한 아픔과 힘듦은 숙명이다. 항상 웃고 있는 나의 선배도 나와 같은 길을 걸어왔을 것이다. 작은 자리에서, 술자리에서 가볍게 하는 선배의 말 한마디는 한마디 그 이상이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새삼 느낀다. 선배들의 가슴도 나처럼 미어졌을 것이란 것을...

민창호 / KBS 영상취재국

※ <미디어아이> 제73호에서 이 기사를 확인하세요
미디어아이 PDF보기 바로가기 링크 http://tvnews.or.kr/bbs/zboard.php?id=media_eye&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941

  1. 작전중인 군과 취재진은 협력관계 유지해야

    지난 23일 북한이 연평도에 무차별적으로 포격을 감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북의 도발소식이 전파를 타고 전국에 퍼진 이후 온나라는 엄청난 혼란에 휩싸였고, 이를 취재하고 방송하는 기자들은 그들만의 또 다른 전쟁을 치러야했다. 어렵사리 연평도에 올라...
    Date2010.12.16 Views12155
    Read More
  2. 하버드대의 운동벌레들

    제목 없음 하버드대의 운동벌레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KBS 스포츠국에서는 학교 체육에 관한 특집물을 제작하였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학교 체육은엘리트 운동부를 중심으로 한 체육교육이었다. 이러한 형태의 체육 교육은 운동부 학생들의 수업 참...
    Date2010.11.16 Views12682
    Read More
  3. 저곳이다! 황장엽안가를찾다

    제목 없음 저곳이다! 황장엽안가를찾다 사건 캡으로부터 받은 전화 한 통!“ 황장엽씨가 사망했고 안가를 찾아 취재를 해야 한다. 주소는 논현1동!”번지수 없는 논현1동 하나로 보안 속에 둘러싸인 황장엽씨 안가를 무작정 찾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
    Date2010.11.16 Views10886
    Read More
  4. 한번의만남, 두번의헤어짐

    제목 없음 한 번의만남, 두 번의헤어짐 추석계기 남북이산가족 1차 상봉 행사를 마치며... 1차 상봉행사가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금강산에서 이루어졌다. 분단으로 인해 자신이 원하지 않은 삶을 살아야만 했던 가족들의 이야기. 한국 근∙현...
    Date2010.11.15 Views12023
    Read More
  5. 강제병합 100년 사할린 취재

    출장 다이어리 ♬~~ 잊으라 했는데~ 잊어 달라 했는데~ 그런데도 아직 난~ 너를 잊지 못하네~ 어떻게 잊을까~ 어찌하면 좋을까~ 세월가도 아직 난~ 너를 잊지 못하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불과 3시간 거리의 땅 사할린, 그곳에서 어느 할아버지가 우리에...
    Date2010.11.04 Views10104
    Read More
  6. 태극 여전사, 월드컵 신화를 이루다!

    태극 여전사, 월드컵 신화를 이루다! 지난 7월 28일,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예상외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한국 대표팀의 취재를 위해 급히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0시간여의 비행 끝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고, 다시 자동...
    Date2010.09.28 Views9603
    Read More
  7. No Image

    프랑스 기자교육양성센터(CFPJ) 방문기

    프랑스 기자교육양성센터(CFPJ) 방문기 난 2일, 프랑스 파리 2구에 위치한 기자교육연수센터(Centre de Formation et de Perfectionnement des Journalistes, 이하 CFPJ)에 다녀왔다. 이는 릴(Lille) 저널리즘고등교육원(Ecole Supérieure de Journalis...
    Date2010.09.28 Views5750
    Read More
  8. 태극 여전사, 월드컵 신화를 이루다!

    태극 여전사, 월드컵 신화를 이루다! 지난 7월 28일,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예상외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한국 대표팀의 취재를 위해 급히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0시간여의 비행 끝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고, 다시 자동...
    Date2010.09.08 Views9968
    Read More
  9. 2010 남아공 월드컵, 한국 축구 가능성 보여줘

    2010 남아공 월드컵 인천에서 두바이를 경유해 24시간 만에 도착한 요하네스버그는 서울보다는 조금 서늘한 날씨였다. 낮엔 반팔 차림도 가능하지만 저녁이면 쌀쌀해졌다. 그래도 겨울이라기보다는 늦가을정도로 구름 한 점 없는 파란하늘에 태양이 눈부셔 선...
    Date2010.07.20 Views10555
    Read More
  10. No Image

    남아공 월드컵 거리응원 취재기

    남아공 월드컵 거리응원 취재기 2002년에 고3이었던 나에게 거리응원은 부러움의 대상일 뿐이었다.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유로 함께 어우러져 웃고 울었던 그날의 기분을 나는 그저 말로만 전해 들었을 뿐. 2004년 아테네 올림...
    Date2010.07.20 Views5433
    Read More
  11. 6.25전쟁 프랑스 종군기자 앙리 드 튀렌 인터뷰

    6.25전쟁 프랑스 종군기자 앙리 드 튀렌 인터뷰 戰後 5년… 또 3차 대전이 터진 줄 알았다… 1950년 긴장과 공포 속에 한국행 비행기에 몸 실어 지난 6월 7일, 6.25 전쟁 발발 60주년을 앞두고 당시 미군에 종군했던 앙리 드 튀렌 (Henri de Turenne, 이하 튀렌...
    Date2010.07.15 Views10612
    Read More
  12. 김길태 사건 취재기

    “길태다.” 2010년 3월 10일 15:00경 부산 사상구 덕포시장 인근에서 김길태가 붙잡힌다. 경찰이 이양실종사건의 용의자로 김길태를 지목하고 공개수사로 전환한지 8일, 이양의 시신이 발견된지 4일만이다. 김씨의 흔적을 찾아 사상구를 헤매던 기자들이 급히 ...
    Date2010.05.14 Views10353
    Read More
  13. 백령도 그 침묵의 바다 앞에서

    그 침묵의 바다 앞에서 천안함이 바다에 침몰했다는 소식을 듣고 뉴스를 모니터 하다가 귀에서 맴도는 소리가 있었다. 바로 '백령도 수심 20m 부근에 침몰하였다"라는 기자의 목소리... 이 소리가 나를 움직이게했다. 수심20m면 스쿠버다이빙으로 얼마든지 내...
    Date2010.05.14 Views10093
    Read More
  14. "사랑한다 아들아!"

    ‘사랑한다. 아들아.’ 이 말을 듣고도 가슴이 먹먹해지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뉴스뿐만 아니라 여러 프로그램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그런 이 말을 나는 현장에서 직접 듣고 있었다. 미어지는 어머니의 목소리, 한마저 느껴지는 가족의 목소리...
    Date2010.05.14 Views9732
    Read More
  15. 혼돈의 시간과 정지된 시각

    혼돈의 시간과 정지된 시각 -해군 제 2함대 취재기- 부산 여중생 살인 사건이 마무리된 지 일주일 남짓. 채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이번에는 평택이었다. 언론사에 입사해 뉴스를 만든 지 이제 5개월 남짓밖에 안된 수습기자에게, 이는 너무나 가혹한 소식이 ...
    Date2010.05.14 Views10082
    Read More
  16. No Image

    천안함 침몰, 백령도 취재기 -YTN 김현미

    백령도 천안함 취재기 YTN 영상취재1부 김현미 천안함 함미 인양을 앞두고 추가 인원이 백령도에 들어가게 되었다. 사건이 터진 후 줄곧 가고 싶었던 현장에 드디어 나도 들어가게 된 것이다. 선배들은 무조건 옷을 두껍게 입으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그래도 ...
    Date2010.05.10 Views6241
    Read More
  17. 쇄빙선 아라온호의 한계와 희망

    쇄빙선 아라온호의 한계와 희망 신동환/ SBS 영상취재팀 아직 활동하고 있다는 눈 덮인 활화산인 멜버른 산과 희고 긴 얼음 협곡, 대륙의 산맥들, 빙하가 지나간 거대한 자리,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는 타국의 기지들. 남극 대륙에서의 취재 마지막 날 헬기를 ...
    Date2010.04.16 Views10059
    Read More
  18. 고단했지만 활력이 된 설악산 빙벽 등반 교육

    고단했지만 활력이 된 설악산 빙벽 등반 교육 고영민 / KBS 보도영상팀 지난 1월 23일부터 7일 간 설악산 일대에서 고산지대 취재능력 향상을 위한 위탁연수를 받았다. 외부 위탁연수여서 KBS 선후배 동료들도 있었지만, 사회에서 각자 다른 일들을 하다가 모...
    Date2010.02.23 Views11375
    Read More
  19. 지옥보다 더 끔찍했던 아이티 참사

    지옥보다 더 끔찍했던 아이티 참사 신봉승 / KBS 보도영상팀 아이티는 가는 길도 멀었다. 서울에서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까지 가기 위해서 비행기를 네 번 갈아탔고, 여섯 번의 기내식을 먹어야 했으며 도미니카공화국 공항에서 육로로 10시간을 달려서...
    Date2010.02.23 Views10234
    Read More
  20. 바다에 잠길 운명의 섬나라, 투발루

    바다에 잠길 운명의 섬나라, 투발루 필자: “Hi, nice to meet you. Thank you for letting me in this cockpit. 만나서 반가워 그리고 이 비행기 조종실에 날 들여보내줘서 고맙고. 조종사: So, I'm going to be on TV, right? 그럼, 이제 내 얼굴이 텔레비전...
    Date2010.01.13 Views13350
    Read More
  21. 3D 시대는 오는가? CES쇼를 통해본 3D시대

    3D 시대는 오는가? CES쇼를 통해본 3D시대 최근 아바타란 영화가 우리나라의 외화 흥행역사를 쓰고 있다고 해서 화제이다. 그 중 3D로 상영되는 영화관의 경우엔 일반 2D 영화보다 비싼데도(12000원) 불구하고 연일 매진을 기록 중이다. 아바타는 3D로 봐야 ...
    Date2010.01.13 Views1131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