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No Attached Image



인트로
얼마 전 선배로부터 리비아 취재기에 대해 글을 써줄 것을 요청받았다. 다녀온 지 두 달이 넘어가고 갑작스런 일이어서 부담이 되기는 했지만 이번 기회에 중동 출장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길게 출장은 다녀왔으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사실 감이 잘 오지 않았다. 하루하루에 대해 일기처럼 써온다면 쉽겠지만 지면을 낭비할 것이고, 리비아 상황에 대해서 쓴다면 얄팍한 나의 지식보다 인터넷이 월등할 것이다. 그렇다고 상투적으로 출장 시 뭘 했고 뭘 했고 줄줄이 나열하는 것도 그다지 재밌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고민 고민하다가 이렇게 글을 써보려 한다.  

왜 우리는 리비아로 갔는가?

사실 처음부터 리비아로 가게 되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중동의 민주화 바람이 전역으로 불어올 때 우리의 목적지는 이란이었다. 성인현 선배와 함께. 출발당일 하루 전에 연락을 받았다. 내일 이란으로 가라고. 그러나 당시 성인현 선배와 나는 ‘이란 그렇게 쉽게 갈 수 있는 나라 아니다. 우리 가기 힘들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예상은 정확히 빗나갔다. 이란 생각 외로 불편 없이 갈 수 있는 나라였다. 이렇게 우리의 기나긴 출장은 빗나간 예상을 시작으로 기나긴 여정이 펼쳐지게 된다. 이런 식의 연속되는 빗나간 우리의 예상들이 의지와 우연이 겹치며 이란을 시작으로 마지막 도착지인 리비아까지 발길을 놔주었다.

리비아 오래 있을만한가?

출장은 모든 시간을 포함해서 장장 31일간 다녀왔다. 정확히 한 달. 그것도 꽉~~~ 채웠다. 이란에서 일주일을 시작으로 짧게는 4일 길게는 10일 이상으로 각 나라에 머물렀다. 참 우리의 경로는 이란을 시작으로 두바이 이집트 마지막 리비아다. 결국 리비아에 머문 시간은 11일. 전체 출장의 삼분의 일이다. 이 말의 행간은 곧... (물음에 대한 대답은) ‘아니다’다.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집 떠나면 고생이다. 게다가 말도 안통하고 먹을 것도 그다지 좋지 않다면 아무리 많은 다른 환경에 관한 호기심과 관심도 5일 이상을 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내 입맛에 맞는 것은 후라이드 치킨과 감자뿐이었다. 다른 것은 권하지 않는다. 심지어 햄버거도. (우리가 말하는 체인점은 물론 콜라조차도 코카콜라가 없다. 미국에 대한 중동의 심리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주변은 모래 바람이 선선히 불어오고 밤이고 낮이고 심심하면 들려오는 한방의 총성. 주변에 보이는 여자들을 볼 수 있는 것은 얼굴뿐이다. 나처럼 혈기왕성한 건장한 청년에게 이러한 상황은 실망과 더 나아가 절망이다. 중동 미인이 진정한 미인이라지만 난 잘 모르겠다. 상대 여자에게 건네는 눈빛도 실례가 될 수 있다는 말에 힐끔거림을 제외하고는 나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긴 여정을 달래기 위한 필수 아이템 술. 구할 길이 없었다. 매주 금요일 우리의 축구 응원전을 방불케 모여드는 사람들에게, 종교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삶인 이슬람 국가에서, 금기시되는 술을 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아니 죄의식마저 느끼게 만들 수 있는 일이었다. 달리 간간이 보이는 맥주가 있기는 했다. 한 잔의 맥주 노 알콜. 마신다면 기분에 취할 것이다. 우리는 단지 11일 동안만 리비아에 있었던 것이다.  

리비아 어떻게 들어갔나?

두바이에서 이집트로 들어오면서 선배들 모두 리비아로 들어가고자 하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러던 중 리비아의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으며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문제는 들어갈 수 있는 루트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현지인들조차도 위험지역이라는 부담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했다. 언제 다시 분위기가 역전될 수 있을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때 우리가 선택한 길은 맨땅에 헤딩. 우선 국경까지 가보고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이집트와 리비아의 국경 샬렘으로 도착하고 우리는 무작정 여기 저기 들쑤시고 다녔다. PC방, 호텔, 식당. 그 결과 며칠 전 외신기자들을 데리고 리비아로 들어갔던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마지막. 종착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이 때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우리를 데리고 갈 사람 중 물망에 올랐던 사람들이 셋 정도는 됐다. 이중 우리가 선택한 사람의 기준은 외모였다. 우리가 리비아로 들어가는 중 가장 염두에 둔 부분은 안전이다. 그것을 담보할 만한 사람을 결정해야 하는데 우리가 가진 정보는 거의 없다 생각하면 된다. 그 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단순히 그 사람의 얼굴. 어찌 보면 무모했을 수도 있는 방법이었지만 우리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역시 사람은 외모를 속일 수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우리는 말도 통하지 않는 드라이버와 5시간을 조용히 앉아있었다.
우리가 언제 리비아에 도착할 수 있는지도 모른체...

위험하지는 않았나?

위험이라 함은 여러 가지가 있다. 보도에 대한 위험, 환경에 대한 위험, 예상치 못한 발생. 그 중 환경적 위험은 어느 지역으로 가더라도 다 같다고 생각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단지 그 위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경험이다. 이는 무엇보다 이번 출장에서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이다. 이번 출장에서는 움직이는 동안 여러 가지의 상황들이 발생했다. 그 때마다 우리는 선택과 판단을 해야 했다. 어디론가 이동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리비아 도착과 동시에 1시간여 만에 보도를, 전기를 가로등에서 빼올 수 있는 재치도, 위험시에는 어느 것이 위험한지 판단도 해야 했다. 카메라만 들면 이성이 흐려지는 우리들에게 주변을 살필 수 있는 경험은 우리의 안전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이 경험에서 우러나는 판단이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난 선배와 함께 갔다. 이 말은 직접적으로 내게 오는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판단력의 무게를 실감한 일이었다. 출장을 가서도 다른 선배들을 만나며 선배들의 마음가짐과 생활방법들을 엿볼 수 있었다. 단지 밖에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선배들로부터 느껴지는 것들이 많았다.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들이야 사소해 보이지만 다들 부담이라는 무게를 혼자서 이겨내고 있었다. 이러한 경험들은 세상 오지, 어떠한 곳으로라도 가야하는 촬영기자들에게 꼭 필요로 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작지만 차곡차곡 하나씩 경험이 쌓이다 보면 혼자서도 책임지는 위험 지 출장뿐만 아니라 후배를 데리고 출장을 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때까지 더욱 부지런히 나를 만들어가야,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될 나를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민창호 KBS 보도영상국

  1. 중계차 줄행랑사건

    쓰나미로 초토화된 일본 동북부 지역 취재를 마치고 영상송출을 위해 영사관이 있는 센다이 시내로 복귀하는 길. 로밍서비스를 통해 휴대폰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뜬다. “현지 중계차 철수로 송출 불가. 각자 현 위치에서 가능한 인터넷 송출 방법 강구 바...
    Date2011.05.21 Views10642
    Read More
  2. No Image

    리비아 전쟁취재기-우리는 선택과 판단을 해야했다

    인트로 얼마 전 선배로부터 리비아 취재기에 대해 글을 써줄 것을 요청받았다. 다녀온 지 두 달이 넘어가고 갑작스런 일이어서 부담이 되기는 했지만 이번 기회에 중동 출장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길게 출장은 다녀왔으나 무슨 말을 해야 할...
    Date2011.05.21 Views5022
    Read More
  3. 이집트 출장 지원자를 받습니다.

    이집트 출장 지원자를 받습니다. 여느날과 다름없는 일상의 아침은 짧은 문자와 함께 요동쳤다. 무라바크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는 그 시점이었다. 기자로서 이런 역사적 순간에 국제적 수준에서 취재할 수 있다는 것...
    Date2011.03.26 Views12022
    Read More
  4. 아덴만 여명 작전 -삼호주얼리호 취재

    이국의 바다에서 삼호주얼리호를 만나다 오만의 바닷가는 ‘클린스테이트’를 지향한다는 그들의 말 만큼이나 푸르고 깨끗했다. 한국대사관과 무스카트항을 몇 번씩 오가며 삼호주얼리호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사살된 해적들의 시신처리와 생포된 해적들의 인도...
    Date2011.03.22 Views10845
    Read More
  5. 아프리카를 가다

    마지막 기회의 땅 - 아프리카를 가다 설레고 긴장하며 아프리카 취재를 준비했다. 남아공, 콩고, 우간다, 에티오피아, 카메룬, 케냐, 빠듯한 17일간의 여정이 시작된다. 마지막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아프리카는 깨어나고 있었다. 나의 첫 번째 목적지는 남아...
    Date2011.03.22 Views10481
    Read More
  6. 맷값 폭행사건과 재벌2세

    ‘chaebol’ 위키피디아 영영사전에서 처음 이 단어를 접했을 땐 단어의 뜻을 잠시 고민 했었다. 발음그대로 읽으면‘채볼(?)’이라고 발음되어지는데, 한글을 영어로 고유명사화 시켰다는 정보로 단어를 유추한 필자는‘체벌을 한국의 교육방식 중 하나’라고 여긴...
    Date2010.12.16 Views12356
    Read More
  7. 작전중인 군과 취재진은 협력관계 유지해야

    지난 23일 북한이 연평도에 무차별적으로 포격을 감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북의 도발소식이 전파를 타고 전국에 퍼진 이후 온나라는 엄청난 혼란에 휩싸였고, 이를 취재하고 방송하는 기자들은 그들만의 또 다른 전쟁을 치러야했다. 어렵사리 연평도에 올라...
    Date2010.12.16 Views12196
    Read More
  8. 하버드대의 운동벌레들

    제목 없음 하버드대의 운동벌레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KBS 스포츠국에서는 학교 체육에 관한 특집물을 제작하였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학교 체육은엘리트 운동부를 중심으로 한 체육교육이었다. 이러한 형태의 체육 교육은 운동부 학생들의 수업 참...
    Date2010.11.16 Views12720
    Read More
  9. 저곳이다! 황장엽안가를찾다

    제목 없음 저곳이다! 황장엽안가를찾다 사건 캡으로부터 받은 전화 한 통!“ 황장엽씨가 사망했고 안가를 찾아 취재를 해야 한다. 주소는 논현1동!”번지수 없는 논현1동 하나로 보안 속에 둘러싸인 황장엽씨 안가를 무작정 찾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
    Date2010.11.16 Views10927
    Read More
  10. 한번의만남, 두번의헤어짐

    제목 없음 한 번의만남, 두 번의헤어짐 추석계기 남북이산가족 1차 상봉 행사를 마치며... 1차 상봉행사가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금강산에서 이루어졌다. 분단으로 인해 자신이 원하지 않은 삶을 살아야만 했던 가족들의 이야기. 한국 근∙현...
    Date2010.11.15 Views12062
    Read More
  11. 강제병합 100년 사할린 취재

    출장 다이어리 ♬~~ 잊으라 했는데~ 잊어 달라 했는데~ 그런데도 아직 난~ 너를 잊지 못하네~ 어떻게 잊을까~ 어찌하면 좋을까~ 세월가도 아직 난~ 너를 잊지 못하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불과 3시간 거리의 땅 사할린, 그곳에서 어느 할아버지가 우리에...
    Date2010.11.04 Views10144
    Read More
  12. 태극 여전사, 월드컵 신화를 이루다!

    태극 여전사, 월드컵 신화를 이루다! 지난 7월 28일,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예상외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한국 대표팀의 취재를 위해 급히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0시간여의 비행 끝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고, 다시 자동...
    Date2010.09.28 Views9631
    Read More
  13. No Image

    프랑스 기자교육양성센터(CFPJ) 방문기

    프랑스 기자교육양성센터(CFPJ) 방문기 난 2일, 프랑스 파리 2구에 위치한 기자교육연수센터(Centre de Formation et de Perfectionnement des Journalistes, 이하 CFPJ)에 다녀왔다. 이는 릴(Lille) 저널리즘고등교육원(Ecole Supérieure de Journalis...
    Date2010.09.28 Views5783
    Read More
  14. 태극 여전사, 월드컵 신화를 이루다!

    태극 여전사, 월드컵 신화를 이루다! 지난 7월 28일,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예상외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한국 대표팀의 취재를 위해 급히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0시간여의 비행 끝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고, 다시 자동...
    Date2010.09.08 Views10003
    Read More
  15. 2010 남아공 월드컵, 한국 축구 가능성 보여줘

    2010 남아공 월드컵 인천에서 두바이를 경유해 24시간 만에 도착한 요하네스버그는 서울보다는 조금 서늘한 날씨였다. 낮엔 반팔 차림도 가능하지만 저녁이면 쌀쌀해졌다. 그래도 겨울이라기보다는 늦가을정도로 구름 한 점 없는 파란하늘에 태양이 눈부셔 선...
    Date2010.07.20 Views10586
    Read More
  16. No Image

    남아공 월드컵 거리응원 취재기

    남아공 월드컵 거리응원 취재기 2002년에 고3이었던 나에게 거리응원은 부러움의 대상일 뿐이었다.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유로 함께 어우러져 웃고 울었던 그날의 기분을 나는 그저 말로만 전해 들었을 뿐. 2004년 아테네 올림...
    Date2010.07.20 Views5466
    Read More
  17. 6.25전쟁 프랑스 종군기자 앙리 드 튀렌 인터뷰

    6.25전쟁 프랑스 종군기자 앙리 드 튀렌 인터뷰 戰後 5년… 또 3차 대전이 터진 줄 알았다… 1950년 긴장과 공포 속에 한국행 비행기에 몸 실어 지난 6월 7일, 6.25 전쟁 발발 60주년을 앞두고 당시 미군에 종군했던 앙리 드 튀렌 (Henri de Turenne, 이하 튀렌...
    Date2010.07.15 Views10672
    Read More
  18. 김길태 사건 취재기

    “길태다.” 2010년 3월 10일 15:00경 부산 사상구 덕포시장 인근에서 김길태가 붙잡힌다. 경찰이 이양실종사건의 용의자로 김길태를 지목하고 공개수사로 전환한지 8일, 이양의 시신이 발견된지 4일만이다. 김씨의 흔적을 찾아 사상구를 헤매던 기자들이 급히 ...
    Date2010.05.14 Views10401
    Read More
  19. 백령도 그 침묵의 바다 앞에서

    그 침묵의 바다 앞에서 천안함이 바다에 침몰했다는 소식을 듣고 뉴스를 모니터 하다가 귀에서 맴도는 소리가 있었다. 바로 '백령도 수심 20m 부근에 침몰하였다"라는 기자의 목소리... 이 소리가 나를 움직이게했다. 수심20m면 스쿠버다이빙으로 얼마든지 내...
    Date2010.05.14 Views10141
    Read More
  20. "사랑한다 아들아!"

    ‘사랑한다. 아들아.’ 이 말을 듣고도 가슴이 먹먹해지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뉴스뿐만 아니라 여러 프로그램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그런 이 말을 나는 현장에서 직접 듣고 있었다. 미어지는 어머니의 목소리, 한마저 느껴지는 가족의 목소리...
    Date2010.05.14 Views9771
    Read More
  21. 혼돈의 시간과 정지된 시각

    혼돈의 시간과 정지된 시각 -해군 제 2함대 취재기- 부산 여중생 살인 사건이 마무리된 지 일주일 남짓. 채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이번에는 평택이었다. 언론사에 입사해 뉴스를 만든 지 이제 5개월 남짓밖에 안된 수습기자에게, 이는 너무나 가혹한 소식이 ...
    Date2010.05.14 Views1013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