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이백리, 독도 고유 식물 취재기
섬기린초, 섬초롱꽃, 섬괴불나무. 처음듣는 생소한 식물. 그러나 이름에서 느낌이 오듯 우리 땅 울릉도와 독도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식물이다. 다시말해 일본에서는 볼 수 없고,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식물이다. 이 미물들이 독도가 우리 땅임을 말해주고 독도에 대한 우리 영토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울릉도에서 여객선을 타고 두 시간을 달리니 우리땅 독도에 닿을 수 있었다. 예전에는 해군함정이나 어업지도선을 이용해 입도했으나, 지금은 안전하고 빠른 여객선으로 입도할 수 있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로 나뉘는데 동도는 경북경찰청 소속의 독도경비대가 상주하고 있고, 서도에는 독도리 이장인 김성도씨 부부가 살고 있다. 아쉽게도 독도에 도착한 모두 관광객들은 동도와 서도를 갈 수 없고 항구 주변에서 30분 정도 머물다 다시 배를 타고 나가야 한다. 취재를 위해 8시간 정도 특별 입도 허가가 난 취재진들은 엄청난 특권(?)을 누린 것이었다.
먼저 섬초롱꽃 취재를 위해 서도로 향했다. 서도는 고유식물 군락지이기도 했지만, 괭이갈매기 서식지로 일반인들의 접근이 통제돼있다. 서도를 오르는 길은 아름다운 자태와는 달리 무척이나 험했다. 계속된 태풍과 폭우로 산사태가 일어나 중간 중간 길이 끊겨져 있었으나 보수를 하지 못해 카메라와 장비를 들고 정상을 오르는 취재진들이 위험한 상황을 여러 번 겪기도 했다. 또한 번식기에 접어든 괭이갈매기들은 배설물 공격을 하기도 했고, 고공에서 날아와 부리로 쪼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정상에 오르니 정상은 괭이갈매기 천국이다. 알에서 막 깨어난 새끼부터 모이를 물어다주는 어미까지 평화로운 서도에서 갈매기들은 커가고 있었다. 흰색 종모양에 보랏빛 무늬가 새겨진 섬초롱꽃, 바위틈에 핀 섬갯장대를 간단히 담은 후 갈매기들을 위해 하산해야 했다.
동도에 오르기 위해 김성도 할아버지의 고무보트를 타고 항구로 돌아갔다. 무더위 속에서 등산한 후에 먹는 김밥 도시락은 정말 꿀맛이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도시락을 먹으니 마치 MT를 온 것 같은 착각을 하기도 한다. 그것도 잠시, 다시 가파른 계단을 따라 동도에 올랐다. 정상에 오르자 ‘섬괴불나무’ 군락을 볼 수 있었다. 섬괴불나무는 6월이 되면 파란 가지에 빨간 열매가 탐스럽게 열린다. 또 바위틈 사이에 노랗게 핀 ‘섬기린초’를 볼 수 있었다. 동도에서는 ‘초종용’이란 식물도 볼 수 있었다. 보라색 화려한 꽃을 피운 초종용은 다른 식물에 기생하며 자라고, 한약재로 쓰이는 고유식물이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 2011년, 독도 고유식물인 ‘섬기린초’ 종자를 채취해 대량 증식하는데 성공했고, 3년 만에 3천포기를 대량 증식했다고 한다. 몇 년 뒤에는 섬초롱꽃과 섬괴불나무도 증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제 머지않아 독도 식물을 육지에서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일본에게 이 고유식물은 우리땅 독도를 지켜주는 소중한 수단이 될 것이다.
SBS영상취재팀 김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