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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런던. 약속의 땅.

“영국 런던은 잘 알겠는데 캐나다 런던이라는 데가 있냐” 라는 질문을 받으며 시작된 이번 2013년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출장! 국회에 출입하다가 스포츠로 옮긴 후 pool로 가는 첫 해외출장이었지만 부담감보다 설레임이 더 앞섰다. 그랬던 이유였을까? 막상 도착해 보니 영국 런던을 옮겨놓은 듯한 도시 모습에 차창밖을 연신 바라보기 바빴다. 캐나다 동부 토론토에서 차로 약 두시간 떨어진 런던시는 교육의 도시로 팝가수 저스틴 비버가 입학할 예정인 웨스턴 대학이 위치해 있고 최근엔 대도시를 피해서 어학연수를 하기 위해 한국학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그런 작고 조용한 도시가 며칠 뒤 대한민국 국민들과 세계인들에게 큰 감동을 전해줄 약속의 땅이 될 것을 짐작이나 했을까? 우린 런던시에 도착하자마자 대회가 열릴 버드와이저 가든을 찾아갔다. 폭이 좁고 길이가 긴 경기장엔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고 잠시 뒤 김연아 선수도 첫 공식훈련을 하기 위해 모습을 나타냈다. 훈련하는 모습을 취재하는 내내 실제로 김연아 선수를 보는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무척 설레고 긴장되었다. 사실 이번 출장을 위해 내가 준비한거라고는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열렸던 NRW 트로피대회와 목동에서 열렸던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의 김연아 선수 경기영상을 스마트폰에 넣어두고 ‘레미제라블’과 ‘뱀파이어 키스’ 프로그램을 오다가다 본 게 전부였다. 누가 그랬던가? “스포츠는 현장에서 봐야 제 맛이다” 라고. 작은 스마트폰을 통해 본 김연아는 곧바로 잊혀졌다. 훈련이었지만 역시나 김연아 선수의 연기는 담대하고 시원시원했다. 각국 취재진들과 관중들의 눈이 김연아에게 쏠리는게 보였다. 준비는 잘되었고 결전만이 남아 있었다.

동계스포츠의 강국. 캐나다.

김연아 선수는 한차례의 주경기장 훈련을 제외하고는 약 15분 떨어진 웨스턴 페어 스포츠센터에서 쇼트와 프리프로그램 훈련을 했다. 나는 김연아 선수를 취재하기 위해 훈련장을 찾았다가 입이 떡 벌어졌다. 이유는 한 건물에 링크장이 3개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쪽에서는 피겨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고 다른 두 경기장에서는 아이스하키를 하고 있었는데 그 시설들이 너무나 깨끗하고 잘 관리된 면도 있었지만 어느 누구나 이용하기 편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런 시설이 캐나다에는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에 놀라며 정말 “인프라가 잘 구성되어있구나 ”라는 생각과 동시에 비교하기는 싫지만 대한민국의 경기장 시설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동행했던 빙상연맹 고위간부도 연신 부러움의 말들을 쏟아냈다. 스포츠센터를 이용하기 편하니 사람들이 자주 찾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왕래가 잦고 스포츠센터 주변 상가들도 활성화되어 있었다. 자연스레 스포츠도 경제도 잘 사는 구조였다. 내가 부러워 한 또 한 곳은 미디어센터였다. 각국에서 온 취재단들을 위해 통역, 취재물품, 교통, 먹거리 등등을 충분히 제공해 주며 불편을 느끼지 않게 해주었다. 나 역시 한국유학생 자원봉사자가 거의 전담하다시피 동행하며 취재를 할 수 있어서 편했다. 어쩌면 이런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준비한 것이 동계스포츠 강국 캐나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김연아를 이해하다.

2010년 벤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딴 이후 그 해 세계선수권에서 아사다 마오에게 진 김연아 선수는 2011년 세계선수권에서 멘토이자 코치였던 브라이언 오서와 씁쓸한 이별을 한 후 또 다시 안도 미키에게 졌다.?밴쿠버에서의 기념비적인 우승 이후로 김연아 선수 개인적으로는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은 듯 보였다.?그동안 대중에게 보여진 김연아 선수는 금메달, CF 퀸, 아사다 마오와의 라이벌 등 세상사람들 이야기 중심에 있었고 그 시선을 피하기는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그만큼 혼자서 모든 것을 헤쳐나가야 했기 때문에라도 스스로 똑부러지고 강한 모습을 보여야만 했을 것이다. 이런 그녀를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몇몇 기자들은 “이제는 말 놓기가 쉽진 않다. 너무 커버렸어” 라고 한다. 하지만 2013년 세계피겨선수권을 출전하면서 김연아 선수는 한국의 동료 선수들에게 올림픽에 출전할 기회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김연아 선수가 다시금 피겨끈을 고쳐 매고 난무하는 추측들을 헤치고 다시 경기장으로 나선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았다.?우리는 당연한 듯 쉬운 듯 말하지만 김연아 선수가 그동안 경험했던 고통을 또다시 경험해야 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신체적 거부반응이 대단했을텐데... 라는 생각을 해보면 짧은 기간동안 엄청난 노력을 했을 김연아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는 김연아를 이해하기로 했고 또 진심으로 응원하기로 했다.

우승, 그리고 꿈의 겨울이 기다려진다.

쇼트프로그램 추첨을 마친 김연아 선수는 무척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경쟁자들과는 다른 어떤 포스같은 게 느껴졌다. 라이벌 아사다 마오를 넘어서는 높은 수준의 심리적 단계가 있는 것일까? 2년만에 그녀의 첫번째 메이저 국제대회에 출전한 김연아 선수는 마치 한 번도 시합을 떠난 적이 없었던 것처럼 스케이트를 탔고 시합을 지배하며 218.31점의 점수로 두 번째 월드 타이틀을 챙겼다. 역시나 뛰어난 선수는 큰 무대에서 강하고 빛났다. 안무 소화력은 여전했고 빠른 트랜지션과 군더더기 없는 무브먼트, 음악과의 조화 모두 좋았다. 그녀의 팔과 상체의 움직임은 음악의 흐름에 맞추어 정교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으며 손가락 끝은 마치 지휘자처럼 보이지 않는 연주자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쇼트보다 더 많은 연기를 보여야 하는 프리프로그램에서는 타 경쟁자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 왜냐하면 현장에서 느끼는 경기력에서 확연히 차이가 보였기 때문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점프에서 더욱 차이가 확 났는데 김연아 선수는 매우 자연스러운 반면 타 선수들은 점프높이가 낮던지 또는 점프 후 주저앉는다든지 혹은 경기도중에 숨차는 소리가 너무나도 잘 보이고 들렸기 때문이다. 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팅에는 한때 그녀가 발산하던 천진한 기쁨과 젊음의 힘보다는 기술적 완벽함 속에 우뚝 선 예술성이 돋보였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로 하여금 연기 마지막 몇 초 내내 기립하게 만들었고 관객들은?기쁨으로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경기장에 오른 마지막 스케이터 김연아 선수는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주연배우라는 확신과 함께 중앙무대를 점령했으며 그녀의 앞에 나왔던 모든 선수들을 그저 웜-업 연기에 지나지 않게 만들어 버렸다. 이렇듯 성숙하고 언제나처럼 우아한 김연아가 마침내 돌아왔다. 그저 믿기 어려울 뿐이다. ‘퀸유나(Queen YuNa)가 월드에서 최고의 연기로 군림하다’ 라고 세계 각국의 취재진들은 1보를 전하기 바빴다. 감동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위대한 챔피언을 위해 반드시 그들의 언어로 된 국가를 불러주고 싶다." 라는 취지아래 현지 '아마빌레 콰이어스 오브 런던(Amabile Choirs of London)‘ 합창단이 부른 감동의 애국가! 그 모습을 보고 있었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가슴 한 켠이 뜨겁고 따뜻했을 것이다.  김연아 선수 같은 존재가 대한민국에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축복이자 행운이다. 다시 피겨끈을 묶은 그녀에게 큰 응원의 박수를 보내본다. 그리고 챔피언을 향해 낯선 외국인들이 부르는 감동의 애국가를 듣고 있던 김연아 선수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감정적으로 초연한 태도를 유지한 채 서 있었다.?덤덤한 그 모습 속에서 그녀의 다음 올림픽인 소치에서는 어떤 성장을 우리에게 보여줄 지 벌써부터 그 꿈의 겨울이 기다려진다.
제일 / SBS 영상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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