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그곳에서 일본을 보다“
다시 갔다. 솔직히 꺼림직 했으나 취재를 위해 7개월 만에 다시 찾아 간 후쿠시마는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들이었다. 동일본 대지진 직후 원전 폭발로 인해 발생된 피해와 사회적 두려움이 가득했던 지난 2월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취재차 간 게 아니라 지나다 들렸다면 이러한 사실 마저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다. 소개령이 내려져 모든 사람들이 떠나버린 마을과 버려진 역을 최소한의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현장을 취재하던 취재진이 만나게 된 몇몇 일본인들은 마치 구경나온 사람들의 모습 그 자체였다. 심지언 사고가 난 이후 출입이 금지된 후쿠시마 제1원전 8km지역까지 들어와 단체로 사진도 찍고 여기저기 둘러보는 모습에서 오히려 취재진을 당혹케 했다. 심지어 시내에 있는 학교의 운동장에 치우지도 못한 체 임시 보관되어진 제염작업을 한 흙을 방수포로 덮어 씌어놓고 쌓아둔 운동장에선 어린 학생들이 축구경기를 하는 등 방사능에 대한 공포는 찾아보기 힘든 지극히 평온한 분위기였다. 이 시점 한국에선 후쿠시마라는 말만 들어도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접근마저 꺼리고 그 지역의 농수산물은 수입을 금지할 정도로 사람들이 살아가기 힘든 곳이라고 알고 있었다. 이러한 한국인들의 인식에 대해 만나본 일부 일본인들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수준이 낮아서 그렇다는 격앙된 표현을 평소 지나칠 정도로 절제하는 모습과 달리 취재진들에게 거침없이 표현했다. 후쿠시마 소마지역의 수산마트에서 만난 주민은 안전하다는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며 전날 조업을 통해 잡혀져 판매되어지는 후쿠시마산 문어를 사보이며 전혀 문제 될게 없다며 선뜻 인터뷰를 응했다. 취재진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정말 그들이 말하듯 안전한지를 찾아보기 위해 열흘 가까운 시간동안 후쿠시마 전역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이러한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른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따금 계곡 근처를 지날 때면 자연 방사선기준치의 0.23 마이크로 시버트의 10배 가까운 수치를 나타내며 설량계는 미친 듯이 경고음을 울려 되며 취재진에게 긴장감을 주었으며 치우지 못한 체 곳곳에 보관되고 있는 제염작업 폐기물을 쉽게 발견하였다.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살수 없어 쫓겨난 사람들은 여전히 시내와 한참 떨어진 임시 거처에서 무관심속에 여전히 기약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지난 2월에 찾아 갔을 때와 달라진 삶은 없었다. 정부의 발표에 불신을 갖고 활동하는 시민단체는 오히려 갈등을 조장한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활동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었으며 대지진 당시 피난을 갔던 사람들은 고향과 가족을 버렸다는 비난 속에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취재 중 만났던 한 주부는 언젠가 나타나게 될지도 모르는 방사선의 피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식들을 후쿠시마에서 도저히 키울 수 없다며 흘리던 눈물이 아직도 너무나 생생하다.
이번 현지 취재를 통해 보이지 않는 사회적 갈등과 이러한 사실을 은폐시킴으로서
일본은 안전하다는 인식의 확산을 노리는 일본정부와 일본인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정현석 / KBS 보도영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