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33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No Attached Image

지난 7월 5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 메이지시대 산업혁명 시설 23곳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도록 최종 결정했다. 일본은 이 시설들이 '서양 기술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여 일본의 방식으로 산업화한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연 일본 정부의 설명대로 등재된 23곳은 모두 산업화의 현장이었을까?
후쿠오카 공항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4시간 가량을 달리면야마구치 현 '하기'시가 나온다.

인구 5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로 하시모토강과 마쓰모토강 사이에 낀 오지다. 하지만 이곳은 일본 역사에 메이지 유신의 발원지로 기록된다.
그 주역은 요시다 쇼인(吉田松陰 1830~1859)이다. 지금도 하기엔 그가 세운 사설 학당이 있다.

바로 쇼카손주쿠(松下村塾)다. 이곳 역시 이번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지난 5월 26일, KBS취재진이 쇼카손주쿠를 찾은 날은 평일이었음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3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삶을 살다 갔지만, 일본인들은 그를 위대한 스승이자 스스로 삶을 개척한 영웅으로 추앙한다.

또한 그의 사상을 이어받은 제자들 역시 존경의 대상이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라든가,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縣有朋) 등
메이지 시대에 총리대신이 되는 인물을 여러 명 배출한 곳, 바로 쇼카손주쿠다.
이토 히로부미는 문관으로 메이지 헌법과 관료제의 기초를 세웠고, 야마가타 아리토모는 메이지 일본을 대표하는 무관이다.

야마가타의 군부 계보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주역인 가쓰라 다로(桂太?), 조선 초대 총독으로 병합조약을 체결한

데라우치 마사다케(寺?正毅), 조선 2대총독인 하세가와 요시미치(長谷川 好道) 등으로 이어진다.

한 마디로,조선을 지배한 사람들의 계보는 전부 요시다 쇼인으로부터 출발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시다 쇼인은 '조선을 침략해야 한다'는 이른바 '정한론'의 주창자였다.

그가 25살에 감옥에서 쓴 '유수록(幽囚錄)'엔 '무력 준비를 서둘러 조선을 꾸짖어 옛날처럼 조공을 바치게 만들고,

북으로는 만주를, 남으로는 대만과 필리핀 섬들을 노획해야 한다'고 기술했을 정도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매년 요시다 쇼인의 신사를 참배한다. 그의 이름에 있는 '신(晋)'자는 요시다 쇼인의 수제자였던

다카스기신사쿠(高杉晋作)의 '신(晋)'자를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요시다 쇼인을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정도로 쇼인 사상의 신봉자다.

때문에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의 이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진짜 목표가 다른 산업화 유산이 아닌 쇼카손주쿠라고 분석한다.
"일본 우파들의 주장을 대변할 수 있는 모든 사상의 뿌리가 요시다 쇼인에게 있습니다. 지금 일본이 등재를 신청한 다른 산업 유산들은

쇼카손주쿠 등재를 위한 위장일 수 있습니다. 쇼카손주쿠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는 것은 요시다 쇼인의 사상이

전부 정당화 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강동진 교수는 "쇼카손주쿠는 산업 혁명과는 1%도 관련이 없는 장소" 라고 못 박는다.
"규슈-야마구치의 산업 유산에 쇼카손주쿠를 억지로 끼워 넣었다는것은 산업 유산 자체보다는 메이지 시대에

관심이 더 많다는 증거입니다. 메이지 시대의 핵심 정신은 '정한론'과 '탈아입구론'으로 대표되는 침략사상입니다."

쇼카손주쿠를 찾았던 날, 취재팀은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 다정하게손을 잡고 찾아온 연인,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맞춰 입고 온 단체관광객들 등 각양각색의 일본인을 만날 수 있었다.

쇼카손주쿠가 얼마안 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는 자긍심이었을지 아니면 이토 히로부미부터 현 아베 신조 총리까지

국가의 지도자를 여러 명 배출한 야마구치 현을 방문했다는 뿌듯함이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의 표정엔 배우려는 의지와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들은 쇼카손주쿠가 일제가저지른 반인륜적인 범죄의 근원이라는 것을 당연히 알지 못했고,

오히려 일본의 정신과 혼이 깃든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다.일본 국민들로 하여금 쇼카손주쿠를 일본의 정신과 혼이 깃든 곳으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사람들, 일본의 우파들이다. 그 정점에 아베 신조 총리가 있다.

1954년생인 아베 신조 총리는 52세라는 이른 나이에 전후세대로서는 처음으로 정권을 거머쥔 입지적인 정치인이다.

2006년 제90대 총리에 오른 뒤, 96대를 거쳐 현 97대 총리까지 무려 3번이나 총리 자리를 꿰찬 일본 정치의 핵심 인물이다.

그런 그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침략사상의 대표적 사상가인 요시다 쇼인이라는 것은 아베 신조 총리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최근 아베 정권은 집단 자위권 법안을 중의원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제3국이 공격당한 경우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하는 권리인 집단 자위권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에서

벗어나 타국을 침략할 수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을 개정해 일본을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만드는 일이 본 궤도에 오른 것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침략의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않았다”고 주장해 거센 비판에 직면한 적이 있다.

그에게 있어 그 주장은아직도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쇼카손주쿠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는 방식으로 침략사상을 자국민들에게

슬며시 주입시킴과 동시에 집단 자위권 법안을 처리해 일본을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개조시키는 등의 일련의 과정은 전쟁을 위한

준비단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거듭나는 일본, 세계경제의 블랙홀이 되어가는 중국, 

그런 중국의 확장을 막으려는 미국, 미국과 대립해 예전 소련연방을 꿈꾸는 러시아, 그 사이에 낀 우리나라.

먼 훗날 역사학자들은 21세기 초반의 동북아 정세를 어떻게 기술할까? 어둡고 슬픈 역사의시작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손병우 / KBS 보도영상국 영상특집부

 

 

 


  1. 촬영기자로 살아가기 - 정두운 / YTN제주

    촬영기자로 살아가기.... 1. 멋진 풍경을 담아내기 위해 그곳에 다다를 때까지 ENG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묵묵히 가야 한다. 해발 1950미터 한라산 촬영이라도 잡힐 때면.... 1500 고지 능선을 숨이 막혀 터져버릴 것 같은 가슴을 움켜잡고 오백나한 영실기암...
    Date2015.11.23 Views5167
    Read More
  2. <지역 취재기>

    G1 창사14주년기념 보도다큐멘터리 가능성의 바다 관광블루오션 동해 (G1강원민방 홍성백 기자) 꿈과 목표 평소에 수중촬영에 관심이 많아 회사업무와 교육을 병행하여 현재 모 단체의 인스트럭터로 있고 마찬가지로 인스트럭터인 유세진 선배와 함께 수중팀...
    Date2015.11.21 Views5303
    Read More
  3. No Image

    <사이버 폭력 취재기>

    21세기 신 주홍글씨 사이버 폭력 벤쿠버는 우기로 접어들어 비가 내린다. 캐나다 벤쿠버는 우기로 접어들어 비가 내렸다. 몇 년 전 자살한 소녀의 집으로 가는 길은 비가 내려서인지 우울함이 더 했다. 생소한 이름일수도 있고 들어본 이름일수도 있는 아만다...
    Date2015.11.21 Views1295
    Read More
  4. No Image

    <국정감사 취재기>

    ‘얘기’되는 국정감사는 어디에? 실질적으로 국감 마지막 날이었던 10월 8일 국회의 국방위 국정감사장은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에 대한 날선 공방으로 긴장감이 가득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증인으로 나온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을 ...
    Date2015.11.21 Views1058
    Read More
  5. No Image

    <국정감사 취재기>

    2015 미완성 국정감사 “국정감사 종합일정 아직도 안 나왔어?!” 다들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보통 2~3일전 국감 상임위 일정이 나와야 하는데 국감 시작 전날 늦은 오후에 세부 일정이 나온 것이다. 일제히 컴퓨터 앞에서 각 회사별 국감일정 전파보고와 평소 ...
    Date2015.11.21 Views980
    Read More
  6. <알래스카 취재기>

    “현지 코디의 중요성” 알래스카 북극의 대자연, 오로라, 빙하, 북극곰으로 유명한 알래스카는 1867년 전 미국이 구소련으로부터 720만 달러에 사들였다. 지금으로 환산하면 90억 원 정도이다.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구매를 했지만 석유, 가스등의 자원은 천문...
    Date2015.11.21 Views5476
    Read More
  7. <평양 체류기>

    평양, 7년만에 방북 KBS는 지난 8월 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간 평양에서 열린 국제유소년 축구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2010년 5.24 대북재재조치 후 7년 만에 방북입니다. 그 사이 남북간 군사적 초긴장상태가 조성되기도 했습니다... 고...
    Date2015.11.21 Views5499
    Read More
  8. No Image

    <평양 체류기>-KBS 김대원

    Date2015.11.21 Views568
    Read More
  9. <지역 취재기>

    “광수야, 오늘은 하늘에서 한 번 훑어야 할 거 같은데...” 데스크 지시가 떨어진다. ENG카메라만 챙기던 내가, 챙겨야 될 준비물이 하나 더 생겼다. 그건 바로 카메라가 달린 비행물체, ‘드론’이다. 처음엔 모든 게 어려웠다. 전에 RC카나 RC비행기를조종해봤...
    Date2015.09.03 Views6077
    Read More
  10. <아프리카 취재기>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아프리카 입사 20년만에 아프리카에 갈 기회를 얻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그 동안 그 기회를 애써 잡으려 하지 않았다... 아프리카는 묘한 곳이다. 가고 싶으면서 가고 싶지 않은 곳.. 에볼라, 테러, 기아, 해적.. 나의 마음을 주...
    Date2015.09.03 Views5501
    Read More
  11. No Image

    내가 만난 메르스

     “메르스? 그게 뭔데?” 5월 20일 오후 4시. 간단한 스케치와 인터뷰만 하면 된다는 데스크의 귀띔으로 국립의료원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 담당 기자와 나눈 대화이다. 중동에서 발생한 감기 바이러스이고 전염력이 있긴 하나 우리나라는 기후가 달라 걱정...
    Date2015.09.03 Views2269
    Read More
  12. MERS 이후 두 달..... 지금은.

    5월 중순, MBC 뉴스의 보건 의료를 담당부서인 사회1부는 대형병원의 ‘중동환자 모시기’ 경쟁에 대해 기획 취재 중이었다.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으나 상대적으로 의료시설이 부족한 중동의 환자들이 국가의 지원을받아 외국병원으로 장기입원치료를 받고 있...
    Date2015.09.03 Views5086
    Read More
  13. <유라시아 취재기>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생방송을...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 첫 번째 생방송이 예정된 곳이다. 누군가는 헤어지는 연인과 아쉬움에 진한 키스를 나누고 누군가는 여행의 시작에 들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는 첫 생방송을 무사히 하기 위해 서울 신호...
    Date2015.09.03 Views5862
    Read More
  14. No Image

    쇼카손주쿠(松下村塾)와 아베 신조

    지난 7월 5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 메이지시대 산업혁명 시설 23곳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도록 최종 결정했다. 일본은 이 시설들이 '서양 기술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여 일본의 방식으로 산업화한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
    Date2015.09.02 Views1335
    Read More
  15. <호주 취재기>Working&Holiday 출장

    호주 취재기 Working&Holiday 출장 뉴질랜드의 2주간 취재를 마치고 호주 시드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특파원현장보고> 제작을 위해 한국을 떠나와서 마지막 아이템 ‘워킹홀리데이 체결 20년, 스스로의 권익을 돕는 한국 워홀러’ 취재를 위해서다. ...
    Date2015.07.22 Views5889
    Read More
  16. 석연치 않은 죽음, 음악인 신해철 .. 그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늘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던 그래서 천재 뮤지션이라 불리던 신해철. 하지만 고인이 된 지금 그에게 따라 붙는 말들은 의료과실, 부검……. 일반적이지 않은 단어들인 만큼 그의 삶의 마지막도 일반적이지 않았다. 10월 31일 이른 아침 고인과 고인의 영정사진이...
    Date2014.12.30 Views6782
    Read More
  17. <시리아 난민 취재기> 요단강, 이 쪽의 사람들 - 카메라에 민감한 정서

    요단강, 이 쪽의 사람들 - 카메라에 민감한 정서 11월 23일 00시 05분, 인천공항에서 요르단으로 출발했다. 아부다비를 경유하여 가는 여정은비행시간만 13시간이 걸리는 꽤 먼 길이었다. ‘UN난민기구’가 관리하는 요르단 내 ‘시리아난민캠프’와 거기에서 나와...
    Date2014.12.30 Views7090
    Read More
  18. <YTN 독도 취재기> 또 다시 밟아본 우리 땅 독도

    또 다시 밟아본 우리 땅 독도 대한민국 최동단의 땅, 독도 두 개의 섬과 90여개의 바위로 이뤄져 있으며 화산분출로 생겨난 천정굴, 코끼리바위. 한반도지형, 천국의문 등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생태계 보호지역이다. 최근 계속되는 일본의 영유권 주...
    Date2014.12.30 Views7157
    Read More
  19. 홍콩시위 취재 - 홍콩평화시위를 다녀오다

    퇴근시간 무렵, 동료들과 맥주 한 잔 마시기로 하였기에 “퇴근 하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서려 했다. 내근데스크가 조용히 와보라고 한다. 왜일까? 내일 조근일정이 갑자기 생겼나 싶었다. 궁금함을 가득 느끼며 가까이 가니, “현상이 너 홍콩가야...
    Date2014.11.18 Views6970
    Read More
  20. 북한 최고위급 3명 전격 남한 방문 취재기 - 좋을 땐 당장 통일 될 것 같은 느낌

    좋을 땐 당장 통일 될 것 같은 느낌! 토요일 여유로운 주말 근무의 시작을 충격과 놀람으로 몰고간 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다음가는 실세가,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이나 동시에 남한으로 입국한다는 속보였다. 통일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황병서 총정치국장...
    Date2014.11.18 Views7107
    Read More
  21. 국감취재기 - 고난의 연속이었던 2014 국감

    고난의 연속이었던 2014 국감 지난 16일 오후, 가을의 선선함에도 국회의 한 상임위장은 열기가 가득했다. 온 국민을 비탄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등을 대상으로 열리고 ...
    Date2014.11.18 Views737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