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03 00:09

<유라시아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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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생방송을...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
첫 번째 생방송이 예정된 곳이다. 누군가는 헤어지는 연인과 아쉬움에 진한 키스를 나누고 누군가는 여행의 시작에 들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는 첫 생방송을 무사히 하기 위해 서울 신호분배실과 전화를 하고 카톡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한편에서는  30개가 넘는 짐과 장비를

기차에 옮겨 싣느라고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9,288km가 새겨진 출발점에서 대망의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출발하는 출정식 절정의 순간에

생방송은 연결됐다.  머나먼 이국땅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을 알리는 유라시아 친선특급 원정대가 한 손을 치켜 들며

힘찬 함성을 지를 때, 이 순간 이 전파를 타고 생생하게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안방에 생방송으로 전달되는 순간 긴장되면서도

한편 짜릿했던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기차는 끝없이 펼쳐진 초목의 벌판을 지났다.

62시간 만에 도착한 도시 이르쿠츠크 옆에는 바이칼 호수가있다.  ‘성스러운 바다’, ‘시베리아의 푸른눈’으로 불리며 남한 면적의 1/3 크기라는

바이칼 호수에서는 휴양지 해변에 놀러온 비키니 미녀들이 태양을 즐기는 선탠을 곳곳에서 하고 있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여기가 호수가 맞나 생각될 정도. 바이칼 호수가 있는 리스트비얀카에 머무는 시간은 불과 1시간 남짓 이었다.

우리는 이 짧은 시간에 생방송과 리포트를 해야 했는데 또 다른 복병이 나타났다. 통신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통신이 가능한최선의 위치를 찾아 이리 저리 장소를 옮기다가 기지국 안테나를 발견했다. 반가웠다.

이제는 잘 되겠지 하면서 배경까지도 염두에 둬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 통신 상태는 해결되지않았다.

최후의 결정을 했다. 그냥 움직이지 말고 홀드 샷으로 가자. 대신 첫 장면에 가능한 바이칼 호수의 모든 걸 담아보자.

결국 기자가 얼음장 같은 바이칼 호수에 발을 담근 채 한 옆에는비키니에 선탠을 하는 두 여인을 화면에 담았다.

바이칼 호수의 시원함과 휴양지의 안락함 거기에 화려한 여인들까지 멋진 바이칼을 만들어 줬다.
이번 시베리아 횡단열차 취재는 여러 면에서 의미 있는 출장이었다. 카메라기자도 3명이 투입됐다.

남선은 이승환 기자가 맡았고 북선은 나와 이동규 기자가 출발했다. YTN에서는 드물게 대규모 취재진이 구성된 것이다.
이번 취재는 14,400Km라는 지구둘레 1/3의 대장정을 460시간 동안 국경을 넘나들며 때로는 기차에서 몇 날 며칠을 먹고 자고

이동하면서 가는 곳마다 생방송을 통해 소식을 전해야 하는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최대 이동거리인 하바로프스크에서

이르쿠츠크까지 3,340km 62시간 동안은 기차에서 먹고 자고 씻고 취재하고 방송해야 하는 그야말로 강행군이었다.

이 거리는 서울 부산 거리의 60배가 넘는 그야말로 최악의 코스로 악명 높은구간이다.
현실이 그렇듯이 유라시아 친선특급에 올라타고 시베리아에서 생방송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일단 러시아 시베리아라는 곳이 사람도 거의 살지 않는 황무지 벌판에 가까운 땅이고 당연히 그런 곳에서

일상적인 사람들간에 통신조차 쉽지 않은데 그런 곳에서 생방송을 한다니...과연 할 수 있을까.
통신, 전원공급, 열차이동, 날씨, 중간 정차역, 정차시간, 시차 등 수많은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꼼꼼하고 치밀한 준비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YTN의 친선특급 취재는 그동안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베리아의 아름다운 풍광을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시청자들에게 선사한 멋진 기행이었다.
준비한 장비가 너무 많아 장비실장 장비의 블랙홀이란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ENG, 6mm 등은 기본이고 와이드렌즈, 고프로, 드론,

TVU, 별도의 라이트 등 수많은 장비들을 챙겼다. 이 때문에 다양한 시각의 영상을 촬영할 수 있었고 보는 눈을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출장에 백미 중에 하나가 드론과 고프로 영상이다. 사실 러시아에서도 드론에 대해 부담스러웠는지 계속 문의만 해 오다가

마지막 순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서야 드론 촬영이 가능하다는 승인이 떨어졌음을 알려왔다.

천만 다행이었고 드론을 담당했던 이동규 기자가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해 줬다. 블라디보스토크항, 하바롭스크 아무르강변,

그리고 파란 코발트 바다 같은 풍경을 보여준 바이칼 호수까지 드론이 보여준 시원한 영상은 더위에 찌들었을

시청자들의 눈과 마음에 폭포수 같았을 것이다. 또한 이번 시베리아 횡단열차 취재는 기차에서만 8박을 해야하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사실 기차를 타기 전까지만 해도 기차에서 어떻게 먹고 자고 배출할까를 고민 했던 게 사실이다.

 출장 후에도 많은 동료들이 기차에서 잘만 했냐고 물어왔다. 그럴때마다 대답했던 말이 생각난다.

첫날은 잠을 못 잤고 다음날부터는 그냥 쓰러져 잤고, 나중에는 기차가 그리워졌다는 사실.

이르쿠츠크 이후 하루 자고 하루는 기차에서 내려서 거점 도시에서 자는 퐁당 퐁당이 계속되다 보니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짧은
시간에 취재를 해야 하고 다시 짐을 옮겨야 하는 것들이 더 힘들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중에는 차라리 기차에 계속 머물렀
으면 하는 생각이 날 정도였다. 이번 여정은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손기정 선수는 베를린까지 뭘 타고 갔을까? 얼핏 생각해 보면 당연 비행기를 타고 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기차였다.
나 역시 이번 취재가 시작되기 전에는 특별히 생각해 본 적도 없거니와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번 원정대 취재를 다녀온 후로 지금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이 순간 철도에 있어서는 일본과 마찬가지인

섬나라와 같다는 것이다. 우리는 분명 아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과도 연결된 대륙에 살고 있으면서도 정작 대륙과 연결되지 못한 채

철도의 섬나라에 살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손기정 선수가, 이상설, 이준, 이위종 선생이 기차를 타고 베를린으로 헤이그로 갔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채 살고 있었던 것이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했던 이번 시베리아 횡단열차.

19박 20일 짧지 않았던 14,400km의 대장정.
베를린에서 대형 태극기를 펼치며 생방송으로 끝을 맺었던 그순간.

참가자 모두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던 모습이 생생하다. 

참가 했던 모두에게 결코 잊혀지지 않을 순간순간의 기록이 영상으로 빼곡히 쌓여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잊을 수 없는 것.

우리의 염원이 이뤄져 앞으로는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저 시베리아 벌판으로 나아갈수 있기를 기대한다.

 

 

8.jpg


 

9.jpg

이동형 / YTN 영상취재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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