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08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우리는 카메라 기자이다

 

               참 회 록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滿) 이십사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윤동주 시인은 나보다도 어린 나이에 본인의 행동에 대해 참회록을 썼다. 카메라 기자로서 사명감을 세기고 일하고 있는 나에게 참회록을 써본다. 왜 이 시점에 참회록인가. 우리 카메라기자들은 국민들의 눈 과 귀가 되겠다며 소리치며 현장을 뛰어 다녔다. 하지만 박근혜 , 최순실 게이트가 보도 된 이후 매주 집회현장을 누비는 우리들에게 쏟아지는 대중들의 말은 똑바로 해라’, ‘000 나와라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기레기라는 소리를 듣고 자성의 목소리를 쏟아낸 이후에도 대중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말들은 달라진 것이 없다.

우리들의 어깨위엔 국민들의 눈과 귀라고 지칭한 카메라가 있다. 그리고 그 카메라엔 이 업을 한 이후로 개인의 정체성을 대신하는 방송사 로고가 붙어 있다.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나간 뒤에 대중들에게 나 개인은 없고 방송사만이 나의 정체성을 대신한다. MBN 잘해라. MBN은 뭐하냐 현장에선 내 이름 석자는 없고 MBN만 있다. 대중들이 현장에서 나에게 불평불만을 쏟아낼 때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다. 왜냐 내가 말하는 것이 MBN을 대변해서 말을 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속으로는 나에게 왜 그러나 나는 잘못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건 비겁한 변명이 아닌가 지금에야 생각을 해본다. 지금까지 누군가에게로 불편한 일을 미루고 뒤로 숨기만 했으면서 나에게 쏟아내는 비난만은 피하기를 원하는 건 아닌지 나또한 한 언론사의 구성원이 아닌가 한나라의 대통령에게 죄를 물은 것은 어떤 특정 한명이 아닌 집회에 참가하는 국민들 그리고 먼발치에서나마 대통령의 죄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지 않았는가?

기자는 진실과 공정을 추구해야하며 사회정의감이 투철하고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가 카메라맨이 아니고 카메라 기자라고 기자라는 명칭을 붙이는 이유는 우리에게도 기자로서 가져야할 가치와 행동해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 앞에 나서는 취재기자만이 방송기자를 대변하지 않으며 우리 또한 방송기자의 한축임을 당당하게 밝히는 길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마음가짐과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다. 자사 보도방향에 대해서도 방관자가 아닌 능동적 참여자가 되어야 하며 자사의 공정하지 못하고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취재기자가 하는데, 취재기자가 안하는데 하며 지금껏 뒤로 숨으려고만 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이끌어낸 한 장의 사진, 팔짱을 끼고 있는 우병우와 두 손 모아 공손히 그 앞에 서있는 검사의 모습, 그 사진을 본 순간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 그 전율은 우병우에 대한 화남과는 별개로 그 사진을 만들어 낸 그 사진기자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존경과 질투가 섞여있었다. 혹자는 사진이니깐 그렇다. 영상이었으면 영향력이 없었을 거라 하지만 사진과 영상에 다름을 떠나 그 장면이 주는 메시지의 파급력과 전달력은 사진어서 그렇다 영상이면 아니다 를 뛰어넘는 힘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사진을 보며 그 시간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되뇌었다. 언제부터인가 취재기자가 의뢰하는 일정만을 따라다니며 수동적으로 영상만 찍고 있는 것은 아닌지. 텍스트와 함께 영상이 나가야만 뉴스가 아니며 영상만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뉴스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동적으로만 행동해왔던 것은 아닌지.

어느 현장에서든 우리 카메라기자들은 자사뉴스에 대한 평가를 대중들에게 면 대 면으로 받는다. 취재기자가 아니다. 대중들은 우리 어깨위에 있는 카메라와 거기에 붙여져 있는 방송사 로고를 보며 비난이나 불평불만을 쏟아낸다. 그 호통과 쓰라린 질책을 올곧게 받기 위해서 그 비판에 책임자가 되기 위해서는 방관자가 아닌 적극적 참여자가 되어야한다. 단지 영상만 찍는 인원이 아닌 카메라기자로서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재정립하고 행동해야한다. ‘기자로서의 실천적 행동을 해야 지금의 비난이 박수와 환호로 바뀌리라 생각을 한다. 우리는 빠져있어도 된다는 아니다.

전범수 / MBN

사본 -mbn_전범수_ (1).jpg




  1. 제1차 정상회담 취재기 - “우리 민족의 기록입니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 취재기> "우리 민족의 기록입니다" 벌써 18년의 세월이 흘렀다. 파인더 속에서 맞잡은 두 손을 추켜올리며 환하게 웃던 남북의 두 정상은 이제 고인이 됐다. 방 한 구석의 상자를 뒤적이며 당시의 기억을 더듬는 기자도 이제는 환갑의 나...
    Date2018.04.26 Views1945
    Read More
  2. 2007년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 취재기

    <2차 남북정상회담 취재기> 2007년 10월 ▲카메라에서 왼쪽부터 KBS 이홍우, KBS 홍병국(필자)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2차 남북 정상회담에 동행했던 영상기자로서 이번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이 우리 민족의 ...
    Date2018.04.26 Views1333
    Read More
  3. 3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린 올림픽 ‘평창 21박 22일의 취재기’

    3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린 올림픽 ‘평창 21박 22일의 취재기’   북유럽 선수들도 놀란 상상 그 이상의 추위 영하 20도. 흔히 경험하기 어려운 날씨. 후발대로 출발해 평창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맞이한 건 칼바람이었다. 평창의 기온을 선발대로부터 통...
    Date2018.04.26 Views1311
    Read More
  4. Into the sea, Under the sea

    바다 속 첫 경험은 그리 유쾌하지 못했다. 신혼여행에서 처음 해보았던 체험 다이빙은 나에게 아픔이라는 기억만 안겨주었다. 호주 바다의 아름다운 산호가 곳곳이 펼쳐있었지만, 귀의 통증과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의 부자연스러움은 공포로 다가왔다....
    Date2018.01.11 Views1426
    Read More
  5. ‘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 5.18 지난 시간의 이야기

    ‘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 5.18 지난 시간의 이야기 깊게 팬 주름 곁으로 맺히지도 않는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침나절부터 서서히 끌어 오른 대리석 바닥 위로는 흰 치맛자락이 물결일 듯 내려앉아 있었고, 목에 두른 검정 스카프는 어머니들의 푸념과...
    Date2017.07.21 Views1894
    Read More
  6. ‘그들의 광주 우리의 광주’ 취재를 마치고

    ‘그들의 광주 우리의 광주’ 취재를 마치고 5.18은 왜 발생했을까.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하고 전두환 신군부가 집권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도 발포 명령자가 밝혀지지 않은 현실 속에서 광주MBC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시작해...
    Date2017.07.21 Views1654
    Read More
  7. [U20 월드컵]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과 한국의 아쉬운 16강 탈락

    [U20 월드컵]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과 한국의 아쉬운 16강 탈락. 6월 11일 끝이 난 U20월드컵은 잉글랜드 우승, 한국 16강 탈락이라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비디오판독(VAR) 과 일명 ‘ABBA'라는 새로운 승부차기 방식이 도입되어 눈길을 ...
    Date2017.07.20 Views1538
    Read More
  8. 박근혜 전 대통령 첫 공판 취재기

    박근혜 전 대통령 첫 공판 취재기 지난23일,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의 뇌물 혐의 첫 공판이 있던 아침. 법조 포토라인은 각각의 포인트마다 수십 명의 취재진들로 들썩였다. 서울구치소, 법무부 호송버스 하차 포인트, 417호 대법정으로 이어지는 중앙지법 출...
    Date2017.06.06 Views2123
    Read More
  9. 19대 대선취재기 - 조기대선이라는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

    19대 대선 취재기 - 조기대선이라는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 지난 3월 10일, 헌재에서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과 동시에 조기 대선의 막이 올랐다. 반기문의 불출마 선언 이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었던 터라 두달...
    Date2017.06.06 Views1710
    Read More
  10. 19대 대선취재기 – 대선 취재 영상의 핵심요소는 ‘사람’

    19대 대선취재기 – 대선 취재 영상의 핵심요소는 ‘사람’  국회를 출입하면서 대통령선거를 경험하는 것은 행운이다. 각 정당의 에너지가 축약된 역동적인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짜릿함이 있다. 그리고 신명나는 만큼 무한 책임이 뒤따른다. 한 컷 한 장면이 ...
    Date2017.06.06 Views1781
    Read More
  11. ‘모바일, 그 다음’을 엿보다

    ‘모바일, 그 다음’을 엿보다 아리랑TV 임현정 카메라기자 ‘세계 모바일산업의 축제’라 불리는 MWC(Mobile World Congress) 2017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월 27일부터 4일간 열렸다. 문과생출신이지만 개인적으로 모바일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모바일의 ...
    Date2017.05.23 Views1746
    Read More
  12. 세월호 인양 취재기 “서울MBC에서 오셨어요? 저리 가! 빨리 저리 안 가?”

    세월호 인양 취재기 “서울MBC에서 오셨어요? 저리 가! 빨리 저리 안 가?” 1080일. 오랜 시간 바다 안에 있던 세월호가 반잠수선의 도움을 받아 목포신항에 접안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이후로 인양작업이 순탄치 않았던 것과는 달리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
    Date2017.05.23 Views2051
    Read More
  13. ‘가슴 뛰었던 첫 출장, 뜨거웠던 쿠알라룸푸르’ - 말레이시아 출장기

    ‘가슴 뛰었던 첫 출장, 뜨거웠던 쿠알라룸푸르’ - 말레이시아 출장기 YTN 촬영기자 최광현 2017년 2월 21일. 13일 동안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목적지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김정남 피살 사건 취재를 위해서였다. 출장 통지를 받고 부랴부랴 짐을 싸 인천...
    Date2017.05.22 Views2339
    Read More
  14. 특검 취재 후기 - 내 인생에 중요한 역사적 한장면

    특검 취재 후기 KBS 영상취재부 최만용 지난해 12월 12일. 대한민국 국민의 모든 관심이 쏠린 방송사 여섯 개 특검 취재반 카메라기자들이 대검찰청 카메라기자실에 모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박영수 특검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고 그 과정이 ...
    Date2017.05.22 Views1762
    Read More
  15. <일본지진취재기> 강진 속에서 흔들리지 않음을 배우다

    <일본지진취재기> 강진 속에서 흔들리지 않음을 배우다 “여진 느끼셨어요? 좀 많이 흔들리는데요..ㄷㄷ” “잉? 난 모르겠는 디 ㅋㅋㅋ” 새벽 1시, 숙소에서 각자 잘 준비를 하려던 참이었다. 그날 촬영한 영상 파일을 백업하고,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기에 꽂아...
    Date2017.04.21 Views1832
    Read More
  16. 의견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공존-보수 단체 집회 취재기

    의견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공존-보수 단체 집회 취재기 지난 토요일(12월17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보수단체의 집회 인원이 많은 날이었다. 안국역에서 경복궁 오른쪽을 돌아 다시 안국역으로 돌아오는 행진 인원들은 거짓말 안 보태고 10만 명은 되어 보였...
    Date2017.04.21 Views1943
    Read More
  17. 우리는 카메라 ‘기자’ 이다

    우리는 카메라 ‘기자’ 이다 참 회 록 -윤동주 -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滿) 이십사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
    Date2017.04.21 Views2085
    Read More
  18. <민중총궐기집회> 새내기 기자의 첫 취재 현장속에서

    11월 13일, 입사하지 얼마 되지 않아 매일 양복을 입고 다니는 제게 선배가 퇴근하기 전에 와서 말했습니다. “내일은 무조건 편한 옷으로 입고 와라. 많이 뛰어야 할 테니까” 2008년 광우병 집회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가 될 것이라는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
    Date2015.12.29 Views5381
    Read More
  19. <IS 파리테러 취재기>

    파리 테러 그 후 2015년 11월 13일 금요일. 주말을 앞둔 파리지앵들이 긴장을 풀고 파티를 즐기던 그날 밤. 파리 시내 한복판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의 표적이 되었다. 불길의 상징인 13일의 금요일이 현실이 될 것이라 생각한 파리 시민은 아무도 없었...
    Date2015.12.29 Views5023
    Read More
  20. <YS장례 취재기>

    첫 국가장 그 취재현장 속에서 지난 11월 22일 새벽, 김영삼 전 대통령이 향년 88세로 서거했다. 혈압 등 지병으로 19일부터 입원치료를 받아오던 중에 상태가 악화돼 숨을 거뒀다. 고인이 입원했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차려지고 국, 내외 많은 언론...
    Date2015.12.28 Views3346
    Read More
  21. <YS장례 취재기>

    거산(巨山)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오랜만에 근무가 없는 주말. TV 전원은 꺼두고 편히 쉬기로 마음먹은 지 이틀째 날. 조용하던 핸드폰에서 뉴스 속보가 연이어 울렸다. ‘[속보]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얼마 전만 해도 SNS를 통해 병상에서 V자를 그리며 건...
    Date2015.12.28 Views455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