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취재 후기
KBS 영상취재부 최만용
지난해 12월 12일. 대한민국 국민의 모든 관심이 쏠린 방송사 여섯 개 특검 취재반 카메라기자들이 대검찰청 카메라기자실에 모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박영수 특검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고 그 과정이 기대됐다.
선릉역 1번 출구 앞 대치빌딩 14층에서 보냈던 지난 90여 일, 대한민국 역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가 우리 카메라기자들에 의해 기록되었던 기간을 회상해 본다.
12월 21일 특검 현판식을 시작으로 매일 오후 2시 30분에 있었던 이규철 특검보의 공식 브리핑. 국정농단 주범인 최순실을 비롯해 장시호, 문형표, 김종덕, 안종범, 정호성 등의 소환조사. 삼성과 국민연금의 불법행위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소환과 박근혜 정부의 주요 내각 인사인 조윤선, 김기춘, 우병우 등을 소환할 때 특검 출입기자들 중 가장 긴장된 순간을 보냈던 카메라기자단은 매일 아침 간단한 회의를 시작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검찰이나 법원 출입기자들은 잘 알겠지만, 특검의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에 대한 수사를 위해서 초반에는 압수수색을 했다. 중⋅후반에 접어들자 주요 참고인과 피의자에 대한 소환 조사가 강도 높게 이어졌다. 수사 초기에는 보안 등의 이유로 압수수색에 대한 효율적인 영상취재는 힘들었지만 주요 소환자들에 대해서는 꼼꼼한 영상취재가 이루어졌다.
소환자들이 특검 사무실로 올라가 조사를 받기 위해서는 3층에 위치한 특검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데 건물의 주차장으로 쓰이는 3층에 특검 카메라기자단이 정리해 놓은 포토라인에는 이른 아침부터 자정까지, 때로는 24시간 내내 카메라기자들이 지켜 서서 취재했다.
최순실이나 이재용 부회장, 김기춘 前실장, 우병우 前수석 등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주요 인물들이 소환될 때는 소환 예정시간보다 항상 3~4시간 먼저 와서 기존의 포토라인을 정리하고 취재 동선을 파악하여 소환자들을 기다렸다. 기다리고 준비했던 시간에 비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는 소환자들의 모습과 멘트, 특징을 잡기 위해 뷰파인더에 온 신경을 집중하다가 소환자가 특검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면 포토라인에 촘촘하게 선 취재진들이 취재를 마치고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이후 기자들은 각 방송사에 영상 송출과 기사 송고를 한다.
특검 기간 중에 NHK 촬영, 취재 기자를 안내할 일이 있었는데 NHK 한국 주재 촬영기자인 쇼지 토모하루(荘司 知春)씨는 주요 소환자들에 대한 영상취재 장면을 보고 “상당히 많은 매체의 영상취재기자들이 포토라인을 준수하여 취재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라는 이야기를 취재기자인 토쿠다 료스케( 徳田 亮祐)씨는 “기자단을 구성하여 취재 대상(특검 대변인 등)과 소통하며 사안이 중요한 만큼 시청자들의 욕구 충족에 영상취재 기자들이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이 대단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물론, 항상 매끄럽게 취재가 이루어지진 않았다. 포토라인을 정해 놓고,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주요 소환자의 얼굴을 향해 뛰어들며 마이크나 휴대폰을 들이미는 일부 매체의 취재기자도 있었고 약속을 깨고 순간적으로 일어나 앵글을 가리거나 언성을 높이는 사진기자도 있었다. 몇몇 방송사의 중계 카메라감독들과 포토라인 준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현장의 중계, 붐 마이크 오디오맨들과는 앵글 간섭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이는 현장의 카메라기자들이 사전에 여러 취재 구성원들과 소통하여 조율하고, 협회의 지속적인 소통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큰 관심을 받았던 특검 수사기간 90여일.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뷰파인더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지내왔던 날들이 내 인생에 중요한 역사의 한 장면을 취재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