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탐사선 ‘이사부 호’ 동승 취재기
▲ 남태평양 항해 중인 이사부호(사진)
미국령 괌에 가는 출장이 갑작스럽게 잡혔다. 경남 거제항에서부터 북위 6도 부근 적도 해역까지 항해하며 연구 활동을 한 대양 탐사선 ‘이사부 호’의 전 일정을 동승 취재하게 되었다.
괌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이 아닌, 12일이라는 긴 일정을 배를 타고 간다는 것에 덜컥 겁이 났다. 물론 ‘답은 현장에 있다.’ 영상기자라면 누구나 그렇게 말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직접 그 일을 감행하려니 보통 일이 아니다, 생각이 들었다.
첫 촬영은 드론이었다. 출항하는 배를 하늘 위에서 담고자 했다. 달리는 배에서 드론을 올리고 내리는 것도 문제지만 드론이라는 장비를 이용해 내가 원하는 구도를 잡는 것이 어려웠다. 아마도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은 모르시리라.
출항을 시작으로 태평양 바다를 달리는 배의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다섯 번의 항공촬영이 있었다. 드론이 배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해 드론을 잃을 뻔 한 적도 있었다. 그야말로 식겁해야 할 위기들의 연속이었다.
무사히 12일간의 항해 일정과 영상 기록을 마치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목적지는 괌에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2시간을 가야 하는 미크로네시아 연방 축(chuuk) 주의 우에노 섬이었다. 축 주는 2차 세계대전의 전쟁터였으며 세계 최대 환초지역으로 바다 아래 전쟁 당시의 배들과 추락한 비행기와 함께 산호초 군락이 형성되어 있었다.
출발하기 전 우리의 가장 큰 고민은 해양을 주제로 하는 다큐멘터리에서 바닷속 영상이 없다면 전달력이 있을까 하는 것이었고 고민한 끝에 직접 들어가 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위해서는 스쿠버 다이빙 교육이 필요했고 수중 촬영 장비도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아야 했다. 나에겐 큰 난관이 아닐 수 없었다.
출장을 다녀오고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방송이 나갔다. 촬영 당시 현장에서도 느꼈지만 방송을 보면서 확실한 깨달음을 얻었다. 영상기자도 전문성을 키워야겠다는 것. 항공 및 수중 촬영 분야에서도 전문적인 지식과 실력이 있다면 어떠한 상황이든 대처할 수 있고 영상 기록이 가능할 것이다. 이번 특집 촬영을 통해 수박 겉핥기 수준의 항공 및 수중 촬영을 해본 것에 불과하지만 큰 경험이 되었다.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쌓아가야 하리라. 화이팅!
최진백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