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화려함 아래 잠긴 슬픔

 

 

헝가리1.jpg

▲ 다뉴브강의 야경<사진>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스마트폰의 알람을 끈다. 자연스레 화면의 연합뉴스 속보 알림을 읽는다. 지난 5월 30일 아침, 헝가리 다뉴브 강의 유람선 사고, 승객은 모두 한국인들임을 알리는 속보가 떴다. 기사를 읽고 나는 무거운 맘으로 눈을 떴다. 선박 사고, 하면 으레 세월호가 생각난다. 당시 긴 시간 팽목항에 머물며 많은 슬픔을 마주했기 때문이리라. 떠나간 아이들, 그 위에 겹치는 유족들의 모습. 다뉴브 강 소식을 듣자마자 내 뇌리에 먼저 스친 것이다.

 

 헝가리는 직항이 없어 언론사 대부분이 한 군데씩은 경유해 헝가리로 입국했다. MBN 취재진은 암스테르담을 경유해서 들어갔다. 헝가리에 입국하기 전, 적은 취재인원으로 어떤 사안을 우선에 두고 취재해야 할지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맞대도 딱히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론은 역시 현장에 답이 있으리라, 하는 것뿐이었다.

 

 헝가리에 도착해 사고 피해자 가족들의 입국 영상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공항에는 내외신의 수많은 기자들이 취재 중이었다. 가족들이 입국하는 상황에서 가장 신경쓴 것은 거리였다. 가급적 근접 취재는 피했다. 가족들은 저마다 마스크를 쓰고, 이동 중에 얼굴을 가렸다. 현지에서 이미 취재진으로 인해 피해자 가족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당국은 유족 취재 시 조심해 달라는 브리핑을 했다. 우리 취재진은 유족에 대한 취재를 하지 않기로 했다. 회사에서도 유족에 대한 취재지시가 전혀 없었다. 대신 침몰 사고 현장 속보, 수색 상황, 피해 선사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 취재 관행 상 큰 변화라고 할 만한 부분이었다.

 

 사고 현장은 실종자 수색 작업과 허블레니아호 인양 준비에 한창이었다. 헝가리 군함을 모선으로, 작은 보트들이 쉴 새 없이 오가며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곳곳에서 MNG 현장 연결 모습이 포착되었다. 머르기트 다리 위에는 검은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헝가리 시민들은 꽃과 촛불로 추모를 이어갔다.

 

 침몰 사고의 초기 주요 취재 포인트는 수색이 이루어지는 침몰현장과 정례 브리핑이 이루어지는 신속대응 본부 2곳이었다. 그 이외에 하류 수색 현장과, 실종자들이 발견돼 현장감식이 이루어지는 곳 등이 더 있었다.

 

 우리는 사고 현장을 우선적으로 커버하고 현재 수색이 이루어지고 있고 실종자들이 발견된 하류 지역을 집중 취재하기로 결정했다. 당국의 수색 정보가 철저히 차단된 상황에서 실종자 수색 현장을 커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아도니 지역과 굴츠라는 지명이 사고 현장에서 55km가 떨어져 있다는 것. 취재진은 현지인 코디와 함께 물어물어 어렵게 실종자들이 발견돼 현장 감식이 이루어지는 현장을 찾을 수 있었다. 실종자들은 인양 후 현장 감식이 바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도착 직후 감식현장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이후 부다페스트로 복귀하려다가 아직 당국에서 브리핑하지 않은 추가 실종자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입수해 그곳으로 이동했다.

 

헝가리2.jpg

▲ 실종자가 발견된 아도니-굴츠 지역<사진>

 

 한참 수색이 이루어지는 동안 선박 인양 시점은 주요 관심사였다. 현장과 언론에서는 조만간 이루어질 것이라 했지만 기약이 없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인양을 위한 클라크 아담호는 수심이 내려가지 않아 다뉴브강의 다리를 통과하지 못해 현장 도착이 미뤄졌다. 유속이 빨라 잠수사들의 작업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우여곡절 끝에 클라크 아담이 현장에 도착했다. 이제 곧 인양이 시작될 터였다. 인양을 앞두고 헝가리 대테러청에서 인양 현장이 잘 보이는 곳을 언론사에 개방하되 출입인원 제약을 두겠다고 했다. 인양 취재를 위한 협회사 간 풀 구성 논의가 이루어졌다.

 

헝가리3.jpg

▲ 허블레니아호 인양 위치풀<사진>

 

 각사가 인양 시간대 특보를 준비 중이었다. 결론은 인양 장소를 둘러싼 위치 풀이었다. 또 허블레니아호 인양 시 MNG송출로 5개 사가 모든 영상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인양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시간이 짧지 않을 것이란 점이었다. 배터리, MNG의 전원, MNG 유심 용량 등이 문제였다. 배터리 문제나 유심 교체로 인해 송출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생방송 중 인 화면이 블랙으로 바뀔 수도 있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현장 취재팀과 서울 제작진 간 충분한 협의와 약속이 필요했다. (실제로 인양은 8시간 가까이 걸렸다.)

 

 풀 구성을 논의하고 인양을 앞두고 서울에서 출발한 교대팀이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인양을 지켜보고 취재하고 싶었지만 선발대에게 예정된 취재는 여기까지였다.

 

 귀국을 앞두고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사고 피해자들이 마지막으로 바라봤을 풍경이었을지 모르는 풍경이다. 통행금지가 풀린 다뉴브강에는 유람선들이 유유히 떠 있었다. 세체니 다리와 부다성, 국회의사당의 야경은 역설적이게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기에는 다뉴브강 아래 잠긴 슬픔이 너무 컸다.

 

 

임채웅 / MBN    임채웅.png

 


  1. 코로나 19, 대구

    코로나 19, 대구 사람들은 기피하는 곳 이번 대구가 그렇고, 후쿠시마가 그랬으며, 앞으로 많은 곳이 그럴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현장은 기피 장소가 된다. 하지만 영상기자들은 그럴 수가 없다. 영상기자들은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으로 가야 한다. 취...
    Date2020.05.11 Views582
    Read More
  2. '청와대 하명수사' 취재 후 영상기자의 소회

    '청와대 하명수사' 취재 후 영상기자의 소회 ▲ 송병기 전 울산광역시 경제부시장이 지난 1월 직권면직된 후 청사를 빠져 나가고 있다<사진>. 지난해 말부터 장장 석 달이 넘는 기간, 울산은 여전히 떠들썩하다. ‘청와대 하명수사’라는 거...
    Date2020.03.12 Views431
    Read More
  3. 안나푸르나, 그 높은 좌절의 벽

    안나푸르나, 그 높은 좌절의 벽 어느 날 아침, 급하게 걸려온 전화벨 소리에 묻어 온 출장 지시. 장소는 네팔이었다. 세상에 가장 높은 산들이 모여 있는 네팔, 그 이후 내용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설마 걸어서 올라가진 않겠지? 엄청 춥겠지? 고산병은 어...
    Date2020.03.12 Views388
    Read More
  4. 스포츠 정신을 더럽히는 욱일기

    스포츠 정신을 더럽히는 욱일기 2019년 11월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프리미어 프로 12 결승전이 열렸다. 그것도 한일전! 일본 최초의 이 돔야구장은 수용인원 4만 6천 명 규모로, 전일 슈퍼라운드 한일전에 이어 결승전이 열리는 것이었다. 당연히 매진. 시합 ...
    Date2020.01.10 Views499
    Read More
  5.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한국 vs 투르크메니스탄 (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한국 vs 투르크메니스탄 (2) 우린 서둘러 호텔로 돌아왔다. 편집하고, 최대한 작은 용량의 파일로 만들어 웹하드에 전송할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이게 웬일? 로그인이 되지 않는다. 몇 번을 시도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혹시 모를 ...
    Date2020.01.10 Views520
    Read More
  6. <태풍 취재기> 태풍의 최전선 가거도, 제13호 태풍 ‘링링’ 그 중심에 서다

    태풍의 최전선 가거도, 제13호 태풍 ‘링링’ 그 중심에 서다 ▲ 제13호 태풍 ‘링링’ 가거도 취재현장<사진> 지난 9월 초, 제13호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이란 예보가 나왔다. 지리적으로 태풍의 가장 직접적인 영...
    Date2019.11.08 Views657
    Read More
  7. <태풍 취재기> 태풍 취재현장의 생생함과 안전 그리고 그 중간은 어디?

    태풍 취재현장의 생생함과 안전 그리고 그 중간은 어디? ▲ 제17호 태풍‘타파’현장<사진> “위험합니다. 더 떨어지세요!” 지난 9월 22일 제17호 태풍 ‘타파’ 강풍에 주차타워 건물의 외벽 재가 떨어진 상황. 현장 관리자가 ...
    Date2019.11.08 Views489
    Read More
  8. <태풍 취재기> 고글쇼에 대한 단상

    고글쇼에 대한 단상 ▲ 고글은 태풍현장에 안전하지 않았다.<사진> “선배, 그거 뭘까?” 제주총국 보도국에 이상한 놈이 나타났다. 물안경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크고, 스포츠 고글과도 비슷하지만 그것보다 투박하다. 분명한 건 뒤쪽의 밴드를 머리...
    Date2019.11.08 Views502
    Read More
  9.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홍콩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홍콩 ▲ 홍콩거리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현장을 취재하는 SBS 박현철 영상기자<사진 왼쪽>. 어린 시절 성룡의 ‘쿵후’ 영화로 시작되었던 홍콩에 대한 동경은 십 대에는 장국영과 주윤발, 이십 대에는 크리스토퍼 도일과 왕...
    Date2019.11.08 Views476
    Read More
  10.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출장이 일러준 방향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출장이 일러준 방향 ▲ 아세안지역안보포럼 회의장 휴가 마지막 날, 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나의 첫 출장을 알려오는 전화였다.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와 관련된 언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SEAN Region...
    Date2019.11.07 Views439
    Read More
  11.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한국 vs 투르크메니스탄 (1)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한국 vs 투르크메니스탄 (1) ▲ 아슈바하트 올림피아드 경기장 마지막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어느 날,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데스크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다음 달에 월드컵 예선 출장 좀 갔다 와라! 투르...
    Date2019.11.07 Views387
    Read More
  12. ‘보이콧 재팬’ 일본 현지 취재기

    ‘보이콧 재팬’ 일본 현지 취재기 한일 양국의 갈등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지난 7월 1일 일본 정부는 당국이 생산하는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출 규제의 주요 대상은 우리나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
    Date2019.09.09 Views465
    Read More
  13. [헝가리 유람선 사고 취재기] 화려함 아래 잠긴 슬픔

    화려함 아래 잠긴 슬픔 ▲ 다뉴브강의 야경<사진>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스마트폰의 알람을 끈다. 자연스레 화면의 연합뉴스 속보 알림을 읽는다. 지난 5월 30일 아침, 헝가리 다뉴브 강의 유람선 사고, 승객은 모두 한국인들임을 알리는 속보가 떴다. 기...
    Date2019.09.09 Views400
    Read More
  14. 홍콩, 20세기 제국과 21세기 제국 사이에 놓이다

    홍콩, 20세기 제국과 21세기 제국 사이에 놓이다 ▲ 홍콩 시위 현장<사진>. ‘2019年 07月 27日’과 ‘21/07/2019’ 홍콩과 중국은 다르다. 우선, 언어부터 본토의 표준어인 ‘만다린’이 아니고 광둥어와 영어를 쓴다. 심지어 ...
    Date2019.09.09 Views444
    Read More
  15. 무너진 성벽이 준 교훈

    무너진 성벽이 준 교훈 튀어나오고, 깨지고... 전주 풍남문 ‘안전 우려’ 전주 풍남문 일부 성벽이 돌출됐다는 제보가 있었고 현장에 가 보았다. 성벽은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구조물에 가려져 있었다. 시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안으로 들어가 보았...
    Date2019.09.09 Views402
    Read More
  16. ‘기적의 생환’ 조은누리, 온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기적의 생환’ 조은누리, 온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 군ㆍ경찰이 조은누리양을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사진>. ▲ 지난 7월 23일 충북 청주의 한 야산에서 실종됐다가 열 흘 만에 구조됐던 조은누리 양이 충북대병원으로 이송 되고 있...
    Date2019.09.09 Views476
    Read More
  17. 제2의 고향 속초, 이재민들의 여름 나기

    제2의 고향 속초, 이재민들의 여름 나기 ▲ 일부 이재민들이 에어컨 고장으로 선풍기에만 의존해서 여름 나기 하고 있다<사진>. ▲ 이재민들을 위해 조립식 임시 주택이 마련되어 있다<사진>. 강원도 속초는 나의 ‘두 번째 고향’이다. 지역 순환근무...
    Date2019.09.09 Views380
    Read More
  18. [고성 산불 취재기] 화마와의 사투

    화마와의 사투 ▲ 지난 4월 강원도 고성군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사진) 그동안 수많은 화재현장을 취재해 봤지만 이처럼 빠르게 번지고 피해지역이 광범위한 경우는 처음이다. 처음 인제에서 실화로 산불이 발발했고, 고성군에서 다른 산불이 또 붙었다. 고온 ...
    Date2019.07.01 Views585
    Read More
  19. [고성 산불 취재기] 고성 산불 그 후

    고성 산불 그 후 ▲ 불에 타 무너져 내린 집을 떠나지 못한 피해주민이 망연자실하고 있다(사진). ▲ 그을린 나무와 잿더미를 뚫고 대나무 죽순이 다시 자라나고 있다(사진). 산림 2천832ha를 잿더미로 만들고, 1천289명의 보금자리를 앗아간 동해안 산불. 현장...
    Date2019.07.01 Views568
    Read More
  20. 해양 탐사선 ‘이사부 호’ 동승 취재기

    해양 탐사선 ‘이사부 호’ 동승 취재기 ▲ 남태평양 항해 중인 이사부호(사진) 미국령 괌에 가는 출장이 갑작스럽게 잡혔다. 경남 거제항에서부터 북위 6도 부근 적도 해역까지 항해하며 연구 활동을 한 대양 탐사선 ‘이사부 호’의 전 ...
    Date2019.07.01 Views623
    Read More
  21. 하노이 회담, 그 기억의 단편

    하노이 회담, 그 기억의 단편 호텔, 양국 정상의 잠자리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예정되었던 날짜보다 2주가량 이르게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시작한 취재는 정상들의 유력 숙소지, 회담 장소 등이었다. 멜리아, jw메리어트, 메트로폴 하노이, ...
    Date2019.05.08 Views49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