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광복절 축사 논란... 현장취재 뒷이야기
▲ 지난 8월 15일일 제주 조천읍 조천체육관에서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렸다. 광복회 제주지부장이 대독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듣고 있는 원희룡 지사(사진 왼쪽), 이날 행사에 참석한 독립유공자의 후손이 원 지사의 발언에 항의하며 자리를 떠났다(사진 오른쪽). <사진/송혜성>
“먼저 경축 말씀에 앞서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 원희룡 도지사가 경축사를 위해 마이크 앞에 자리를 잡았고 나는 그의 발언을 녹취하기 위해 행사장 뒤 편 중앙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경사스러운 날”에 연사가 하는 전형적인 경축사의 첫마디가 아니었기에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지만 걸음을 멈췄다. 긴가민가했다. 이어지는 말을 들으니 준비된 경축사가 아닌 것이 확실했다. 원 지사의 상반신을 잡기에는 먼 거리였지만 곧장 그의 광복절 경축식 발언을 녹화하기 시작했다. 원 지사가 발언을 시작하고 2분 정도 지났을 때다. 항의의 목소리가 들렸다. “역사 앞에서 나라를 잃은 주권 없는 백성은 한없이 연약하기만 합니다”라고 말할 때였다. 참석자가 큰 소리 를 내자 행사 관계자와 가족들이 잠시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뒤 이어 여러 사람의 의견이 행사장에 퍼졌다. 원 지사의 발언에 항의하는 이야기 뒤에는 “맞잖아요!”라고 하며 지사의 발언을 옹호하는 말도 들려왔다. 참석자들 사이에 일어난 소동에 원 지사는 20초 정도 발언을 멈췄다. 이후 “바로 이 75주년 과거의 역사의 아픔을 우리가 서로 보듬고 현재의 갈등을 통합하고 미래를 위해서 새로운 활력을 내야 될 광복절이 되기를 진심으로 열망합니다”라고 말하며 축사를 마무리했다.
연단에서 내려오는 원 지사에게 참석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경축식에서의 비난성 돌발 발언과 고성이 오고 가는 소동, 그리고 신사적인 박수갈채라니... 혼란했다. 그래도 정신을 놓을 순 없었다. 왜냐하면 경축식 마지막 순서인 만세삼창에 제주지 역기관장들이 무대에 올라 만세를 선창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 과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두 기관장만 무대에 올라 만세 선창을 해서 원희룡 지사가 광복절 경축식에서 다시 마이크를 잡는 일은 없었다. 대신 원 지사의 앞선 발언의 영향인지 다른 두 기관장이 만세삼창 전 예정에 없던 발언을 했다. 행사가 마무리된 뒤 원 지사는 취재진이 본인에 근접해 촬영하는 중에도 덤덤하게 주변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그 날의 모든 취재를 끝내고 회사에 복귀한 시간은 오후 3시였다. 나는 당일 리포트 제작을 잠시 미루고 원희룡 지사의 발언을 디지털 기사에 첨부 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편집을 했다. 원 지사의 발언 전체를 영상으로 제공한 덕분에 포털에서 공감 수가 빠르게 올랐다. 광복절 행사가 마무리된 지 5시간 이상 흘렀고, 다른 매체들이 관련 기사도 많이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영상’이라는 말머리가 붙은 기사가 올라오자 사람들의 관심을 재차 끌게 된 것이다. 원 지사의 격양된 목소리와 표정,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항의에 잠시 입을 닫은 모습, 그리고 참석자들의 질타와 동조와 박수... 혼란했던 광복절 경축식의 현장이 5분 40초 영상에 담겨있다. 이날 취재의 아쉬운 점은 원 지사의 발언 앞부분 두 문장을 담지 못했다는 것이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다음엔 ‘확신’보다는 ‘감’으로 rec 을 누를 수 있도록 배포를 좀 키워놓아야겠다.
송혜성 / KBS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