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8 16:24

재난현장의 슈퍼맨

조회 수 10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재난현장의 슈퍼맨

 

재난현장의 슈퍼맨.png

▲ 포항의 고속도로에 널브러져 있는 푯말 <사진>

 

 

 멸망 위기에 처한 크립톤 행성을 구하기 위해 슈퍼맨이 출동한다. 슈퍼맨.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지만 행성이 위험에 빠졌을 땐 언제 어디에서든지 빨간색 망토를 휘날리며 사건 현장에 도착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선량한 시민을 괴롭히는 악당을 퇴치하거나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작은 사건 현장에서도 슈퍼맨을 볼 수 있다. 결국 두 팔 벌려 하늘을 날았던 슈퍼맨은 임무를 완수하고 크립톤 행성을 지켜낸다.


 면접장에서, 매번 카메라를 짊어진 슈퍼맨이 되겠다고 나는 말했었다. 언제나 크고 작은 사건 현장의 중심에 서고 싶었고 어떤 현장이든 영상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건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생각했던 슈퍼맨 영상기자다.
 

 입사 후, 주로 사건사고 현장 한가운데 있었던 내 모습은 슈퍼맨은 아니었다. 특히 태풍과 같은 재난 현장에서는 더욱 그랬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 거센 바람이 온몸을 강타할 때면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영화 속 주인공을 꿈꿨지만, 현장에서는 날 수 있는 능력도 없고 빨간 망토도 없었다.
 

 영상기자에게 때때로 안전과 영상의 퀄리티는 반비례하기도 한다. 안전보다는 영상에 치우쳐지기 마련이다. 현장은 마냥 영상기자를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현장의 상황을 신속하게 영상으로 담아내야만 한다. 재난 현장의 위험 속에서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위험 속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당연히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
 

 지난 9월, 태풍 마이삭 현장. 이른바 ‘태풍 추적조’, 즉 태풍 이동 경로를 추적하며 피해 상황을 취재하는 임무를 맡았다. 태풍 동선을 쫓아 피해 현장을 촬영하다 보니 어느 순간엔 취재진이 태풍보다 앞서 도착해서 태풍을 기다리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동 중 고속도로에서 널브러져 있는 커다란 나무판자를 피하려다 옆 차량과 충돌할 뻔한 아찔한 상황도 있었고 거센 바람에 날아든 각목이 취재차량 앞 유리를 강타해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위험하고 아찔한 상황이었다. 동시에 태풍 상황을 잘 보여주는, 소위 그림 되는 것들이기도 했다. 이 영상은 모두 당일 메인 뉴스에 방송되었다.
 

 영상기자가 재난 취재 현장으로 나가기 전 많이 듣는 말은 아마도 이런 것들일 것이다.
 

 “몸 조심해라.”
 

 “안전이 우선이다.”
 

 “욕심내지 말고 조심히 다녀와라.”
 

 현실은 어떤가? 안전모 하나를 생명의 끈처럼 생각하며 사방팔방 돌아다닌다. 이것은 모든 영상기자의 숙명일지 모른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고 취재진의 안전이 화두가 되기도 한다. 태풍이 휘몰아치는 중계현장에서 안전 문제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건물 안쪽으로 몸을 피해 다시 중계를 이어가겠다고 한 경우도 있다.
 

 이제 시청자들은 영화처럼 드라마틱하거나 웅장한 뉴스를 원하지 않는다. 단조롭더라도 현장의 사실성이나 진실이 담백하게 담겨 있는 영상을 원하는 목소리도 있다. 태풍 현장에서 항상 기자 중계나 리포트를 보고 위험하고 위태로워 보인다는 시청자들의 지적과 댓글이 이를 보여준다.
 

 영상기자는 재난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사건 현장에서 슈퍼맨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안전도 지켜야 하고 짧은 시간 안에 현장의 메시지를 영상으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신속한 송출과 MNG 중계 능력까지 겸비해야 한다. 현장의 책임은 점점 녹록하지 않다.
 

 지금까지 우리는 재난 현장 그리고 크고 작은 사건 현장을 달려왔다. 우리가 현장에 가는 목적은 현장과 진실을 알리려는 데 있다. 이것은 취재진의 안전이 뒷받침된 후 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취재진의 안전이 없다면 시청자의 안전을 위한 정보 제공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양현철 / SBS (사진) 양현철 증명사진.jpg

 

 

 

 


  1. 코로나 시대의 올림픽 취재 “재난과 스포츠의 경계에서”

    코로나 시대의 올림픽 취재 “재난과 스포츠의 경계에서” 코로나시대의 올림픽 취재 올림픽 취재의 첫 단계는 5월 초 코로나19백신 접종이었다. 5월 중순부터는 코로나 관련 입출국 및 취재 유의점에 대한 이메일 자료, 교육 등을 받았다. 올림픽 취재 한 달 전...
    Date2021.09.24 Views9
    Read More
  2. 방역 아래 초대 받은 불청객

    방역 아래 초대 받은 불청객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코로나가 확산하는 가운데 개최 강행이냐, 취소냐 이야기가 많았지만 일본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행을 선택했다. 개최가 결졍되고 선수와 임원, 올림픽 지원인력?등 각국...
    Date2021.09.24 Views10
    Read More
  3. Olympics, Enjoy the Moment!

    Olympics, Enjoy the Moment! ‘사상 처음’ 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 곳을 찾기가 힘들만큼 ‘전례 없는’ 올림픽. 그리고 영상기자로서 ‘첫’ 종합대회 출장. 평소 같으면 기대가 앞섰을 출장이지만 이번엔 출발 전부터 각종 악재와 우려로 마음이 천근만근이었...
    Date2021.09.24 Views10
    Read More
  4. 코로나19 시대의 청와대 영상기자단 미국 순방기

    코로나19 시대의 청와대 영상기자단 미국 순방기 빗 장 2019년 12월 중국 청두 순방 이후 한동안 해외를 나가지 못할 것이란 현실을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2020년 전 세계를 휘몰아친 코로나19의 여파는 삼청동에 자리 잡은 청와대 춘추관에도 미...
    Date2021.07.06 Views100
    Read More
  5. 작년과 달리 봄의 생기가 돌지만, 사람들의 삶은 아직

    작년과 달리 봄의 생기가 돌지만, 사람들의 삶은 아직 ▲ 대구카톨릭대학병원에서 확진자 병동 촬영 준비 중인 필자 (MBN 김형성 기자) 어느새 코로나와 맞는 두 번째 봄. 여전히 하루 300~400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KF94 마스크를 쓴 채이지만 기나긴 겨울을 견...
    Date2021.05.06 Views227
    Read More
  6. 멈춰있는 시간의 현장

    멈춰있는 시간의 현장 ▲지난 1월 20일, 서울의료원 음압병동 안으로 들어가기 전 방역복을 입고 있는 필자 우리 직업의 매력 중 하나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껏 수많은 제한구역과 여러 나라를 경험했다. 주변 친구들은 그런 나를 부러워하...
    Date2021.03.11 Views216
    Read More
  7. 코로나19, 1년… 영상기자의 소회

    코로나19, 1년… 영상기자의 소회 코로나19가 국내에 발병한 지 1년이 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한 해 일상의 많은 것이 바뀌었고, 사람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렸다. 마스크없이 살 수 있는 일상부터, 자영업 경제 그리고 지...
    Date2021.03.11 Views255
    Read More
  8. 익숙함, 설렘

    익숙함, 설렘 ▲보신각 앞에서 취재하는 필자 2021년, 조용한 새해가 밝았다. 2020년에서 2021년으로 해가 바뀌는 그 순간, 보신각 제야의 종은 울리지 않았다.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 행사는 지난 1953년부터 한 차례 중단 없이 계속 이어져 왔지만, 이번에는 ...
    Date2021.03.11 Views163
    Read More
  9. 영상기자 디지털 팀, 뭘 만들까?

    영상기자 디지털 팀, 뭘 만들까? 1. 글 기사 : “이게 돼?!”- 그냥 ‘글ONLY’ 기사만 써도 출고가 된다?! ‘캡틴 아메리카, 타이완 반도체로 중국 때린다’ - KBS 고형석 기자 TSMC 같은 파운드리 반도체 업체가 미국의 대중...
    Date2021.03.11 Views150
    Read More
  10. “슈퍼 태풍이 온다”

    “슈퍼 태풍이 온다” ▲2020년9월23일, 제주서귀포앞바다에입수하는모습 지난 3년 동안, 특히 여름철에 한반도는 각종 자연 재난으로 신음했습니다. 지난 해엔 역대 가장 많은 7개의 태풍이 왔고, 올해 여름에도 강력한 태풍 3개가 잇따라 한반도로 ...
    Date2021.01.08 Views160
    Read More
  11. 청와대 비순방 취재기

    청와대 비순방 취재기 ▲ 금년 6월,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일대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단 설렘의 첫발 활주로 한가운데 웅장한 대통령 전용기 앞에서 멋진 포즈의 사진이 첨부된 취재기를 협회보에서 종종 봐왔던 터. 해외순방 취재는 영상기자로서 한 번쯤 경험해...
    Date2020.11.18 Views208
    Read More
  12. 50일을 넘긴 역대 최장기 장마

    50일을 넘긴 역대 최장기 장마 ▲ 지난 8월 14일 충북 영동군에서 유례없는 장마에 수확을 앞둔 농민들의 시름은 커져만 갔다. 취재진 인터뷰에 응한 한 피해 농민 장마 취재의 시작 새벽 2시경, 창밖의 빗소리가 요란했다. 핸드폰 벨소리가 거침없이 울렸다. ...
    Date2020.11.18 Views189
    Read More
  13. ‘큰불’로 시작된 취재

    ‘큰불’로 시작된 취재 ▲ 전북 군산시에서 불법폐기물에서 난 불을 진화 중인 소방관들<사진> ▲ 불이 꺼진 뒤 드러난‘쓰레기 산’<사진> 올해 6월 25일, 군산에 있는 어느 공장에서 큰 불이 났다. 매일 얼마나 껐나, 언제 꺼지나를 두고...
    Date2020.11.18 Views123
    Read More
  14. 재난현장의 슈퍼맨

    재난현장의 슈퍼맨 ▲ 포항의 고속도로에 널브러져 있는 푯말 <사진> 멸망 위기에 처한 크립톤 행성을 구하기 위해 슈퍼맨이 출동한다. 슈퍼맨.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지만 행성이 위험에 빠졌을 땐 언제 어디에서든지 빨간색 망토...
    Date2020.11.18 Views109
    Read More
  15. 내부의 적은 “회장님”

    내부의 적은 “회장님” ▲ 직원들이 찬송가를 부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KCTV제주방송 회장(표시) <사진/부수홍> “우리 회사에 찬송 소리와 기도 소리가 나면 하나님께서 기뻐해 주시리라” “지금 당신의 이익 10배 이상 ...
    Date2020.09.11 Views179
    Read More
  16. 태풍의 길목인 제주에서 제8호 태풍 ‘바비’

    태풍의 길목인 제주에서 제8호 태풍 ‘바비’ ▲ 제주시 연동에 신호등이 강풍에 꺽여 휘어진 모습 제8호 태풍 ‘바비’의 발생 소식에 제주도는 초 긴장상태에 돌입했다. 이번 태풍의 이동경로를 보니 제주도가 태풍의 위험반경인 오른쪽...
    Date2020.09.11 Views150
    Read More
  17. 긴장과 평화가 공존하는 곳 연평도

    긴장과 평화가 공존하는 곳 연평도 ▲ 연평도에서 북쪽을 주시하면서 취재하는 필자 북한과 가장 가까운 섬 개성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되고 다음 날 선발대로 연평도에 들어갔다. 연평도는 서해 5도 섬 가운데 북한과 가장 가까운 섬이다. 북방한계선(NLL)과는...
    Date2020.09.11 Views200
    Read More
  18. 관성을 경계할 때

    관성을 경계할 때 ▲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장례식장 취재진 풍경 <사진/권준용> 금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을 들어 밤사이 뉴스를 검색했다. 실종된 박원순 시장이 돌아왔는지, 혹은 어디에선가 시신이 발견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우...
    Date2020.09.11 Views146
    Read More
  19. 원희룡 광복절 축사 논란... 현장취재 뒷이야기

    원희룡 광복절 축사 논란... 현장취재 뒷이야기 ▲ 지난 8월 15일일 제주 조천읍 조천체육관에서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렸다. 광복회 제주지부장이 대독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듣고 있는 원희룡 지사(사진 왼쪽), 이날 행사에 참석한 독립유공자...
    Date2020.09.11 Views149
    Read More
  20. 비극은 어디서 부터 시작됐을까? 철인 3종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비극은 어디서 부터 시작됐을까? 철인 3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 ▲ 고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 씨가 제42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수상한 최우수선수상 트로피를 두고 기자에게 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최대웅>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rdqu...
    Date2020.09.11 Views121
    Read More
  21. AI, 인류의 새로운 미래

    AI, 인류의 새로운 미래 ▲ 카네기 멜론 대학교 AI기반 로봇을 시연하며 인터뷰 중이다<사진>. 2016년에 전 국민, 나아가 전 세계에 AI의 위력을 각인시킨 세기의 이벤트가 개최되었다. 바로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와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인...
    Date2020.07.03 Views21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6 Next
/ 16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