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43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멈춰있는 시간의 현장

 

(사진) 멈춰있는 시간의 현장.jpg

▲지난 1월 20일, 서울의료원 음압병동 안으로 들어가기 전 방역복을 입고 있는 필자

 

 

 

 우리 직업의 매력 중 하나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껏 수많은 제한구역과 여러 나라를 경험했다. 주변 친구들은 그런 나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물론 나 스스로도 굉장히 즐거움을 느낀다.

 

 일을 하다 보니 장소와 경험의 다양함 속에도 일정한 패턴과 규칙이 생겼다. 장소와 내용, 대상만 바뀔 뿐 내가 하는 일 - 정확히는 카메라로 현장을 담는 것 - 은 시간이 흐를수록 패턴화되었다. 그런 것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지만 익숙함에 자연스럽게 물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라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을 맞게 됐다.

 

 지난 1년은 코로나19 이슈에 묻혀 살았다. 처음엔 확진자가 발생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바로 달려갔다. 시간이 흐른 뒤엔 코로나19로 인해 문을 닫거나 어려워진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만나러 다녔다. 새로운 이슈도 늘 반복되면 무뎌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조금씩 일상에 익숙해질 때쯤 나를 긴장하게 하는 특별한 지시를 받았다.

 

 “음압병동 안에 들어가야 한다.”

 

 음압병동 제한구역 앞까지만 가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상은 음압병동에 근무하는 의료진과 함께 환자 병동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들어가도 되나?’ 그리고 또 하나는 ‘꼭 들어가고 싶다.’였다.

 

 코로나19 환자가 있는 음압병동 안에 처음 들어가는 거라 걱정이되면서도 한편으로 내 일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음압병동으로 들어가는 과정은 굉장히 까다로웠다. 개인방역, 장비, 취재범위, 취재 후 조치 등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장비는 최소한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쵤영 장비는 취재 후 여러 번 소독 과정을 거친 후 밀봉하여 한 달간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감염관리실에서 방역복 교육을 받고 적응 훈련을 했다. 뉴스로만 접했던 방역복을 실제로 입어보니 생각 이상으로 답답했다. 숨을 제대로 쉬기 힘들고 한겨울인 날씨에도 금세 땀이 흘렀다. 문득 지난 여름 이 방역복을 입고 고군분투했을 의료진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의료진 뒤를 따라 음압병동에 첫 발을 내디뎠다. 긴장감이 흐르는 것도 잠시. 의료진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들의 숙달된 모습이 지난 1년을 압축적으로 말해줬다. 나는 무엇부터 담아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굉장히 흥분됐지만 욕심내지 말자, 하고 되뇌며 차분히 지켜봤다. 간호사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조심히 뒤따라갔다. 처음 간 병실에서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을 준비하는 분을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하는 내내 그분은 가족이라도 이만큼 못 해 줄 거라며 의료진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중증환자가 있는 병실은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기저귀를 갈아주고 몸을 닦아주며 일일이 밥까지 떠먹여 주어야 한다. 그 안에서는 적극적으로 카메라를 들 수가 없었다. 환자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동선으로 필요한 만큼만 촬영했다.

 

 음압병동 안에는 최소한의 인력만 출입하기 때문에 환자를 돌보는 일 외에도 모든 일을 의료진이 한다. 환자가 퇴원하면 청소는 물론 구석구석 가구 꼭대기까지 소독하고 관련 의료폐기물을 처리한다. 잠시도 쉴 새가 없다. 정신없이 병동을 누비다 보면 3~4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코로나19, 그리고1년. 사회는 점점 적응하여 생활패턴이 전환적으로 바뀌고 그러면서 감염병에 대한 경계가 살짝 느슨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음압병동 안은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지난 1년동안 변함없이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결혼 직후 음압병동에 오게 되어 1년째 신혼을 포기하고,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 임시 숙소를 이용하고, 개인 생활은 모두 접어둔 채 환자 치료에만 집중하는 의료진의 정신, 모습은 정말 경이로웠다. 해외여행 못 간다고 아쉬워하고 카페에 앉을 수 없다고 툴툴거렸던 내가 새삼 부끄럽게 느껴졌다.

 

 음압병동 1년의 시간을 다 담아낼 순 없지만 보는 이에게 일종의 경각심을 줄 수 있길 바랐다. 내가 느꼈던 것처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의 시간. 모든 것을 포기한 이들을 생각하면서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각자가 방역에 힘을 보탰으면 하는 바람이다.

 

 

류재현/ KBS  (사진) 류재현 증명사진 (KBS).jpg

 


  1. <10.29참사 취재영상기자 간담회> “참사 당시로 돌아간다면 다시 현장취재 할 수 있을지 의문”…현장기자들, 트라우마 ‘심각’

    <10.29참사 취재영상기자 간담회> “참사 당시로 돌아간다면 다시 현장취재 할 수 있을지 의문”…현장기자들, 트라우마 ‘심각’ 협회 차원의 구체적인 참사 취재 가이드라인 개정·취재트라우마 극복 위한 제도적 지원 필요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두 달이...
    Date2022.12.28 Views467
    Read More
  2. [카타르 월드컵 카타르 현장 취재기] 월드컵 역사상 다신 없을 카타르 월드컵

    <카타르 월드컵 카타르 현장 취재기> 월드컵 역사상 다신 없을 카타르 월드컵 처음이자 마지막일 도시 월드컵 이번 카타르 월드컵의 가장 큰 특징은 경기장이 모두 모여 있었다는 점이다. 큰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과 올림픽의 차이점은 올림픽은 ‘도시’를 ...
    Date2022.12.28 Views272
    Read More
  3. [카타르 월드컵 거리응원 현장 취재기] 뉴스의 중심에 선 ‘사람들’을 위해 그들과 등지고 서다.

    <카타르 월드컵 거리응원 현장 취재기> 뉴스의 중심에 선 ‘사람들’을 위해 그들과 등지고 서다. 지난 11월 28일. 가나전이 열렸다. 나는 광화문 광장에 있었다. 카타르 월드컵 거리 응원 취재를 위해서였다. 광장은 추웠다. 저녁 무렵부터 한두 방울씩 떨어지...
    Date2022.12.28 Views197
    Read More
  4. 언론인에 대한 정교하고 다양해진 공격, 직업적 연대로 극복해야

    언론인에 대한 정교하고 다양해진 공격, 직업적 연대로 극복해야 다른 언론인의 피해, 나의 취재자유와 안전이 침해 당하는 위기로 공감해야 더 안전하고 좋은 준비와 자원을 가진 언론인들이 더 좋은 품질의 뉴스보도 올해 2월,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서 제 ...
    Date2022.11.01 Views181
    Read More
  5. “속도보다는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다면적 보도해야… 한·일 저널리즘, 세계적 영향력 갖추길”

    “속도보다는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다면적 보도해야… 한·일 저널리즘, 세계적 영향력 갖추길” 영상이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동시에, 영상은 매우 위험한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영상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는 사람들의 감정을 ...
    Date2022.11.01 Views296
    Read More
  6. “한국 언론인으로서 힌츠페터 정신 인정받아 감사 여권법 개정 통해, 전쟁터, 재난국가에서 한국 언론인 취재 권한 보장되길”

    “한국 언론인으로서 힌츠페터 정신 인정받아 감사 여권법 개정 통해, 전쟁터, 재난국가에서 한국 언론인 취재 권한 보장되길” ▲ 라이펜슈톨 주한독일대사로부터 특집부문 상을 받는 윤재완 독립PD. 2021년에 콜롬비아의 다리엔 갭을 통해 파나마, 멕시코, 미...
    Date2022.11.01 Views332
    Read More
  7. “첫 취재를 함께 했던 언론인 동료이자 친구인 故쉬린 아부 아클레 기자의 죽음 영상으로 담아낸 고통 …팔레스타인의 진실 계속 취재할 것”

    “첫 취재를 함께 했던 언론인 동료이자 친구인 故쉬린 아부 아클레 기자의 죽음 영상으로 담아낸 고통 …팔레스타인의 진실 계속 취재할 것” 수상 소식을 공식적으로 알게 된 건 알 자지라의 도하 본부와 예루살렘 지부를 통해서였고, 한국인 언론인 동료도 수...
    Date2022.11.01 Views215
    Read More
  8. [현장에서] 여전히, 오늘도, ENG. 다시 생각하는 ENG카메라의 미래

    여전히, 오늘도, ENG. 다시 생각하는 ENG카메라의 미래 “ENG 이걸 꼭 써야 되나요?” 영상기자가 장래 희망이라는 한 지망생이 내게 직접 했던 말이었다. 말문이 막혔다. 그들의 눈에 비춰진 ENG는 크고 무겁고 이제는 성능조차 백만원짜리 미러리스에 비해 한...
    Date2022.08.31 Views1872
    Read More
  9. [현장에서] 카메라와 아이디어로 담아낸 현실의 부당함과 저항, 인간의 투쟁이 세상의 조명을 받도록

    카메라와 아이디어로 담아낸 현실의 부당함과 저항, 인간의 투쟁이 세상의 조명을 받도록 저는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다 10여 년 전 영상기자가 되었습니다. 콜롬비아 외딴 지역에서 노조와 농민단체들과 일했는데, 엘리트 계층과 외국 회사들에 의한 살인, 살...
    Date2022.07.01 Views272
    Read More
  10. [현장에서] “독재와 권력에 맞설 우리의 무기는 손에 든 카메라와 마이크입니다.”

    “독재와 권력에 맞설 우리의 무기는 손에 든 카메라와 마이크입니다.” ‘2021힌츠페터국제보도상’에 참여하게 된 건 동료 덕분이었습니다. 저는 제 다큐멘터리를 출품한 적이 없어 수상 경력이 없었습니다. 저는 동료가 요청한 대로 출품 양식을 작성했고, ‘힌...
    Date2022.07.01 Views248
    Read More
  11.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폴란드 국경지역 취재기] 전쟁 속에서 꿈꾼 자유와 평화 (2022.2.17.~3.13)

    전쟁 속에서 꿈꾼 자유와 평화 (2022.2.17.~3.13) 엇갈린 전쟁예측, 다시 역사의 현장 속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임박해지면서 위험지역 출장 자원자를 모집한다는 공지가 떴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국경지역 요르단과 쿠웨이트에서 취재 경험이 있는 나...
    Date2022.05.03 Views405
    Read More
  12. [현장에서] 역대 최악의 울진 산불 현장을 취재하며

    역대 최악의 울진 산불 현장을 취재하며 거대한 산불의 화마 앞에 사람도 동물도 모두 아비규환 3월 4일, 동료 취재기자와 점심을 먹고 있는데 울진에 산불이 났다는 소방본부 문자를 받았다. 곧이어 전화가 울리자마자 우리는 본능적으로 밥을 신속히 입에 ...
    Date2022.05.03 Views1091
    Read More
  13. 방역올림픽 속 무색해진 ‘꿈의 무대’

    방역올림픽 속 무색해진 ‘꿈의 무대’ ▲베이징 겨울 올림픽의 취재 현장은 주최측이 정한 폐쇄루프를 벗어날수가 없었다. ‘오미크로 변이’ 확산 속에 올림픽 취재 위해 계속 된 검사, 검사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올림픽은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라고 한다. 처...
    Date2022.03.08 Views385
    Read More
  14. 내가 있어야할 자리를 깨닫게 한 나의 첫 올림픽취재

    내가 있어야할 자리를 깨닫게 한 나의 첫 올림픽취재 ▲장영근 기자가 취재한 쇼트트랙 최민정 선수가 경기도중 미끄러지는 모습. 올림픽은 선수들에겐 꿈의 무대다. 동시에 취재·방송하는 사람들에겐 경기장에 펼쳐지는 OBS(Olympic Broadcasting Services)의 ...
    Date2022.03.08 Views358
    Read More
  15. 오늘을 역사로 기록하는’ 영상기자들이 뽑은 2021년 10대뉴스

    ‘오늘을 역사로 기록하는’ 영상기자들이 뽑은 2021년 10대뉴스 코로나19와 싸움 속에서도 새로운 이슈들로 치열했던 2021년의 뉴스현장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나준영)는 지난 12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전 회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해 ‘영상기...
    Date2022.01.07 Views468
    Read More
  16. 코로나 시대의 올림픽 취재 “재난과 스포츠의 경계에서”

    코로나 시대의 올림픽 취재 “재난과 스포츠의 경계에서” 코로나시대의 올림픽 취재 올림픽 취재의 첫 단계는 5월 초 코로나19백신 접종이었다. 5월 중순부터는 코로나 관련 입출국 및 취재 유의점에 대한 이메일 자료, 교육 등을 받았다. 올림픽 취재 한 달 전...
    Date2021.09.24 Views808
    Read More
  17. 방역 아래 초대 받은 불청객

    방역 아래 초대 받은 불청객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코로나가 확산하는 가운데 개최 강행이냐, 취소냐 이야기가 많았지만 일본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행을 선택했다. 개최가 결졍되고 선수와 임원, 올림픽 지원인력?등 각국...
    Date2021.09.24 Views852
    Read More
  18. Olympics, Enjoy the Moment!

    Olympics, Enjoy the Moment! ‘사상 처음’ 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 곳을 찾기가 힘들만큼 ‘전례 없는’ 올림픽. 그리고 영상기자로서 ‘첫’ 종합대회 출장. 평소 같으면 기대가 앞섰을 출장이지만 이번엔 출발 전부터 각종 악재와 우려로 마음이 천근만근이었...
    Date2021.09.24 Views780
    Read More
  19. 코로나19 시대의 청와대 영상기자단 미국 순방기

    코로나19 시대의 청와대 영상기자단 미국 순방기 빗 장 2019년 12월 중국 청두 순방 이후 한동안 해외를 나가지 못할 것이란 현실을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2020년 전 세계를 휘몰아친 코로나19의 여파는 삼청동에 자리 잡은 청와대 춘추관에도 미...
    Date2021.07.06 Views381
    Read More
  20. 작년과 달리 봄의 생기가 돌지만, 사람들의 삶은 아직

    작년과 달리 봄의 생기가 돌지만, 사람들의 삶은 아직 ▲ 대구카톨릭대학병원에서 확진자 병동 촬영 준비 중인 필자 (MBN 김형성 기자) 어느새 코로나와 맞는 두 번째 봄. 여전히 하루 300~400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KF94 마스크를 쓴 채이지만 기나긴 겨울을 견...
    Date2021.05.06 Views473
    Read More
  21. 멈춰있는 시간의 현장

    멈춰있는 시간의 현장 ▲지난 1월 20일, 서울의료원 음압병동 안으로 들어가기 전 방역복을 입고 있는 필자 우리 직업의 매력 중 하나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껏 수많은 제한구역과 여러 나라를 경험했다. 주변 친구들은 그런 나를 부러워하...
    Date2021.03.11 Views43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