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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참사 취재영상기자 간담회>

“참사 당시로 돌아간다면 다시 현장취재 할 수 있을지 의문”…현장기자들, 트라우마 ‘심각’

협회 차원의 구체적인 참사 취재 가이드라인 개정·취재트라우마 극복 위한 제도적 지원 필요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두 달이 되어간다. 젊은층이 주로 찾는 서울 한복판에서 300명이 넘는 압사 사상자가 나왔지만, 참사의 구조적 원인과 2차 가해·재발 방지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고등학생이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면서 현장 상황을 취재·보도한 기자들에 대해서도 심리적 방역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그날,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은 당시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나준영)는 이태원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과 세월호 참사 취재진 등 영상기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취재·보도 간담회는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목동 영상기자협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간담회는 나준영 영상기자협회장이 진행을 맡았으며 MBN 김현석 기자, JTBC 박대권·이학진 기자, SBS 이상학 기자, MBC 권혁용 기자가 참석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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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2일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10.29참사 취재영상기자 간담회

“시신 취재 경쟁과 취재에 회의감 커” VS “충실한 영상취재, 진실규명의 퍼즐”
나준영 : 오늘은 10.29 참사에 대해 우리가 ‘세월호’ 보도 이후 개선하려고 노력했던 것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부터 현장 기자들의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눠보려고 한다. 먼저 이번 참사를 취재·보도하면서 경험하거나 느낀 것을 총평해달라.

박대권 : 나는 시신을 골목 옆에 옮겨놓은 상태에서 현장에 투입됐다. 모든 언론사 기자들이 시신을 찍겠다고 현장에 진을 치고 있는 걸 보면서 회의감이 들었다. 다른 현장도 충분한데, 왜 시신 취재에 목을 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다 다른 골목으로 들어가서 취재했다.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충분히 취재거리가 됐다. 그런데도 모든 기자들이 상황실 골목에 몰려있는 걸 보면서 우리 언론이 세월호 이후 바뀌긴 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김현석 :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윤리 측면에서 생각해볼 문제와, 우리는 역사를 기록해야 할 사람으로서, 혹은 이런 자료가 수사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일단 찍어놓고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딜레마가 항상 충돌하는 것 같다.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 ‘재난에서 사망한 희생자의 시신을 촬영해도 되는가? 희생자의 연령, 성별 등에 따라 시신 촬영에 제한을 둘 것인가?’ 라는 질문이 나온다. 이 질문의 답변은 ‘공적 관심사로서 국민의 알 권리에 부응함이 명백한 경우 시신 촬영을 할 수 있다. 영상촬영은 사건의 뉴스 현장 기록이자 그 자체가 역사 기록물이기 때문이다.’이다. 희생자에 대한 존엄성도 중요한데 영상 사관으로서의 의무감이 충돌하면 딜레마가 심하다. 현장이 곧 없어질 수도 있다는 강박 관념까지 오면 현장에서 기자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역사적 기록물도 좋지만 언론사들이 이걸 담지 말자고 서로 약속한다면 윤리적인 부분에서 우리가 마음의 짐을 덜 수 있고, 희생자에 대해서도 예의를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이상학 : 입사한 지 6개월 차여서 야근자 네 명 중 배려를 받고 제일 늦게 현장에 나갔다. 그래서 시신은 거의 보지는 못해서 그것에 대해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어쨌든 기록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해당 영상을) 쓸지 말지 결정하는 두 번째 단계가 있으니 일단 찍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1인미디어나 유튜버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우리는 (촬영된 영상을) 한 번 거를 수 있다는 것이다. SBS는 조금 늦긴 했어도 중간부터 블러 처리를 했고, 앵커 멘트로 ‘우리는 과하게 보이는 영상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밝히는 과정이 있어서 미디어로서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권혁용 : 과거 캄보디아 비행기 추락 사고와 세월호 취재를 하면서 똑같은 자리에서 왜 열 명의 기자가 모두 한 방향으로 기록을 해야 하느냐 하는 점을 나도 고민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현장에서 각자가 한 기록이 다 같지 않더라. 수사기관이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세월호 때도 영상기자들이 영상으로 기록해 놓은 것들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해 줬다. 그러니 우리가 그 현장에서 ‘내가 왜 똑같은 상황을 많은 동료들과 똑같이 다 기록해야 하느냐’는 자괴감은 안 가져도 될 것 같다. 
안타까운 점은 현장에서 느끼는 순간의 자괴감, 현장에 내가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어느 시점이 지나서 그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트라우마가 올 수 있다. 그런 것에 대한 사전 교육과 훈련이 되어 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장을 기록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직업적인 행위를 하면서 같은 직군의 동료들이 받게 될 충격에 대해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 어떻게든 충격을 적게 받아야 하고, 받았다면 치유의 과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이학진 : 무엇을 취재해야 할지, 취재하지 말아야할지 보다 왜 취재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답을 내리기가 조금 더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신이기 때문에 찍지 말아야 한다’, ‘고인에 대한 인도적인 마음으로 이 시신은 찍지 말아야겠다’라고 판단하기에 앞서 왜 찍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찍은 그림이 나중에 어떻게 사용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피사체가 될 대상에 대해 ‘시신은 찍지 말아야 해’, ‘이거는 찍어도 돼’ 라고 규정하기엔 우리 일이 맞지 않다고 본다. 박 기자가 얘기한 회의감은 시신 취재가 아니라 목적 없이 다들 경쟁적으로 ‘네가 찍으니 나도 찍어야 돼’라는 모습에서 온 거라고 생각한다. 옆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니 나도 누르고, 옆 사람이 한발짝 앞으로 가면 나도 한발짝 앞으로 가는, 그런 무질서한 모습에서 오는 회의감이지, 단지 내가 시신을 찍고 있기 때문에 드는 회의감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가치를 위해서 이걸 취재해야하는지를 생각하면, 현장에서 기자로서의 역할을 생각한다면 찍지 말아야 할 것은 없을 것이다.

박대권 : 현장에서 쓸데없는 경쟁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 게 맞다. 현장에서 진을 치고 경찰과 싸우면서 자리를 지키고 찍으려고 했으니까. 상황이 한창 진행될 당시 사람들이 찍어서 올린 SNS 영상을 일반 시민들이 봤을 때 언론사 영상이 (유튜브나 SNS 등에 올라오는) 영상과 다르다는 걸 과연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구 차량에 시신 싣는 걸 하나라도 더 찍겠다고 아등바등하는 걸 보면서, 세월호 때  ‘기레기’라는 단어가 겹쳐졌다. 

권혁용 : 기록은 우리 일이지만, 보도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순간엔 우리가 현장에 없기 때문에 일반인의 영상을 쓰기도 한다. 우리는 어떤 현상이 발생하면 가장 객관적으로 찍을 수 있도록 훈련된 사람들이다. 우리는 사건이 발생한 다음에 도착하지만, 우리의 입체적인 기록이 전문가나 진실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사건을 훨씬 명확하게 볼 수 있는 퍼즐을 제공해 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더 훈련되었기 때문에 우리 기록이 사건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진실을 밝히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취재 트라우마 극복 위한 회사·동료들의 적극적 지원 필요...
“직원인 기자들뿐만 아니라 오디오맨, 운전기사, AD 등 현장 스텝까지 모두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 필요”
김현석 : 현장에 있었던 기자와 그렇지 않은 기자들 사이에 입장 차이가 있다. 선배들 말씀에 공감하면서도 이렇게 입장 차이가 나는 이유는 아마 트라우마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시 할 수 있을까. 만약 내가 트라우마 치료를 제대로 받았다면 선배들 말씀이 맞다고, 그래도 기록을 해야지 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당장은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나도 모르게 아직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것 같다.

이상학 : 내가 갔을 때는 텅 빈 골목, 유실물이 나뒹구는 장면이었는데도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입체적으로 표현한다고는 하지만 현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하다 보니, 미처 유실물센터로 보내지지 않은 신발 한 짝 같은 걸 찍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현장은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어 접근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에서 그걸 막는 경찰과의 실랑이도 당혹스러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나준영 : 트라우마 치료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각 사별로 어떤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나?

김현석 : 얼마 전 회사에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열어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각사는 어떻게 트라우마와 관련해 지원했는지 알아봤는데, 직접 기관을 지정해 주는 곳이 있고, 어떤 곳은 직접 회사로 방문해 시간대를 정해 상담 선생님이 오셔서 상담해주기도 했다. 모든 언론사가 비용 지원을 한다면, (영상기자)협회 차원에서 각 회사로 왕진처럼 심리상담가를 보내서 협회원들을 치료할 수 있게 하고, 비용은 회사로 청구하는 방식으로 도와주면 어떨까. 회사마다 조건이 다르다보니 현실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 

나준영 : 협회차원의 트라우마센터 운영을 알아봤는데, 쉽지 않았다. 사별로 지원 제도가 차등적인데, 앞으로 협회에서도 협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고민하겠다. 내년에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재개정 작업을 할 텐데, 트라우마와 관련해 피해를 입은 기자들이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회사나 조직이 도움을 주는 내용을 권고하는 내용도 포함하려고 한다. 

김현석 : 트라우마가 전혀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 ‘그냥 넘어갈 수 있지 않나’ 하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트라우마를 겪을 수밖에 없는 현장 기자들을 같은 공간에 또다시 취재하게 하는 것도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당일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 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협회 차원에서 데스크급인 시니어 기자들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을 현장과 분리시킬 수 있도록 해 주면 좋겠다.

나준영 : 참사를 경험했거나 고통받은 기자에 대해서는 동일 현장, 동일 사건 관련 취재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가이드라인에 넣겠다. 특히 참사를 현장에서 직접 취재한 언론인의 경우 차별화된 치료가 필요할 것 같다.

권혁용 : 직업적으로 트라우마 상황을 겪지 않도록 하는 원칙에 반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 현장을 정확하게 봐야 하고, 판단해서 기록해야 하고, 포커싱해서 취재해야 한다. 전체를 회피하고 싶어도 전체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그 순간 각인 효과가 어마어마하다.
 예전에 참사 현장에 갔을 때 나는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많이 훼손된 희생자를 취재하고 시신 구호도 같이 했는데, 당시엔 괜찮아서 현장에서 충격을 받았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한두 달 지났을 때 특정 화면이 계속 꿈에 나타나면서 어느 순간 나를 제어하기 힘들었다. 그 순간은 기록하느라 바빠서 내가 어느 부분에 데미지를 입었는지 알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났을 때 한꺼번에 확 밀려오더라. 이를 줄이기 위해 취재를 다녀오자마자 심리상담을 받아야 한다. 회사에서는 ‘필요하면’ 상담을 받으라고 하는데, 당장은 괜찮더라도 (재난이나 참사 현장에 다녀왔다면) 의무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운영했으면 낫지 않았을까.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 건, 영상기자들 뿐만 아니라 우리와 함께 현장에 가는 오디오맨, 운전기사 등도 모두 (트라우마 치료 지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최근 살인사건 현장에 가서 떨어진 혈흔을 보고 그날부터 잠이 안 온다, 며칠 뒤부터 숨을 쉬는 게 너무 힘들다, 잠을 못 이루겠다고 하더니 며칠 있다 그만둔 오디오맨이 있었다. 협회가 각사에 적극적으로 요청해서 우리와 함께 일하는 스텝들까지 종합적으로 배려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대권 : 현장에서 트라우마가 없었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일주일 정도 있다가 분향소 일정이 있어 스케치를 하러 갔는데, 피해자 부모님이 쓴 편지를 보는 순간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더라. 숨을 못 쉬고 헐떡거리니까 함께 간 오디오맨이 괜찮냐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생각해 보니 오디오맨들에게는 (이런 현장에 갈 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라고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오디오맨 중에 실제로 트라우마가 세게 와서 병원 치료를 받으러 간 친구도 있었는데, 막상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챙겨주지 못했다. 내가 현장에서 느껴보니 트라우마가 강하게 오더라. 회사나 협회가 영상기자 뿐만 아니라 스텝들도 교육받고 준비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좋겠다. 

김현석 : 트라우마가 누구에게나 올 수 있고 몇 달, 몇 년 후에도 올 수 있다는 걸 모두가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런데 막상 경험해 보니 생각했던 것과 정말 달랐다. 이런 부분을 협회원들이 모두 다 알았으면 한다.  

나준영 : 떠올리기 힘들겠지만, 이번에는 참사 당시 이태원이 왜 그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고, 당시 현장에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아쉽거나 의문이 들었던 점, 문제라고 생각한 것들이 있다면 얘기해 달라. 

참사 현장 있어야 할 경찰, ‘높은 분’ 보좌하느라 파출소에 모여… 참사 특보, 추가된 내용 없는 반복 보도, 취재해야 할 인력들 생중계에 소모도‘문제’  
김현석 : 참사가 있기 2주 전 이태원 지구촌 축제를 취재했다. 부감 취재를 하려고 이태원파출소 옥상에 올라갔는데, 많은 사람들이 왔지만 질서 정연하게 아무 문제없이 끝났다. 29일엔 그때보다 인원이 조금 더 많았던 건데, 어떻게 이런 참사가 일어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사 당일 12시 반쯤 도착해 후배 기자 두 명이 (해밀톤)호텔 앞과 옆 골목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포지션을 나누기로 했다. 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파출소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파출소 앞으로 갔는데, 파출소 옥상을 보니 김광호 서울청장도 있고 용산서장도 있어서 모습을 담았다. 그런데 그들을 보좌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 인력들이 있더라. 그 사람들이 현장에 배치돼서 일을 해도 모자란데, 그들을 보좌하기 위해 파출소 1, 2층에 많은 인력이 배치된 것을 보면서 정말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박대권 : 방송사들이 새벽에 부랴부랴 특보로 편성해서 라이브를 했다. 그런데 상황본부도 막 차려졌을 때고, 소방이든 경찰이든 어디 쪽에 취재를 해도 수치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의미있는 수치가 나오거나 방금 전 보도에 비해 업데이트되는 내용도 없고, 토요일 자정이라 (취재할 수 있는) 인원도 제한적인데, 30분 단위로 계속 현장을 물리면서 인력 소모를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현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때문에 상투적으로 현장을 물리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 팀을 라이브로 연결하려고 4~5명이 투입됐는데, 그런 것보다는 오히려 현장을 챙기고 더 취재를 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김현석 : 우리는 정반대의 고민을 했다. 참사가 일어났는데도 특보를 전혀 편성을 안 했다. 도대체 현장에 라이브유(LiveU)와 티비유(TVU) 장비를 왜 들고 간 건지 모르겠다. 이런 참사가 있다는 걸 알림으로써 그쪽에 있는 사람들을 분산시키고, 그쪽으로 오지 못하게 막는 효과도 있다고 생각한다. 특보를 편성하지 않아 내부적으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많았는데, 다른 방송사에는 이런 고민이 있는지 몰랐다.

이상학 : 첫날 목격자 인터뷰가 많이 부족했다는 피드백이 나오고 나서 큐시트를 다시 확인해 보니, 30분마다 (라이브를) 물렸더라. 유실물센터, 서울대병원, 종합상황실 앞에서 각각 하나씩 물렸는데, 구체적인 수치가 변하거나 하면 특보를 30분마다 물려도 의미를 찾을 수 있는데, 중계를 물리더라도 전략적으로 충분한 취재가 이뤄진 다음에 했다면 좀 더 효과적으로 보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준영 : 기자들이 현장에서 취재해야 할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초기 상황에서 커버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초 자료만 가지고 중계를 반복했다는 얘기인 것 같다. 특보 상황에서는 중계를 전담하는 팀이 별도로 나오고, 영상기자들은 현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현장에 나가 있는 기자들이 중계를 하다 보니 답답했던 것 같다.  

출처불명의 가짜뉴스들, 참사현장의 혼란을 줄이려는 취재진의 자발적 노력 아쉬워
김현석 : 날이 밝아 윤석열 대통령이 왔다. 우리와 YTN은 통제선 밖에서 취재했는데, 윤 대통령이 온다는 사실이 대통령실 풀단에 통보가 안 된 건지 현장에는 (풀단 기자 없이) 전속과 우리만 붙어서 취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대통령실 관계자가 ‘기자님 여기까지만...’이라고 제지했다. 다른 상황도 아니고,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듣고 싶고, 풀단과 마찰도 있어서 여러 가지로 궁금한데, 취재를 안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계속 내비치니까 언론 탄압 아닌가,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탄압 아닌가 하는 생각에 상당히 유감이었다.
 후배 기자는 골목 앞에서 취재할 때 포토라인 얘기를 하더라. 한 컷 더 찍겠다고 경찰과 싸우는 기자도 있었고, 일반인들이 기자인 척하며 끼어드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현장이 골목이다 보니 소방 측에서 브리핑 장소를 만들었다 없앴다 하는 과정에서 포토라인이 들락날락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앰뷸런스 진입로가 바뀌기도 했는데, 브리핑도 중요하지만 구조가 먼저니 그런 부분을 부드럽게 할 수 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장의 기자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어 포토라인이 흔들렸다고도 들었는데, 참사가 있을 때 현장에서 선임들이 빠르게 만나 정리를 하면 좋겠는데, 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 때 협회에서 그 역할을 해줄 수는 없을까.

나준영 : 정상적으로 상황이 돌아갈 때는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이번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현장 상황을 모르고 정보가 없어 개입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각 협회나 단체가 만든 보도준칙이나 가이드라인의 운영 주체는 더욱 기자 자신이 되어야 한다. 기자가 주도성을 갖고 현장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주체가 되자는 게 우리 가이드라인의 모토이기도 하다. 

권혁용 : 용산서에서 마약 단속한다고 하루 전날 취재 의뢰가 왔다. 참사 당일 취재팀이 나간 것으로 아는데, 그쪽 팀도 현장 취재를 같이 했는지 궁금하다. 

이상학 : 야근자가 마약 단속 취재를 나갔는데 취재가 쉽지 않아서 이태원의 핼러윈 분위기라도 스케치하려고 갔다가 분위기가 심상치않음을 느끼고 데스크에게 연락해 야근자가 추가됐다.  

김현석 : MBN은 3년차 기자가 마약 단속, 신입 기자는 이태원 인파 취재를 갔다.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벌어지자 두 기자가 연락을 해 신입기자는 현장에서 분리시켜 부감 취재를 시키고, 3년차 기자가 현장으로 달려갔다. 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인공호흡을 하는데도 옆에선 춤을 추고 있다. 사람이 많고 시끄러워서 바로 옆에서 일어난 상황 파악도 하기 쉽지 않았겠더라. 
 현장에서 빠르게 퍼지는 가짜 뉴스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12시 30분쯤 호텔 건너편에서 환자들을 취재하는데, 누군가 ‘이거 압사 아니야. 마약이야.’라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하고 지나갔다. 경찰도 마약 연관성을 수사한다고 하니 취재진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여기저기서 가짜뉴스가 퍼지다 보니 취재 방향을 틀어야 하나 혼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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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놓인 추모 화환들

과거 참사보도 문제점 개선하려는 기자 개인·방송사들의 고민과 노력 엿보여
나준영 : 참사 보도가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얘기해 보자. 

권혁용 : 우리의 노력과 관계없이 영상이 이미 재단되어 보여 지는 게 속상하다. 영상기자들은 ‘우리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아닌 걸 그런 것처럼 해석의 여지를 두지 않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는데,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각자 다르게 느끼고 있다.

나준영 :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려고 해도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게 답답하다는 의미인 것 같다.

박대권 : 영상이 넘쳐나다 보니 영상을 해석하는 기준이랄까, 관점이 없어진 것 같다. 영상기자가 찍은 영상과 유튜버의 영상 사이에 차이점을 못 느끼는 것 같다. 우리 입장에선 찍어야 할 것과 찍지 말아야 할 것, 특히 찍지만 보도하지 못하는 것을 구분하는데, 그 사람들은 찍은 것들을 모두 자료화해 돈벌이에 이용하다 보니 일반인들은 어차피 다 똑같은 거 아니냐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 

김현석 : 유튜브가 규제가 없어 너무 날것의 영상을 내보내다 보니, 사람들이 그것만이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확증편향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고, 특히 유튜브 알고리즘은 내가 하나의 영상을 보면 그쪽으로만 영상이 뜨게 되어 있는데, 그렇게 되면 어떤 것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알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국민들은 물론 우리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았으면 한다. 

이상학 : 유튜브나 SNS에 퍼진 블러 처리 안 된 원본 영상들은 우리 손을 떠났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가리는 걸 올리지만 사람들은 가리지 않은 걸 보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우린 정도를 지켰다는 걸 알릴 필요가 있다.

나준영 : 언론은 영향력이 가장 크기 때문에 표준으로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고, 언론으로서 윤리적이고 저널리즘에 입각한 표준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이태원 참사 영상보도 관련해서 각 사별로 어떤 논의가 있었나.

권혁용 : 피해자와 가족들, 혹은 심신미약자가 봤을 때 그 현장을 떠올리게 하는 영상은 안 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편집 가이드도 계속 주고 있다. 그럼에도 충분치 않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한 명 한 명의 스토리가 이 사고의 진실을 가리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굉장히 조심스럽다. 이미 갖고 있는 것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있고, 자극적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다. 

박대권 : 포커스를 맞춰서 찍느냐 마느냐의 딜레마가 있었고, 일부러 포커스를 다른 데다 맞추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현장에서 고민하고 찍었지만 약간의 가공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라이브를 할 때 사무실에서 ‘들어왔으니 빨리 쓰자.’라고 판단해 블러 처리 없이 써 버리면 허탈할 것 같다. 

권혁용 : 정확하게 기록해야 한다는 소명과, 나중에 이 사건을 입체적으로 구성할 때 선의의 의도로 포커스를 맞지 않게 찍어 정확한 정보 전달이 안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다. 현장 장비가 개인이 나가도 라이브가 가능한 추세이다 보니,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고민이다. 1보할 때는 몇 도 이상의 블러를 준다는 식의 합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김현석 : 걸어 찍기도 하고, 포커스링 올려서 일부러 흐리기도 한다. 역사의 기록물일 수도 있지만 아닌 경우엔 현장기자가 게이트키핑을 해야 한다고 본다. 클로즈업 샷의 경우 일부만 클로즈업 하는 게 가능하지만 풀샷은 안되니까 매크로닝을 올려서 촬영하고 있다. 참사 당시 인덱스를 정리할 때 무엇을 촬영했는지에 앞서 중요 표시를 하고 ‘블러 필’을 가장 먼저 적었고, 내부에서도 편집부에 항상 신신당부하고 있다.  

나준영 : 참사 보도에 있어 과거에 비해 개선된 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권혁용 : 전체적인 보도의 내용과 현장 참여자에 대한 처우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속도에 대해서는 아직 우리가 생각해볼 부분이 많다. 과거보다 지금이 나아졌다지만 사회적인 전체 흐름이 나아진 만큼 좋아졌는가, 회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과정에서 협회는 구성원들의 요구에 얼마나 부응할 것인가 등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계속 이어져나가야 할 것이다.

이학진 : 많은 사람들이 압사당하는 장면을 어떤 언론사에서도 쓰지 않았고, 우리 회사에서도 압사 순간의 그림은 쓰지 않는다는 편집회의 결과가 단체 공지로 나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하지 말아야 할 것’에 함몰되다 보니 너무 조심스럽게 다가간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 논란의 여지가 없게 하기 위해서, 그림 영역만 놓고 보면 처음부터 재단이 가해져서 참사의 진실을 제대로 알리기엔 너무 부족했다. 

박대권 : 현장에서 두려웠다. 찍는 거에 대한 사명감도 있고, 손가락질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 밤 야간 데스크와 계속 소통하는데, ‘아닌 것 같으면 하지 말라.’고 해서 내 판단으로 내가 해야 할 역할을 했는데, 내가 스스로를 너무 재단했나 싶기도 하다. 다만, 우리가 노력하고 자중하고 최대한 열심히 했다는 걸 시민들이 이해해 준다면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김현석 : 수습 때 선배로부터 ‘REC 버튼을 누르는 건 쉽다. 그런데 그걸 누르지 않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현장에서 망설였던 이유는 우리는 항상 시민들의 눈이라고 여겨왔는데, 내가 보는 장면을 시청자가 그대로 본다면 너무 끔찍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상학 : 유가족 취재 직전에 보도국 지침이 내려왔다. 최대한 취재기자가 먼저 접촉을 해서  허락을 받고 카메라를 켜야 한다든가, 일말의 거부 표시 있으면 아예 시도하지 말라 같은 내용이었다. 선배로부터 세월호 때 많은 지탄을 받아서 이번에는 기자들도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스스로 자정해 나가려는 노력을 보였다는 점과, 이번에 지적받은 것들을 개선해서 앞으로 잘 만들면 되지 않을까.

권혁용: 옳다, 그르다를 떠나 기자들이 맹목적으로  취재하지 않아서 좋은 것 같다. 현장에서 기자들이 고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과거보다 나아지고 있다고 본다.

정리=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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