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세계적 보편성’ 인정받은 ‘세계의 지역성’
…‘ATF2022’와 다큐멘터리 ‘화엄(華嚴)’
지난 2021년 한국영상기자상 멀티보도부문 수상작 안동MBC 임유주 기자의 ‘화엄’이 대만 Daii TV에 방송이 확정되었다. 또한, 태국, 이스라엘, 남아공에서도 수입의향서가 제출되어 ‘화엄’의 해외방송가능성도 커졌다. 안동MBC다큐멘터리 ‘화엄’의 해외진출은 해마다 싱가폴에서 개최되는 ‘ATF(아시아TV포럼)’의 콘텐츠마켓에 참가해 이룬 쾌거이다.
영상기자들의 다양한 콘텐츠제작이 활기차게 진행되는 요즘,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 촬영, 연출한 안동MBC 임유주 영상기자의 ATF도전기와 프로그램 판매의 성과는 많은 회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임유주 회원의 ATF 참가와 해외프로그램판매의 경험들을 회원들과 공유한다.
(편집자)
28년 동안 취재나 보도특집 등과 같은 제작 현장에서만 있었던 필자에게 작년 12월 6일에서 9일까지 싱가폴에서 개최된 ‘ATF2022(아시아TV포럼)’ 참여는 놀라움을 넘어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제작자의 관점에서 지역의 시청자, 또는 이를 넘어 국내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공급자의 문법에 맞추어서 TV콘텐츠를 바라보던 기존의 관점을 완전하게 바꾸어 놓은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ATF는 아시아에서 제작된 다양한 TV콘텐츠를 공유하고, 이를 말 그대로 ‘거래’하는 현장이다. 국내 TV 제작자들은 국내에서 제작된 TV콘텐츠를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방송할 수 있도록 판매하고, 국내 바이어들은 외국에서 제작된 TV콘텐츠를 한국에서 방송하기 위해 구입하는 전형적인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의 문법은 다른 나라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그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판매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이며, 이를 위해서는 다른 문화권에서 제작된 이질성과 그 속에서 서로 공유될 수 있는 동질성이 동시에 작용되고 있다.
다른 문화권이 주는 이질성은 이미 각기 다른 나라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통해 확보되었다.
따라서 ATF에서의 가장 핵심은 다른 나라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그 나라 국민들에게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동질성이 있는가의 여부이며, 이는 특정 콘텐츠가 가진 글로벌 스탠다드와 지역을 넘어서는 인류 동질의 가치를 얼마나 잘 표현하고 있는가에서 드러난다. 이 시장에서는 각 콘텐츠 제작자들의 고민의 범위와 한계를 분명히 읽을 수 있는 동시에, 우리의 고민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이번에 ATF에서 필자가 느낀 것은 이 속에서 작용되고 있는 글로컬리즘(글로벌과 로컬의 합성어)이다. 각 나라에서 TV콘텐츠 제작자는 그 지역, 혹은 그 나라가 가진 지역성에 집중한다. 단 며칠의 기간, 어느 특정 시기에 집중하기도 하고, 특정 인물이나 사건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어느 특정 지역의 이야기에 맞추어진 작품에 대만의 바이어가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태국, 이스라엘, 남아공 바이어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들의 관심은 1500년 전 한국의 ‘의상’이라는 학자가 펼친 ‘화엄(華嚴)’에 대한 이야기였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의상을 통해 드러내려 했던 화엄의 세계관과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위대한 그의 철학이 갖는 세계적 보편성이었다. 그래서 이곳에서 최고의 지역성은 최고의 세계성이 되었다.
1500년 전 한류를 이끈 위대한 철학자의 이야기는 그곳에서 세계 시장이 요청하는 콘텐츠가 되었다. 당나라 출신 유학파들인 불교의 의상과 유교의 최치원, 도교의 김가기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당대 최고의 종교인이나 철학자들과 교류하면서, 지금 동아시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사상적 기반을 놓았다. 그들은 ‘현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서로 의존하고 관계지어 있다’는 화엄의 가르침에 충실해서 이것이 실현되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다. 이들을 통해 어떠한 일에도 걸림이 없는 하나로 통하는 세계를 꿈꾸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들이 처한 각각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작년에 제작된 ‘화엄(華嚴)’ 다큐멘터리가 주목한 이야기이다.
지역의 특수한 이야기를 넘어, 다큐멘터리 ‘화엄’은 대만Daii TV에 방송이 확정되었다. 더불어 태국, 이스라엘, 남아공에서도 수입의향서를 받았다. 이제 화엄은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의 이야기가 되었다. 더불어 영상기자가 혼자서 기획, 촬영, 편집을 진행한 다큐멘터리가 해외로 수출된 최초의 사례이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와 지역사의 어쩔 수 없는 제작 환경이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사례가 되어 세계와 함께 하게 된 것이다. 화엄의 세계화는 우리 지역의 이야기가 갖는 세계적 가치와 한국의 영상기자들이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노하우를 함께 공유하게 된 어쩌면 새로운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안동MBC 임유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