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
베트남 방문 공식 일정이 시작되는 첫날 오전이었지만, 주 하노이 북한대사관을 방문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이후 일정과 북한 대표단 시찰단이 어디를 찾을지는 미궁이었다.
SBS 현지 출장팀들은 베트남 내 한인 기업인과 대사관 등을 취재한 결과 하이퐁 경제단지와 관광지인 할롱베이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오전 6시(한국시간 8시) 하노이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할롱베이로 무작정 출발했다. 할롱베이 부근에 대기하고 있다가 북측 대표단의 모습이 발견되면 따라붙는다는 계획이었다. 할롱베이에 거의 도착할 무렵인 8시 30분쯤(한국시간 10시 30분) 고속도로에서 사이렌을 울리는 차량 행렬이 나타났고 순식간에 저희 취재차량을 앞질러 빠르게 질주했다.
북한 대표단 차량임을 직감한 저희 취재진은 무작정 꽁무니에 붙어 내달렸다. 가까스로 앞선 차량을 놓치지 않았고 선착장에 북한 관계자들이 내리자마자 바로 카메라 리코딩 버튼을 누르고 달렸다.
환영인파와 북측 촬영단, 주관방송인 베트남 VTB, 지역 사진기자들과 몸싸움을 하며 북측 대표단에 바짝 붙어 엉기며 크루즈 안까지 들어갔다. 북측 대표단, 특히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이 현지 관계자들과 대화하는 모습까지 촬영과 녹취를 했다. 조금 후 북측 대표단이 눈치를 채고 손짓으로 저를 쫓아낼 것을 크루즈 베트남 근무인력에게 요구했는데 쫓겨나는 순간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의 모습을 발견했다. 카메라를 밑으로 내리고 베트남 근무인력과 짧은 영어로 실랑이를 벌이며 현송월 단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배에서 쫓겨나자마자 티브이 유로영상 송출을 했다.
27일은 모든 방송국에서 특보 방송 중이었지만 당시 방송시간대에는 아직 새로운 정보도 영상도 방송되지 않던 상황이었다. 이 와중에 할롱베이에 방문한 북측 고위급 대표단의 움직임을 단독 영상으로 포착하여 빠르게 송출해 줌으로써 새로운 정보와 영상으로 SBS 특보 방송을 풍성하게 진행해 나갈 수 있었다.
취재 당일 하노이에선 함께 출장 온 동료들이 하루 종일 길바닥에서 영상취재와 수시로 요구되는 라이브 연결을 감당하며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부족한 인력을 짜내 할롱베이로 저를 보냈던 것인데 동료들의 현명한 취재계획과 때마침 찾아와 준 행운 덕분에 단독 영상을 포착할 수 있었다.
설치환 /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