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여러 번이나 농가들을 둘러본 후에야 드디어 발견한 양돈농협차량, 한적한 시골 농가 사이로 슬금슬금 접근해야 했다. 눈치 채지 못하도록, 압박과 긴장을 느끼며 다가가는데, 순간 차량에서 하얀 액체가 뿌려졌다.
제주도의 양돈농가 악취 측정은 이제껏 부실 투성이였다. 제주도는 생산자협회와 양돈농가에 악취측정 날짜와 시간을 미리 알려줬다. 악취 측정 대상 농가는 양돈농협에 악취저감제 살포를 요구한다. 양돈농협은 악취측정 한 시간 전에 악취 저감제를 농가에 뿌려준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악취측정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음주단속 정보를 미리 주고 음주 단속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불과 몇 년 전, 양돈분뇨 무단배출로 도민사회에 충격을 주었던 양돈 농가들이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막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막대한 도민 예산을 들인 악취 측정은 양돈 농가의 꼼수에 속수무책이었고 관리 감독 권한을 지닌 제주도 역시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양돈 농가는 악취 저감을 위해 저감장치 설치 등으로 비용을 지출해야만 한다. 이를 막기 위해 양돈농협이 움직였다. 중요한 것은 불과 몇 년 전, 양돈분뇨 무단배출 문제로 양돈 농가들이 도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받은 바 있고 그때 재발방지와 문제의 해결을 약속했다는 데 있다. 비용과 이해관계의 문제 외에 이제 양돈농가와 도민 사이에 봉합하기 쉽지 않은 불신이 생겼다.
이번 취재를 제대로 하기 위해 가장 신경 쓴 것이 보안이다. 양돈농협 측에서 언론이 취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기존 방식을 백지화할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취재 사실이 새어나가지 않는 게 중요했다. 또한 잠입취재가 중요했다. 여담이지만 잠입취재가 언론윤리에 부합하는가, 하는 의문을 아이템을 하면서 끊임없이 스스로 제기해야 했다. 뒤돌아보면 그런 점이 힘들었다.
고발하고자 하는 대상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영상, 그것을 위해 함께 치열하게 고민해준 김가람 기자와 넉넉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충분한 사전 취재를 허락해준 영상취재팀 팀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김형준 / KBS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