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영상 원본은 대부분 사라진다. 일부는 아카이브 되어 역사 속에 기록되긴 하지만, 아쉬울 때가 많다. TV방송이 가진 분량의 한계다. 뉴미디어에서는 시간 분량은 구애받지 않는다.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취재를 다녀오면 전하고 싶은 내용이 많다.
이 날도 그랬다. 2020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나는 ‘이천 산양저수지 붕괴 현장’과 ‘안성 산사태 현장’을 다녀왔고, 이지호 기자는 ‘안성 저수지 붕괴 현장’을 다녀왔다. 수 시간 길이의 원본은 각각 2분, 3분 남짓한 리포트에 편집됐다. 이천 산양저수지에서 내가 머무는 시간동안 하염없이 물 퍼내던 할머니가 있었다. 그 할머니의 싱크 속에는 이재민들의 힘없는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무너진 피해현장을 긴 호흡으로 보여주면 피해상황을 말로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그 외에도 이지호 기자가 다녀온 리포트에서 담지 못한 “떠내려간 강아지 이야기”와 “수해현장 물살을 알아보려 돌을 던져본 영상” 등이 있었다. 이렇게 뉴스에 못다 전한 뒷이야기를 전하고자 유튜브 영상콘텐츠를 제작했다.
취재진들도 수해현장에서는 유독 긴장한다. 화재현장 등 다른 재난지역은 위험한 게 뭔지 눈에 보인다. 그러나 수해현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위험요소가 많다. 이 날도 몇 가지 고충을 겪었다. 땅처럼 보였는데, 잘못 밟아 진흙에 깊이 빠졌다. 취재차량은 두 차례나 헛바퀴를 돌았다. 주민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장비는 일시적으로 먹통이 되길 반복했다. 취재진들이 애먹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수해현장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곳인지를 말하고 싶었다.
영상기자는 뉴미디어 뉴스콘텐츠를 제작하기에 유리하다. 직접 현장을 보고 온 사람으로서 당시 상황을 아주 잘 안다. 영상을 구성하고 편집할 역량도 있다. 시간 여건 상 혼자서 영상물을 제작하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러다 보니 뉴미디어팀 등에서 원본 소스를 후루룩 훑어보고 재가공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다. 영상기자는 수명의 인력이 투입돼야 할 영상을 혼자서 제작할 수 있고 빼놓지 않고 전할 수 있다.
MBC 뉴스영상콘텐츠국 엎어컷팀은 이러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뉴스에 못다 전한 수해현장’도 그중 하나이다. 영상기자들이 현장에서 보고 겪고 말하고 싶었던 썰을 담는다. 원본을 최대한 살려 편집한다. 취재진들의 취재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기도 하고, 여러 고민을 나누기도 한다. 현장을 보고 기록하는데 그치지 않고, 쓰고, 구성하고, 편집하고, 편성하는 멀티기자로 나아가고자 하는 노력이다.
김희건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