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황연실
③박기종
④심왕식
⑤이순덕
⑥고우균
⑦이영록
이산의 슬픔으로 평생을 지내온 당신들에게
“인생이 한 번 태어나면 5백 년씩 살았으면 좋겠어요. 길게 살다 보면 언젠가는 통일이 되리라고 희망이라도 가져보죠.”
박기종 할아버지의 말 한마디에 촬영장이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인생을 정리해야 할 망백의 나이에도 헤어진 가족때문에 5백년을 더 살고 싶을 만큼 가족이 보고 싶다니. ‘5백 년 살고 싶다’는 박 할아버지의 말에 노욕이라며 고개를 저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얼굴도 생각이 안나는 어머니가 보고 싶은 황연실 할머니. 한 장 남은 아버지의 사진을 가보처럼 모시고 있는 심왕식 할아버지. 그들의 일생은 한반도의 역사이면서 상처이기도 했다.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이산가족 1세대의 목소리를 어떤 형식으로든 남겨 놓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폭염과 폭우가 징검다리처럼 이어지던 지난여름. 우리는 70년 동안 이산의 한(恨)을 안고 살아온 역사의 증인들을 영상으로 담아보았다.
이산가족이라는, 의미가 크지만 흔한테마
‘큰 주제를 뻔하지 않게 담기’가 이번 나살고(나의 살던 고향은) 프로젝트의 알파와 오메가요 전부라고 봐도 무리가 없었다. 북쪽에 두고 온 고향과 가족. 시각화하기 힘든 ‘이산’과 ‘통일’이라는 주제를 눈에 보이는 영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당신들의 그리움과 슬픔의 매개체가 되는 ‘보이는 것’들을 찾아 나섰다. 어쩌면 슬픔의 매개체가 시각화되어 잘 보이는‘당신들’을 먼저 찾아 나섰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 될지 모르겠다.
6살까지 살았던 고향집이 보이는 교동도의 이순덕 할머니. 헤어진 오빠가 그리워 대전에서 임진각까지 수백 번을 왕복한 이재순 할머니.
개개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FPV(First Person View : 1인칭관점)로 담았다. 방송뉴스에서는 일반적인 화면의 왼쪽이나 오른쪽을 보고하는 인터뷰도 정면을 바라보면서 하게끔 했다. 성우나 아나운서 같은 전문 내레이터의 목소리 대신 거칠지만 생생함이 담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살렸다. 영상만으로도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그리움이 전해질 수 있도록 내용과 영상이 씨실과 날실처럼 촘촘히 역이며 만나도록 촬영과 편집에 주안점을 두고 제작했다.
‘영상으로말하기’
이슈가 중심이고 코멘트와 설전이 우리 방송뉴스의 주요 소재인 요즘. 전 세계의 주요 언론사들은 신문과 방송을 가리지 않고 마이크로-숏-다큐멘터리, 인포그래픽, 시네마틱 스토리텔링 등 ‘영상으로 말하기’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 방송 뉴스에서도 시네마틱 스토리텔링이라는 방법으로 큰 주제를 다룰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진부한 접근이 아니였기를 희망해본다.
신봉승 / KBS 디지털영상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