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지역기획보도부문
시내 번화가에서 지적장애인들의 폭행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단순한 폭행 사건으로만 뉴스로 다뤄지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소외계층에 대해 너무나 무관심한 것 아닌가, 되묻게 만드는 사건입니다.
취재를 하던 중에 지적장애자녀를 둔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카메라 앞에서 망설이며 무거운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무엇을 바꿀 수 있느냐”라고 되물으면서.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깊은 고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적장애인들의 성폭행, 강제 혼인, 성매매, 폭행 등의 사건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이러한 범죄들이 어떻게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질 수 있는지, 왜 그들은 다시 그 범죄의 현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는지 취재진은 살펴봐야 했습니다. 지적장애인들을 포함한 발달장애인들을 둔 부모들은 지금 같은 현실은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이 스스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족한 상황에서 학교 밖 세상은 범죄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는 범죄의 고통에서, 가해자는 범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고, 사법 장치 또한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습니다. 처벌받고 다시 범죄로 이어지는 현실은 처벌이 능사는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지적장애인들의 범죄가 멈추지 않는 악순환의 구조인 것입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무엇인지 지적장애인들과 부모, 관계기관들을 취재하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재판에 넘기지 않는 기소유예 제도는 전국에서 서울, 대전, 울산지역만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나의 대안으로써 자조 모임을 하는 것입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자조모임을 확대하고,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선택해 지역사회에서 누릴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완전하지는 못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에서 의미있는 대안으로 보입니다.
그들만의 세상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로 서로 나뉘어 있는 지적장애인들의 삶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이 많습니다. 일대일, 소규모 교육을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회 약자이면서 외면 속에 소외되어 있는 발달장애인들의 삶을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고성호/ KBS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