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고장난 심장, 북극의 경고>
KBS 9시뉴스 북극시리즈 4편
DEEP 위기의 북극 현장을 가다 2편
1. 지구온난화 최전선 북극을 가다
2.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 [고장난 심장, 북극의 경고]
3. 위기의 북극…현장을 가다
4. 수천 년 버틴 빙하, 10년 새 두 배씩 소멸
5. 기후 위기에 위협받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
6. 기후 위기 시한폭탄 된 ‘영구동토층’, 실태는
7. 거대 갯벌로 변한 북극…모기 떼 습격까지
제106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수상 소감
빙하 녹아 갯벌로 변한 딕슨 피오르 ‘충격’… 기후변화 생각해보는 계기되길
4년차 영상기자로서 북극에 다녀온 건 큰 행운이다. 언젠가는 극지방 취재를 가보겠다 소망해왔는데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내 인생에 다시 있을까 싶은 이벤트였고, 2분 이내 리포트를 제작하는 데일리 영상취재만 담당하다 50분 방송하는 <시사기획 창> 제작은 처음이라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다. 5월 중순, 같은 팀 홍성백 선배를 사수로 나를 부사수로 하는 북극 취재진이 정해졌다. 7월 출발 전까지는 북극 방문을 위한 극지연구소 필수 교육을 듣고 국내 북극 연구자들을 만나는 인터뷰 일정이 이어졌다. 틈틈이 현장 취재에 참고가 될 만한 다큐멘터리와 보도물을 챙겨보며 출장을 준비했다. 인천공항으로 가던 7월 10일 밤, 예습(?)기간이 길었던 탓인지 설레기보단 후련한 마음이었다.
기후 변화의 현장을 가다
노르웨이 스발바르, 그린란드, 캐나다와 러시아, 알래스카의 북쪽 지역 등을 포괄해 ‘북극권’이라고 한다(반면에 남극은 얼음으로 만들어진 대륙이다). 우리팀이 다녀온 북극은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다. 주요 취재 포인트는 해를 거듭할수록 빠른 속도로 후퇴하고 있는 노르덴스키올드 빙하와 발렌베르크 빙하, 빙하가 녹아 갯벌로 변한 딕슨 피오르, 극지 과학자들이 있는 북극다산기지 그리고 세상 최북단 마을이라 불리는 롱이어비엔이었다.
노르덴스키올드 빙하는 거대했다.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빙벽이 보였는데 그러고서도 20분 정도를 더 가서야 배가 멈췄다. 빙벽이 무너지면 배가 뒤집힐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근접이 어려워서 크기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빙벽 앞을 날아가는 새가 눈곱만한 하루살이 크기로 보일 뿐이었다. 멀리서도 확실히 보였던 것은 푸른 빙벽 아래에서 끓고 있는 듯이 뿜어지는 황토색 융빙수였다. 현지 가이드도 “여름에 흐르는 물이 점점 불어나고 있다”라고 했다. 북극의 변화의 한복판에 와 있는 것이었다.
보도가 나간 뒤 사람들에게 가장 충격을 줬던 것은 딕슨 피오르였다. 빙하가 녹으며 쓸려온 퇴적물이 쌓여 갯벌로 변한 곳이다. 진흙 갯벌과 푸릇한 언덕의 풍경. 설명 없이는 북극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다. 진흙에 남아 있는 북극곰 발바닥 자국이 이곳이 북극임을 말해준다. 이 사진은 북극곰의 흔적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즐거워서 남겨둔 것인데 다시 꺼내보니 삶이 팍팍해졌을 북극곰의 처지가 안타깝다.
거대한 변화 앞에서
북극의 얼음은 햇볕을 반사해 지구 온도를 유지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해 왔는데, 얼음이 사라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더 빨리 더 많은 얼음이 사라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것이다. 북극의 변화를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는 북극의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고, 그 변화는 전 세계 이상기후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라는 눈앞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실체가 우리에게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알리기 위해 북극까지 다녀왔다. 조디악보트를 타고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북극의 변화를 목격하고 기록했다. 극지에서 사명감을 갖고 활동하는 각국의 연구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14박 16일 동안 쌓은 메모리가 1.5테라다. 집중호우와 이상고온, 너무 빠른 계절의 변화 등은 이미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시사기획 창 - 고장난 심장, 북극의 경고>가 시청자들에게 기후변화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송혜성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