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포토라인, 걷어내야 할 악습?
“국민 알 권리 중요…더 큰 혼선 생길 수도”
협회 “운영 방식 개선 필요…5월 공청회 열어 의견 수렴할 것”
▶ 검찰‘ 포토라인’ 통과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월 1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포토라인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 한국일보 제공>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포토라인 패싱’으로 촉발된 검찰 포토라인 존폐에 대해 언론계에선 ‘개선’ 쪽으로 입장이 모아지고 있다. 포토라인에 서는 피의자의 인격권 못지않게 국민의 알 권리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포토라인은 현장에서 언론 스스로 취재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장치인 만큼 폐지할 경우 무분별한 취재 경쟁으로 더 큰 인권 침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무부는 지난 3월 13일 ‘2019년 주요업무계획’을 통해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현행 포토라인 및 피의사실 공표 관행’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포토라인에 섰다가 목숨을 끊은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사건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포토라인 논란이 양 전 대법원장의 ‘패싱’으로 존폐론까지 대두되자 법무부가 나선 것이다.
언론계에서는 취재 편의를 위해 포토라인을 운영해 온 측면이 일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포토라인을 폐지할 경우 국민의 알 권리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검찰이 ‘사회적 강자’를 비밀리에 소환해 수사할 경우 투명한 수사를 기대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된다는 것이다.
지난 2월 14일 발족한 대검찰청 검찰 미래위원회(위원장 윤성식)에서도 첫 의제로 검찰 포토라인 폐지 여부에 대해 논의했으나, 포토라인이 없어지면 수많은 언론이 피의자 집 앞에서 계속 대기했다가 인터뷰를 시도하는 등 피의자 인권이 더 크게 침해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부 위원들은 검찰의 포토라인 관행 개선 논의가 양 전 대법원장의 ‘패싱’ 이후 보수 언론과 일부 법원 인사들의 문제 제기로 촉발된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포토라인 폐지는 ‘강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미래위는 포토라인 폐지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어떠한 권고안이나 자문안도 내지 않기로 했다.
이승선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는 “포토라인이 인권을 침해하는 방식인 것은 맞지만, 선출직 공직자나 임명직 고위 공직자 등은 범죄 의혹의 대상이 되어 포토라인에 설 때 인권침해를 감수해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논란이 되는 포토라인은 검찰이 공개 소환할 피의자를 자의적으로 정하거나 피의자의 거부권을 인정하지 않는 등 수사공보준칙을 철저하게 지키지 않아 발생한 것인 만큼 검찰에 1차적 책임이 있다”며 “언론도 피의자가 혐의 내용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 현장 분위기를 만들지 못한 점, 피의사실에 대한 검증이 아니라 태도를 문제 삼는 보도로 본질을 흐린 점 등은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한원상)는 “포토라인이 없어지면 국민의 알 권리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운영과 관련해 문제점이 있다면 개선 방향을 찾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오는 5월 경찰, 국가인권위원회, 언론시민사회단체, 법조인, 현장 기자 등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어 포토라인 운영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안경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