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교수 모자이크 처리,
피의자 인권 보호 신호탄 될까
대부분 언론사 “공인 아니다” 결론
▲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지난 10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얼굴에 모자이크가 처리되었다<사진=KBS뉴스, SBS뉴스 방송화면 갈무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 23일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오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생중계됐다. 언론들은 자녀 입시 비리ㆍ사모 펀드ㆍ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 일곱 차례에 걸쳐 검찰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도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던 정 교수의 모습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조선일보, 뉴시스, 일부 인터넷 매체를 제외한 방송사와 종합일간지는 정 교수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뒷모습을 보도했다. 정 교수의 얼굴 공개 여부를 놓고 언론사 내부에서는 찬반 논의가 오갔으나, 정 교수가 공인이 아닌 데다 피의자 신분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KBS의 한 기자는 “법원 출석 전날만 하더라도 정 교수가 포토라인에 선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얼굴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묵시적 동의’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었다.”면서 “피의자 인권을 위해 초상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정 교수부터 적용할 경우 외부에서 정파적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법원 출석 당일이 되자 피의자 인권 보호가 원칙이고,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게 올바른 길 아닌가 하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와 서울신문은 정 교수에 대한 사진을 1면에 게재하면서 얼굴 공개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조선일보는 “그간 법원에 영장심사를 받으러 나온 주요 인물은 대부분 포토라인에 섰고 언론은 그 모습을 보도했다.”며 “정 씨는 조 전 장관의 아내로 이 사건 핵심인물이다. 과거 국정농단 사건에서 일반인이었던 최순실 씨와 딸 정유라 씨 모습도 모두 공개했다. 그런 점을 고려해 본지는 정씨 모습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반면 정 교수의 얼굴을 블러 처리해 1면에 게재한 서울신문은 “공직자였던 조 전 장관과 달리 정교수는 공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모자이크 처리 했다.”고 밝혔다.
SBS의 한 관계자는 “공인의 개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각 언론사마다 입장이 엇갈린 것 같다.”며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의 부인일 뿐이고, 일반적으로 교수는 공인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피의자 인권을 좀 더 보호하는 쪽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그동안 수 많은 보도를 통해 정경심 교수의 인격권을 말살한 언론이 이제 와서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는 척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며 “완벽하진 않지만 영상기자와 사진기자들에 의해 정 교수의 초상권이 보호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이번 사안의 본질은 모자이크 처리 여부가 아니라 인격권 보호에 있다.”며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제대로 지켜나가는 것이 언론이 고민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안경숙 기자